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들이 비용 관리에 나서는 건 글로벌 인플레이션, 경기 불확실성 등 우호적이지 않은 경영 환경과 충당금 확대 등에 따른 이익 감소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비용 감축을 통해 CIR을 낮추는 한편 수익성 개선으로 영업이익을 늘리는 데 힘쓸 방침이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의 올해 1분기 CIR 평균은 37.7%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1분기 평균 38%와 비교하면 0.3%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CIR은 은행의 경영 효율성을 나타내는 지표다. 핵심이익인 이자이익과 비이자이익을 더한 총영업이익(순영업수익)에서 인건비와 점포 임차료 등 판매관리비가 차지하는 비율을 뜻한다.
회사별로 보면 4대 금융 가운데 CIR이 가장 낮은 곳은 신한금융이었다. 신한금융의 올 1분기 CIR은 35.9%로 전년 동기 대비 2%포인트 낮아졌다.
신한금융은 1분기 판관비로 1조3722억원을 집행했다. 전반적인 인플레이션 영향에도 전년 같은 기간보다 1.2% 증가하는 수준에서 관리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지난해 1분기에 인식한 라이프 희망퇴직 비용을 제외하면 3.7% 늘어난 수준이다.
판관비 증가에도 CIR이 하락한 건 총영업이익(3조8183억원)이 1년 전과 비교해 6.9% 늘어났기 때문이다.
신한금융의 1분기 이자이익은 2조8159억원으로 금리부자산 증가와 NIM 상승 영향으로 9.4% 늘었다. 비이자이익은 1조25억원으로 0.3% 확대됐다. 유가증권 관련 이익이 감소했지만 신용카드, 증권거래, IB 등 수수료 이익이 고르게 성장했고 단기납 종신보험 등 영업활성화로 보험이익도 늘어난 결과다.
같은 기간 KB금융의 CIR은 1.1%포인트 상승한 36.9%로 4대 금융 중 두 번째로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KB금융의 경우 1분기 판관비로 4대 금융 가운데 가장 큰 규모를 지출했다. KB금융의 1분기 판관비는 1년 전보다 1조6282억원으로 희망퇴직, 디지털라이제이션 관련 비용 등이 반영되면서 4.0% 증가했다.
반면 총영업이익(4조4120억원)은 0.9%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자이익(3조1515억원)이 은행의 대출 평잔 증가와 NIM 개선에 힘입어 1.6% 늘었지만 비이자이익(1조2605억원)이 기타영업손익 감소로 18.7% 줄어든 영향이다.
하나금융은 1분기 CIR로 전년 동기 대비 0.1%포인트 낮아진 37.4%를 기록했다. 하나금융의 1분기 총영업이익(2조9332억원)은 0.7% 줄었지만 판관비(1조978억원)는 0.9% 축소되며 감소 폭이 더 컸다. 물가 상승, 전산투자 등 비용 인상 요인이 지속됐지만 경상적 비용통제 노력과 전분기 특별퇴직 비용 선제적 집행으로 그룹 비용 효율성이 제고됐다는 설명이다.
하나금융의 1분기 이자이익(2조2206억원)은 NIM 하락에도 기업대출을 중심으로 대출 자산이 크게 늘면서 2.1% 증가한 반면 비이자이익(7126억원)은 매매평가이익 감소와 기타 영업손실 확대로 8.5% 줄었다.
우리금융의 CIR(40.5%)은 4대 금융 가운데 유일하게 40%대를 기록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0.2%포인트 낮아졌다. 우리금융의 1분기 판관비(1조320억원)는 KB금융과 비교해 6000억원가량 적지만 총영업이익(2조5488억원)은 1조8000억원 넘게 차이가 난다.
우리금융의 1분기 판관비와 총영업이익은 1년 전과 비교해 각각 0.5%, 0.1% 감소했다. 총영업이익 중 이자이익(2조1982억원)은 기업대출 등 대출자산 증가에도 NIM이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0.9% 줄었고 비이자이익(3506억원)은 수수료이익과 외환·파생이익 증가 등에 힘입어 5.7% 증가했다.
4대 금융은 전사적인 비용 효율화 노력을 통해 판관비 관리에 집중하고 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 지속과 경기 불확실성 확대 등 경영 환경이 우호적이지 않은 데다 은행 경쟁 심화, 충당금 추가 적립 등 이익 감소 요인도 산적하기 때문이다. 지난 1분기에는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자율 배상 비용을 대규모로 반영한 바 있다.
금융지주들은 디지털 전환 추세에 맞춰 은행 오프라인 점포를 축소하고 인력을 줄이는 등 고비용 구조를 개선하며 경상적 비용을 적극적으로 줄이는 동시에 디지털·정보기술(IT) 부문 투자는 늘리는 추세다.
각사는 비용 효율성 개선 노력을 통해 CIR을 40% 안팎으로 관리하고 있다. 4대 금융의 CIR은 2019년부터 5년 연속 개선세를 나타내고 있다. 4대 금융 평균 CIR은 2019년 51.5%에서 2020년 50.8%로 소폭 줄었고 2021년 47.2%로 40%대에 진입했다. 이후 2022년 45%, 2023년 42%로 하락했다.
금융지주 핵심 계열사인 은행도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홍콩 ELS 최대 판매사인 KB국민은행은 지난 4월부터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하고 각 부서에서 비용 관리 추진 방안을 마련해 실행하도록 했다. 지주 차원에서도 경영 하계 포럼 참석 대상을 줄이고 임원 업무추진비를 줄이는 등 비용 절감에 나서고 있다.
신한은행은 올해 기존 사업이나 업무 등을 전면 재검토해 효율화하는 방안을 올해 경영진 전략과제로 포함해 추진하고 있다. 현시점에서 정리할 수 있는 과제를 발굴하고 불필요한 지출 관리, 중복된 상품·서비스, 사용률이 저조한 전산기기 등 효율화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그룹, 부서, 영업 본부 등 조직을 통폐합하고 임원, 본부·부서장 업무추진비도 삭감했다.
우리은행은 불필요한 행사 등을 줄이기로 했다. 지주 차원에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임원 업무용 차량 운전기사 지원을 폐지했다. 하나은행은 올해 예산 운용 효율화 계획을 수립해 시행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각 부서에 비용 효율화 및 긴축 운영 방침을 전달하기도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지주들이 최근 몇 년간 전사적으로 비용 절감을 추진하면서 CIR이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인플레이션 영향으로 비용 상승 요인이 지속되고 있고 경영 환경도 녹록지 않아 비용 관리 필요성이 더 커진 분위기”라며 “이미 1분기 ELS 배상 비용을 반영했고 충당금 적립 이슈도 있기 때문에 비용 효율화는 주요 과제가 됐다”고 말했다.
4대 금융지주 CIR 주1) 추이 | ||||||||
(단위: %) | ||||||||
구분 | '19Y | '20Y | '21Y | '22Y | '23Y | '23Y 1Q | 24Y 1Q | |
KB금융지주 | 54.9 | 54.7 | 49.7 | 48.2 | 41.0 | 35.8 | 36.9 | |
신한금융지주 | 46.1 | 45.2 | 45.3 | 43.9 | 41.4 | 37.9 | 35.9 | |
하나금융지주 | 50.6 | 45.3 | 44.0 | 41.9 | 40.6 | 37.5 | 37.4 | |
우리금융지주 | 54.3 | 58.0 | 49.7 | 46.0 | 45.2 | 40.7 | 40.5 | |
주1) CIR : Cost Income Ratio (영업이익경비율) | (자료=각사) |
4대 금융지주 판매관리비 추이 | ||||||||
(단위: 십억원) | ||||||||
구분 | '19Y | '20Y | '21Y | '22Y | '23Y | '23Y 1Q | '24Y 1Q | |
KB금융지주 | 6,271 | 6,833 | 7,201 | 6,644 | 6,647 | 1,566 | 1,628 | |
신한금융지주 | 5,135 | 5,212 | 5,743 | 5,644 | 5,895 | 1,356 | 1,372 | |
하나금융지주 | 4,107 | 3,918 | 4,050 | 4,257 | 4,409 | 1,108 | 1,098 | |
우리금융지주 | 3,766 | 3,956 | 4,148 | 4,530 | 4,444 | 1,037 | 1,032 | |
(자료=각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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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아란 한국금융신문 기자 aran@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