4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법원2부는 지난달 25일 함 회장이 금융감독원장을 상대로 낸 징계 처분 취소 소송에 대해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확정했다.
앞서 금감원은 2020년 함 회장에게 DLF 사태 관련 내부통제 의무 소홀과 관리·감독 책임을 물어 문책경고 중징계를 내렸다. DLF 판매 당시 함 회장은 하나은행장이었다. 금융회사 임원이 문책경고 이상의 중징계를 받으면 3~5년간 금융회사 임원이 될 수 없다.
함 회장은 그해 6월 금융당국을 상대로 징계취소 행정소송과 함께 법원 판결이 나올 때까지 징계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2022년 3월 1심 결과는 함 회장의 패소였다. 1심 재판부는 내부통제 기준 설정·운영기준을 위반해 해당 내부통제 기준이 실효성이 없게 되는 경우에도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하고 세부 사유 10개 가운데 7개를 인정했다.
2심에서는 함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올해 2월 열린 항소심에서 재판부는 일부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2심 재판부는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 위반’과 관련한 10개 세부 사유 중에서는 2개만 합당하다고 인정했다.
인정된 징계 사유는 ▲기존 투자자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유효기간을 내규상 별도로 설정하는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하지 않은 점 ▲투자자성향등급 산출결과를 고객에게 확인받는 절차와 관련해 내부통제기준 마련하지 않은 점 등이다.
당시 재판부는 “함 회장이 최종 감독자로서 책임을 부담하는 점은 인정된다”면서도 “1심과 달리 여러 징계 사유 중 일부만 인정돼 징계 수위를 그대로 유지하는 게 정당하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이를 고려해 징계 양정을 다시 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지난 3월 2심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했지만 대법원이 심리불속행으로 기각하면서 함 회장이 최종 승소하게 됐다. 함 회장에 대한 문책 경고가 취소되면서 금융당국은 법원의 판결 취지를 토대로 함 회장의 징계 수위를 새로 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승소로 함 회장은 취임 전부터 이어져 온 사법 리스크를 일부 털어냈다. 업계에서는 DLF 중징계 취소 소송 결과에 따라 임기 만료를 앞둔 함 회장의 사법 리스크와 그룹 지배구조 불확실성이 더해질 것으로 예상돼왔다.
지난 2022년 하나금융 수장으로 오른 함 회장은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된다. 하나금융 이사회는 내년 1월 전후로 진행될 회장후보추천위원회에서 차기 CEO를 결정하게 된다.
함 회장은 남은 임기 동안 주요 재무지표를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하나금융은 함 회장 취임 후 지난 2년간 3조원 중반대의 견조한 순이익을 지켜왔다.
하나금융의 순이익은 2022년 3조5706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고 지난해에는 3조4516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연간으로는 다시 역대 최대치를 경신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하나금융의 올해 연간 순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3조7614억원으로 집계됐다.
하나금융의 순이익 성장세의 배경에는 공격적인 기업금융 영업이 자리잡고 있다. 하나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올 6월 말 기준 175조1820억원으로 2년 전인 2022년 6월(135조290억원) 대비 40조원 넘게 늘었다.
안정적인 이익 체력이 갖춰진 만큼 함 회장은 남은 임기 동안 자본 비율과 건전성 등의 지표를 관리하는 데 힘쓸 방침이다. 하나금융은 하반기 성장보다 위험가중자산(RWA) 관리에 집중하면서 CET1비율 13% 이상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KB·신한금융지주 등 경쟁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비은행 부문 경쟁력 보강은 함 회장의 과제로 남아 있다.
하나금융의 비은행 부문이 그룹 전체 순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32.9%에서 2022년 18.9%로 줄어든 뒤 지난해에는 4.7%까지 내려앉았다. 올 상반기 기준으로는 19.5% 수준으로 회복했지만 타 금융지주 대비 보험 계열사의 이익 기여도가 낮은 상황이다.
하나금융은 내년까지 비은행 순이익 비중 30% 달성을 목표로 설정한 바 있다. 이를 위해선 보험 추가 인수합병(M&A)이 필요하다. 하나금융은 M&A보다는 계열사 자체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을 견지하고 있다.
양재혁 하나금융그룹 전략총괄(CSO) 상무는 최근 컨퍼런스콜에서 “타 금융그룹에 비해 비은행 계열사가 약한 것은 맞기 때문에 보험·증권 부문을 중심으로 자체 본업 경쟁력을 키우고 그룹 내 시너지를 창출하도록 체계를 잡아주고 있다”며 “각자 스스로 한계도 있어 M&A나 투자 제휴도 필요한 상황이지만 단순한 외형 경쟁보다는 자생력과 그룹 내 시너지, 본업 경쟁력 강화, 자본 효율성까지 고려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아란 한국금융신문 기자 aran@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