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지난 1일 경기도 용인 신한은행 블루캠퍼스에서 열린 '2024년 하반기 경영포럼'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제공=신한금융
진옥동닫기진옥동기사 모아보기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하반기 경영전략으로 디지털 혁신에 방점을 찍었다. 미래 금융의 핵심 경쟁력으로 꼽은 인공지능(AI) 등 신기술 역량을 강화해 고객 디지털 경험을 끌어올리고 성장 동력을 확보할 방침이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은 올 하반기 주요 경영 키워드로 ‘디지털 혁신’을 설정했다.
진옥동 회장은 지난 1일 ‘2024년 하반기 경영포럼’를 열고 “혁신 선도기업들의 모습에서 받은 자극을 바탕으로 신한의 혁신 DNA를 다시 일깨우고, 불변의 법칙인 ‘고객중심’을 통해 일류신한으로 나아가자”고 밝혔다.
이번 하반기 경영 포럼은 2020년 이후 4년 만에 열렸다. 진옥동 회장을 비롯한 신한금융 경영진 및 부서장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디지털 혁신 가속화를 위한 세부 실행 과제를 논의했다.
금융 플랫폼으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토스의 이승건닫기이승건기사 모아보기 대표가 ‘토스의 디지털 비즈니스의 성공 방정식’을 주제로 특강을 실시하기도 했다. 경쟁사더라도 디지털 혁신을 위해 강점을 적극적으로 본받고 배우자는 지론을 가진 진 회장이 이 대표에게 제안해 특강이 성사됐다는 후문이다.
신한금융은 ▲업권의 디지털 전략 및 트렌드 분석 ▲적정한 디지털 투자 방안 ▲AI의 전략적 활용 및 변화 대응 방안 등에 대한 논의를 통해 도출된 그룹 차원의 협업 과제를 이행해나가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진 회장은 고객 중심 사고, 과정의 정당성을 기본 원칙으로 내세웠다. 진 회장은 규모와 성과에 몰두하는 대신 고객 성장을 우선시하는 한편 철저한 내부통제와 리스크 관리로 고객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는 “신한금융의 디지털 혁신은 고객 중심 사고로부터 시작되고, 결국 우리의 성과는 고객이 이롭고 사회에 정의로워야 한다”며 “이를 위해 모든 임직원들이 업무에 임할 때 법규와 업무 기준을 철저히 준수하며 ‘과정의 정당성’을 지켜야 한다”고 당부했다.
디지털 혁신은 신한금융의 올해 주요 경영전략 중 하나다. 앞서 진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기존의 성공 방식만 고집한다면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며 “관행의 틀, 안주의 틀에서 벗어나 근본적인 혁신과 도전에 나설 때”라고 강조했다. 디지털 등의 영역에서 트렌드 변화에 대응하고 새 먹거리를 발굴해 경쟁사와 차별화를 이루겠다는 복안이다.
진 회장은 특히 그룹 미래를 이끌 핵심 경쟁력으로 AI와 데이터를 강조하고 있다. 지난해 말 인사에서는 빅데이터·AI 전문가인 김준닫기김준기사 모아보기환 신한은행 디지털혁신단장 상무를 디지털파트장으로 선임하기도 했다. 김 파트장은 진 회장이 영입한 외부 인재다.
신한은행은 최근 조직 개편을 통해 ‘테크그룹’을 확대 개편했다. ‘테크혁신단’을 신설해 클라우드 분야 인프라 개선과 선제적 개발을 담당하도록 했다. 테크혁신단장으로는 KT 출신 클라우드 분야 외부 전문가인 이국희 상무를 본부장급으로 영입했다.
디지털 성과 지표는 우상향세다. 신한금융의 그룹사 디지털 플랫폼 합산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올 1분기 기준 2621만명으로 지난해 말(2576만명) 대비 1.7%(45만명) 증가했다. 디지털 채널 내 금융 거래 확대로 경비 차감 전 디지털 영업이익은 지난해 1분기 5040억원에서 올 1분기 5420억원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말 그룹 통합 AICC 플랫폼을 구축한 결과 대고객 AI 서비스 MAU는 375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59% 늘었다.
신한금융은 1분기 영업이익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3% 증가한 2조4461억원을 올렸다. 은행의 기업대출 중심 자산 성장 및 마진 개선 영향으로 이자이익이 늘었고 카드, 증권, 라이프 등 주요 그룹사의 신용카드 수수료, 증권수탁 수수료, 보험 손익 등 수수료이익이 확대되면서 비이자이익도 증가한 결과다.
2분기에도 실적 개선을 이룬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신한금융의 올 2분기 순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1조3046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2분기(1조2383억원)보다 5.4% 뛴 수준이다. 다만 KB금융의 순이익 컨센서스(1조4726억원)보다는 1300억원가량 적다. 컨센서스대로라면 2분기에는 KB금융의 순이익이 앞서는 만큼 하반기 실적 경쟁에서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최정욱 하나증권 기업분석팀장은 “올 2분기 대부분 은행들의 실적이 컨센서스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KB금융은 2분기에 1조5200억원의 순익을 시현하면서 컨센서스 상회 폭이 더 클 것 전망”이라며 “우려와는 달리 PF 관련 추가 충당금 규모가 크지 않고 홍콩 H지수 관련 ELS 환입 등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시중금리 하락에 따른 유가증권 관련익도 더 크게 나타날 개연성이 있다”고 말했다.
신한금융은 핵심 이익을 늘리는 동시에 비용 관리에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신한금융의 1분기 판매관리비는 1조3722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2% 증가했다. 지난해 1분기에 인식한 라이프 희망퇴직 비용을 제외하면 3.7% 늘었다. 총영업이익경비율(CIR)의 경우 지난해 1분기 37.9%에서 올 1분기 35.9%로 하락하면서 4대 금융지주 중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신한은행은 기존 사업이나 업무 등을 전면 재검토해 효율화하는 방안을 올해 경영진 전략과제로 포함해 추진하고 있다. 현시점에서 정리할 수 있는 과제를 발굴하고 불필요한 지출 관리, 중복된 상품·서비스, 사용률이 저조한 전산기기 등 효율화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그룹, 부서, 영업 본부 등 조직을 통폐합하고 임원, 본부·부서장 업무추진비도 삭감했다.
정 행장은 지난 8일 열린 하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본업을 통해 고객에게 신뢰를 얻고 미래를 준비하는 것은 결국 ‘고객에게 선택받는 은행’이 되기 위함이다”라며 “고객이 원하는 바를 찾아 정확하게 해결하고 남다른 솔루션을 제공하자”고 말했다.
특히 “현장에서 발견한 고객의 니즈를 본부의 혁신활동들로 연결해 ‘고객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이끌어 내자”며 “기존의 관성을 깨고 변화할 수 있도록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모아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조직문화를 만들어가자”고 강조했다.
정 행장은 올해 고객의 니즈에 집중해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 등을 통해 최적의 솔루션을 제공하겠다는 전략 방향을 설정한 바 있다. 이를 주심으로 현장 영업력도 강화하고 있다. 정 행장은 지난해 말 조직개편을 통해 ▲영업채널 그룹장 확대 배치 ▲데이터 기반 솔루션 제시 '영업지원부문' 신설 ▲대면·비대면 채널 총괄 '채널부문' 신설 등을 단행했다.
최근 실시한 하반기 정기 인사에서는 현장 주도형 정기 인사를 실시했다.영업추진그룹별 현장 목소리를 취합하고 지역별 최근 승진한 직원들로 구성된 ‘지역본부 승진추천단’의 의견을 접수해 승진 인사에 반영했다. 직원의 나이, 근무연차 등을 배제하고 업무성과, 자기계발 등을 기반으로 한 데이터 중심으로 인사를 실시했다는 설명이다. 영업 동기 부여를 위해 상반기 정기인사에서 시행해왔던 ‘부서장 승진’과 ‘특별승진’을 하반기 정기 인사에서도 시행하기도 했다.
고객 신뢰 회복을 위한 내부통제 강화도 하반기 핵심 경영 키워드로 꼽혔다. 정 행장은 “기본에 더해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고객의 신뢰”라며 “내부통제를 위한 제도와 시스템의 규범을 준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믿고 거래하는 은행’이 될 수 있도록 우리 직원들이 내부통제 자체를 문화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아란 한국금융신문 기자 aran@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