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캐피탈이 자산 10조원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국내 최초의 여신전문금융회사로 시작해 수많은 부침이 있었지만 기업금융을 필두로 한 탄탄한 사업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설립 50여년 만에 자산 10조원에 도달하고 있다.
산은캐피탈은 1972년 산업은행의 출자를 통해 설립한 한국산업리스㈜가 전신으로 5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한다. 신기술금융업을 영위하던 한국기술금융을 1999년 흡수합병하고 현재의 상호로 변경해 기업금융, 자동차금융, 신기술금융투자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1995년 한국산업리스 당시 증권거래소에 상장했지만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산은캐피탈에 대한 지분 분산 요건을 총족하지 못해 2005년 자진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산은캐피탈은 상장폐지를 계기로 상장 유지비용 및 주가관리 부담에서 벗어나 영업력 확대에 초점을 맞췄다.
2013년에는 매각 이슈가 발생하기도 했다. 2013년 8월 금융위원회 및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된 ‘정책금융 역할 재정립방안’에는 산업은행의 자회사 산은캐피탈 매각 계획이 포함됐다.
산업은행은 2015년과 2016년 두 차례에 걸쳐 공개 경쟁입찰 방식을 통해 매각을 진행했지만 유효입찰은 성사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동걸닫기이동걸기사 모아보기 KDB산업은행 전임 회장이 취임하며 매각이 중단되면서 회사는 다시 성장가도에 올랐다. 당시 이 전 회장은 “산은캐피탈은 팔고 싶지 않다”며 “(산은캐피탈은) 협업할 부분이 많아 시너지 효과가 크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대주주인 KDB산업은행의 신뢰를 확보한 산은캐피탈은 기업금융 등 투자 부문에서 가진 강점을 바탕으로 산업은행의 ‘핵심 자회사’로 부상했다. 뿐만 아니라 국내 상위권 캐피탈사 안에 이름을 올리며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자산 10조원 돌파를 눈 앞에 둔 산은캐피탈의 자산 성장 역사에는 여러 부침이 있었다. 1972년 설립 후 꾸준히 성장을 이어오던 산은캐피탈은 1995년 국내 시장에서 상장 후 자산 규모가 7조원 이상까지 늘어났다.
그러나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 금융으로 한국 시장의 외자 유치가 어려워 지면서 사업이 위축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2003년 자산 규모가 1997년의 1/4 수준에도 못 미치는 1조 5900억원으로 떨어졌다.
산은캐피탈은 이후 조금씩 자산 규모를 회복하는 듯 했지만 10년 넘게 자산 2~3조원 대에서 등락을 거듭하며 고군분투했다. 그러다 2014년 자산 4조원을 돌파하더니 ▲2018년 총자산 5조원 ▲2020년 6조원 ▲2021년 7조원 ▲2022년 8조원 ▲2023년 9조원을 돌파하는 고속성장을 기록했다. 최근 5년여간 매년 1조원 씩 자산을 확대한 셈이다.
산은캐피탈의 자산이 폭발적으로 성장한 이유는 2018년부터 벤처기업 지원 등 시장성 정책금융 사업에 참여하고 부동산 금융 등을 큰 폭으로 늘린 영향이다.
그 결과 산은캐피탈의 올 1분기 총자산 기준 M/S는 4.1%로 2019년보다 0.5%p 이상 점유율이 올랐다.
산은캐피탈의 올 1분기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367억원) 대비 23.7% 늘어난 454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업권 평균(296억원) 보다 50% 이상 많다.
산은캐피탈의 지난 5년간 연간 당기순이익은 ▲2019년 1220억원 ▲2020년 1373억원 ▲2021년 2406억원 ▲2022년 1405억원 ▲2023년 2095억원으로 매년 1000~2000억원의 순익을 꾸준히 창출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조달 비용과 대손충당금 증가로 캐피탈 업권이 수익성 하락에 고전했지만 산은캐피탈은 2000억원이 넘는 당기순이익을 창출하며 주목받았다. 같은 기간 자산 규모가 비슷한 JB우리캐피탈(당기순이익 1910억원), 롯데캐피탈(1068억원), BNK캐피탈(1181억원), NH농협캐피탈(855억원)과 비교할 때 최소 185억원, 최대 1240억원 수익 격차가 나기 때문이다.
이처럼 높은 수익성에 기업의 자산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용했는가를 나타내는 총자산순이익률(ROA)이 2~3%대를 유지하고 있다. 캐피탈 업권의 평균 ROA가 1%대 초반인 것을 고려할 때 산은캐피탈의 수익성은 캐피탈 업계의 최상위 수준인 것이다.
건전성 지표도 압도적이다. 산은캐피탈의 올 1분기 연체율(1개월 이상)은 0.3%, 고정이하여신(NPL)비율은 0.5%다. 같은 기간 업권 평균 연체율 2.6%, NPL비율 2.7%와 비교할 때 1/5에도 못미치는 수준이다.
산은캐피탈의 우수한 건전성 지표는 올해뿐만이 아니다. 연체율(1개월 이상)은 ▲2019년 0.6% ▲2020년 0.5% ▲2021년 0.2% ▲2022년 0.2% ▲2023년 0.3%, NPL비율은 ▲2019년 0.7% ▲2020년 0.8% ▲2021년 0.4% ▲2022년 0.4% ▲2023년 0.5% 등 지난 몇 년간 1.0%를 넘기지 않으며 업계 최저 수준을 이어오고 있다.
산은캐피탈은 기업금융 중심의 여신전문금융회사다. 기업을 대상으로 투자(벤처·사모펀드), 대출, 리스 등의 여신 상품을 취급하고 있어 타 기업금융 캐피탈사 대비 다각화된 사업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자동차금융, 설비리스, 신용카드 등 리테일금융 분야에서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다양한 부문에서 선전하고 산은캐피탈은 장기간의 업력, 폭넓은 영업망, 산업은행과의 사업연계 등을 바탕으로 기업금융 부문 내 업계 최고의 시장지위를 유지 중이다. 특히, 투자자산(벤처·PEF·메자닌 투자 등) 운용 영역에서 업계 최상위의 사업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에 2023년 총영업수익(7404억원) 중 투자금융부문이 3660억원(전체 영업수익의 49.4%), 대출금융부문이 2784억원(37.6%)을 차지하며 회사의 성장을 이끌어 가고 있다.
지난해 취임한 양기호 대표이사는 이러한 산은캐피탈의 장점을 부각해 성장에 속도를 붙이고 있다. 양 대표는 영업과 기획, 리스크 등 업무 전반을 총괄하며 급격한 금리 인상에 따라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도 기업대출 및 투자업무 중심으로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이에 금융시장 위축에 따른 조달여건 악화 등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도 기업금융 중심의 자산성장을 견인해 산은캐피탈의 안정적인 장기 성장 기반을 구축하고 선제적 리스크 관리와 유동성 확보로 경영 안정성을 강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홍지인 한국금융신문 기자 helena@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