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평가에도 불구하고 수은에서만 30년을 넘게 근무해 온 윤 행장은 누구보다 수은을 잘 알고 있었다. 2022년 취임한 이후 2년 동안 공급망 안정화, 수출 기업에 대한 지원 확대, 대형 수주 성공, 수은법 개정을 통한 법정자본금 확대 등의 굵직한 업적을 이뤄냈다.
일각에서는 수은의 설립 취지를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은행장이라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특히 2022년 수은 행장으로 취임하면서 “경제 안보를 위한 공급망 안정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언급했다. 이를 위해 윤 행장은 글로벌 네트워크로 눈을 돌렸다. 미국과 호주 등 자원부국과의 협력체계 구축에 역량을 집중했다.
예컨대 윤 행장은 미국 에너지부와 에너지 산업분야에서 상호협력에 나서기로 했다. 국내 기업이 미국의 핵심광물·이차전지·태양광·수소 등 친환경 에너지 분야 프로젝트에 진출할 경우 경쟁력 있는 금융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한 호주 수출금융공사와의 업무협약 체결을 통해 국내 기업이 호주의 리튬, 니켈 등 배터리 핵심광물에 투자하면 수은과 호주 수출금융공사가 공동으로 금융지원에 나설 수 있게 했다.
뿐만 아니라 전략물자 확보와 유통 등 공급망을 구축하는 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공급망안정화기금’도 오는 8월부터 출범한다.
윤 행장은 공급망안정화기금을 조기 안착시켜 희소 자원 및 필수 원자재의 안정적인 확보와 자원 개발·유통 등 공급망을 구성하는 기업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계획이다.
윤희성 한국수출입은행 은행장 /사진=한국금융신문
이미지 확대보기올해 초 수은은 반도체·배터리·바이오·미래모빌리티 등에 중점 투자하는 펀드를 조성하기 위해 1500억원을 출자했다. 이미 수은은 지난해 상반기에도 첨단전략산업분야 지원을 위한 펀드에 1500억원을 출자한 적이 있다.
또한 윤 행장은 수주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지원도 아끼지 않고 있다. 이러한 지원은 뚜렷한 성과로 드러났다.
지난 6월 우즈베키스탄에 KTX를, 폴란드에 방산을 수출한 것이 대표적이다. 우즈베키스탄은 대외경제협력기금(EDCF)를 통해 현대로템이 생산한 KTX 차량 7량 1편성, 총 42량을 도입한다. 여기에 KTX를 유지·보수하는 서비스도 계약했기에 추가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폴란드의 방산수출, 약 24조원에 달하는 체코 원전 수주에도 수은의 금융지원 및 역할이 위력을 발휘했다는 평가다.
아울러 윤 행장은 산유국인 중동이 탈석유·탄소중립을 전환하고 있다는 점을 착안해 국내 기업이 중동에서도 수주 성공률을 높이도록 지원하고 있다. 윤 행장은 ‘선금융 후발주’ 전략으로 사우디아라비아의 아람코와 UAE의 아부다비 국유석유공사와 각각 60억달러, 50억달러의 기본여신약정을 체결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러나 기존에 수은이 대출을 해줄 수 있는 한도는 자기자본의 40%다. 수은의 지난해 자기자본은 자본금을 포함하면 18조4000억원 수준이었다. 결국 수은이 대출해 줄 수 있는 한도는 자기자본의 40%인 7조4000억원 수준에 불과했다.
더욱이 당시 폴란드 방산수출은 약 17조원 규모이기에 수은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윤 행장은 직접 국회를 찾아 수은법 개정안 처리를 요청했고 지난 2월 수은의 숙원인 ‘수은법’이 개정이 됐다. 이에 수은의 법정자본금은 15조원에서 25조원으로 10조원이 늘었다.
윤 행장은 수은법 개정을 통해 대형화되고 있는 수주산업 및 첨단전략산업의 대규모 설비투자에 지원을 강화할 방침이다.
수은 관계자는 “윤 행장이 취임할 당시 ‘2030년 대한민국 수출 1조 달러 달성’이라는 도전적 목표를 설정하고 ‘수은의 금융 경쟁력이 곧 대한민국의 수출 경쟁력’이라는 모토 아래 모두 일치단결하여 변화와 혁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에도 수은은 우리나라 수출의 든든한 버팀목, 경제 위기시 금융안전판으로서의 역할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1961년생인 윤희성 행장은 휘문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고, 동대학원에서 행정학 석사를 취득했다. 1988년 한국수출입은행에 입행한 이후 △자금부 차장 △국제투자금융실 부부장 △런던법인 부부장 △국제금융부 팀장 △홍보실장 △국제금융부 부장 △자금부 부장 △자금시장 단장 △신성장금융본부장 △혁신성장금융본부장 △우리금융캐피탈 사외이사 등을 역임했다.
임이랑 한국금융신문 기자 iyr625@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