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푸드가 19일 가루쌀로 만든 식물성 음료 ‘유아왓유잇 식물성 라이스 베이스드'를 출시했다. /사진=손원태기자
신세계푸드(대표 송현석)가 캔햄, 순대에 이어 디저트도 100% 식물성 원료로 만들었다. 통상 대체육은 소비자들에 결국 고기를 흉내 낸 것이 아니냐는 선입견을 주곤 한다. 그러나 신세계푸드가 구상하는 식물성 식품은 일반 대체육과는 다른 점이 있다. 동물성 원료로 유당불내증, 콜레스테롤 등의 불편을 호소하는 소비자들에 더 나은 선택지를 제시하기 때문이다. 이에 신세계푸드는 대체육 아닌 대안육이라는 새로운 명칭을 고집한다. 대안육은 비건을 넘어서 보다 넓은 범위를 포괄한다. 이는 신세계푸드가 기존 대안육을 식물성 음료나 디저트로 확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신세계푸드는 19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유아왓유잇’ 코엑스점에서 식물성 음료 신제품 출시 기념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유아왓유잇(You are What you Eat)’은 지난해 9월 론칭한 신세계푸드 식물성 대안식 브랜드다. 신세계푸드가 개발한 대안육을 소재로 활용해 밀키트로 만든다. 코엑스에는 이러한 대안육 요리를 맛볼 수 있도록 레스토랑이 마련됐다. 식물성 짜장면이나 분짜, 떡볶이, 스테이크 등이 있다. '유아왓유잇'은 원문 그대로 ‘당신이 먹고 있는 것이 곧 당신’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지구 온난화로 기후 위기가 촉발하면서 더 나은 지구를 위해 맛있는 식물성 대안 식품을 제공하겠다는 뜻이다.
실제로 전 세계 인구는 약 80억 명으로 추산된다. 또한, 이러한 인간의 식량이 되기 위해 약 2817억 마리의 가축이 길러지고 있다. 우리는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온실가스가 에너지, 플라스틱, 가스 등에서 기인한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온실가스의 약 34%는 축산업에서 나온다. 소나 돼지 등의 분뇨가 더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 것이다. 또한, 이산화탄소보다 메탄이 더 지구를 오염시킨다. 이 메탄은 주로 음식물 쓰레기에서 발생한다. 결국 지구를 보호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고기를 덜 먹고, 음식물을 남기지 않는 것이다.
신세계푸드가 지향하는 대안육도 여기서 출발한다. 육류를 줄이기 위해서는 육류 이상의 맛과 영양, 가치를 실현해야 한다. 이에 신세계푸드는 대안육으로 그치는 것이 아닌, 이를 소재로 활용해 레시피로 개발하고 있다. 신세계푸드는 지난 2016년부터 대안식품 연구개발(R&D)에 나섰다. 이후 2021년 식물성 캔햄을 출시했고, 대안육 브랜드 ‘베러미트(Better Meat)’를 론칭했다. 지난해에는 이러한 식물성 대안육을 요리로 활용하는 ‘유아왓유잇’도 선보였다. 최근에는 순대전문점 ‘순대실록’과 협업, 식물성 순대를 요리로 개발해 간편식(순대볶음·순대곱창볶음)으로 만들었다.
신세계푸드 ‘유아왓유잇 식물성 라이스 베이스드'. /사진=신세계푸드
신세계푸드가 이번에는 식물성 음료, 유제품으로 대안육 범위를 넓혔다. 국산 가루쌀과 현미유 등 100% 식물성 원료로 만든 ‘유아왓유잇 식물성 라이스 베이스드’가 그 주인공이다. 특히 우유를 제거하면서 유당불내증, 콜레스테롤 우려도 함께 제거했다. 동시에 지구 환경이나 동물 복지를 지향하는 가치 소비 트렌드도 마케팅으로 담아냈다. 일반적으로 소 평균 수명은 20년이지만, 식량으로 길러지면서 5.5년에 그친다. 닭도 평균 수명이 12년이지만, 육계로 사육되면서 한 달 정도밖에 살지 못한다.
신세계푸드는 또 국산 쌀 소비 감소에 따른 쌀 공급 과잉 문제도 함께 개선하고 있다. 가루쌀로 식물성 음료를 개발하면서 이를 활용한 케이크, 아이스크림, 쿠키 등 디저트도 함께 공개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은 56.4kg으로, 1993년(122,1kg) 대비 절반 이하로 줄었다. 이에 정부는 쌀 공급 과잉을 해결하기 위해 가루쌀 품종을 개발했고, 가루쌀을 연간 밀 수요 200만t의 10%까지 끌어올리도록 육성하고 있다. 신세계푸드는 이번 가루쌀 음료로 다양한 음식의 소재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동시에 신세계푸드는 식물성 음료 시장의 성장 가능성도 내다봤다. 지난해 국내 식물성 음료 시장 규모는 6769억원으로, 5년 전 2018년(5221억원)에 비해 약 30% 확대됐다. 이를 토대로 2026년에는 식물성 시장 규모가 약 1조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두유를 제외한 기타 식물성 음료 시장도 지난해 934억원으로, 2018년(308억원) 대비 3배나 성장했다. 글로벌 식물성 음료 시장 규모도 200억 달러로, 2016년(146억 달러) 대비 37%가량 뛰어 올랐다. 이 추세라면 2026년에는 239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신세계푸드 ‘유아왓유잇 식물성 체다향 치즈 슬라이스’. /사진=신세계푸드
그렇다면 가루쌀로 만든 음료, 디저트 맛은 어떨까.
현장에서 시식해보니 가루쌀 식물성 음료는 기존 우유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맛이었다. 대표 식물성 음료인 두유와도 확연하게 달랐다. 쌀로 만들었기에 콩 비린내가 전혀 나지 않았다. 쌀 맛이 나긴 했지만, 누룽지나 숭늉의 느낌은 아니었다. 쌀뜨물을 오랫동안 푹 우려낸 것처럼 은은한 맛이 났다. 우유의 색깔과 영양분을 갖췄지만, 우유와는 다른 영역의 음료였다. 이 음료로 만든 아이스크림이나 쿠키, 초콜릿, 치즈 등도 기존 동물성 제품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아이스크림은 일반 우유처럼 부드러웠고, 쿠키는 밀가루처럼 고소했다. 초콜릿, 치즈도 꾸덕한 맛이 손색없었다.
신세계푸드 송현석 대표가 가루쌀로 만든 식물성 음료 '유아왓유잇 식물성 라이스 베이스드'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사진=손원태기자
송현석 신세계푸드 대표이사는 “일반적으로 대안 식품은 연구개발에 쓰인 비용이 소비자가로 반영돼 동물성 식품보다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곤 한다”라며 “현재 신세계푸드 대안육은 일반 육류와 비슷한 수준의 가격대”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식물성 음료도 동물성 유제품 대비 1.2배 정도 높지만, 스케일업으로 빠른 시간 내 동일한 가격대를 형성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손원태 한국금융신문 기자 tellme@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