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병훈 신세계건설 신임 대표이사. 사진제공 = 신세계건설
[한국금융신문 주현태 기자] 올해 부동산 침체기로 건설업계 경영 환경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이 가운데, 신세계건설도 공사비 상승·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금 우려까지 악재가 겹치면서 대대적인 기업 쇄신에 나선 건설사로 꼽힌다. 특히 기존 정두영 대표를 ‘경질조치’하고 허병훈 부사장을 대표 적임자라고 발표하면서 관심을 모았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건설은 부진한 실적과 재무구조 개선 등 당면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고경영자(CEO)를 ‘재무통’ 허병훈 대표이사로 전면에 내세웠다.
경남 김해 출신인 허 대표는 1962년생으로 동아고·고려대 수학과를 졸업했다. 그는 1988년 삼성물산에 입사해 상사부문 경영관리담당 상무보·경영지원실장 상무 등을 거쳤다. 이후 호텔신라로 자리를 옮겨 경영지원실장 전무·호텔&레저부문장 전무 등을 지냈다. 이후 2018년 7월부터 신세계그룹에 입사, 전략실 기획총괄 부사장보를 시작으로 지원총괄 부사장·관리총괄 부사장, 백화점부문 기획전략본부장, 전략실 재무본부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특히 신세계그룹 내 경영총괄 부사장으로 그룹의 재무관리를 총괄해온 만큼 신세계건설의 재무건전성을 회복시킬 인물로 평가된다.
신세계건설은 지난해 대구 소재 사업장 미분양 등으로 인해 유동성 위기에 빠져버렸기 때문이다. 이에 최근 들어 신세계건설은 신세계그룹 내 ‘골칫거리’ 동생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신세계건설 2023년 매출액은 1조5026억원으로 지난 10년 중 역대 최대였지만, 매출원가가 1조6155억원으로 매출액을 넘어서면서 수익성을 확보하지 못했다. 여기에 2022년 1204억원이었던 영업손실이 지난해 1878억원으로 약 60% 늘었다. 같은 기간 순손실 규모도 142억원에서 1585억원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부채비율은 951.79%에 달했다.
이에 허 대표는 잠재적 리스크에 대한 선제적 대응과 지속적인 추가 유동성 확보 등을 통해 부채비율을 낮춰 재무 안정성을 한층 개선하는 한편 장기적 사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마련하는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 허 대표는 ‘재무통’ 명성에 걸맞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신세계건설이 지난달 28일 이사회를 열고 재무 구조 개선과 선제적 유동성 확보를 위한 6500억원의 신종자본증권 신규 발행 승인을 의결했다고 공시했기 때문이다.
신세계건설이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은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이 각각 인수한다. 또 신세계건설의 모회사인 이마트는 이번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자금보충 약정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신세계건설의 부채비율은 올해 1분기 말 807%에서 200% 미만까지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신세계건설은 올해 들어 사채 발행과 영랑호 리조트 흡수 합병, 레저사업부문 영업 양수도 등을 통해 6000억원 이상의 유동성을 선제적으로 확보했다. 여기에 이번 신종자본증권 발행으로 6500억원을 추가로 조달 성공하면서, 안전적인 유동성을 갖출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
이번 대규모 자본 확충에 나서면서, 유동성 위기에 직면했던 신세계건설의 CEO교체 행보가 옳았다고 평가되는 이유다.
신세계건설은 이 같은 재무 여건 안정화를 바탕으로 스타필드 청라 건설과 동서울터미널 현대화사업 등 대형 프로젝트를 본격 추진할 방침이다.
신세계건설 관계자는 “신종자본증권 발행으로 6500억 원의 추가 유동성을 확보함으로써 재무적 부담을 완전히 해소할 수 있게 됐다”면서 “경영 여건이 안정화된 만큼 수익성 높은 사업들을 지속적으로 수주하는 등 본격적인 실적 개선을 이룰 것”이라고 강조했다.
재무·전략으로 두각을 보였던 허 대표인 만큼, 신세계건설이 건설 침체로 난항을 이겨내고 재무건전성 강화와 실적개선을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아지는 분위기다.
허 대표 체제 이후 신세계건설의 기술변화도 눈에 띈다. 신세계건설이 최신 드론 시스템인 'DJI 독(Dock) 2'를 국내 건설사 최초로 현장에 적용한다. 신세계건설은 드론 플랫폼 업체 드론디플로이 및 산업용 드론 서비스 기업 MGIT와 협력해 DJI DOCK2를 도입했다.
DJI DOCK2는 도킹 스테이션을 사용해 비행, 충전, 데이터 업로드 등 모든 과정을 자동화한 최신 드론 시스템이다. 기존 모델에 비해 크기가 작고 이동과 설치가 용이하며 비용도 합리적이어서 건설 현장에서 활용하기에 적합하다.
이 시스템은 건설 현장의 측량, 부지 조사, 시공 현황 모니터링, 작업자 안전 관리, 철골 접합부 품질 점검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될 예정이다.
특히 복합 쇼핑몰·터미널, 초고층 주상복합 등 공중에서 전체적인 관리가 필요한 대형 프로젝트에서 최신 드론 기술이 큰 경쟁력이 될 수 있다는 게 신세계건설 측의 설명아다.
신세계건설은 드론 전문업체들과 꾸준한 협력을 통해 도킹스테이션 기능을 최적화했으며, '스타필드 청라 1단계' 현장에서 테스트를 완료했다.
신세계건설 관계자는 “향후 대형 현장 위주로 적용 대상을 확대해 나갈 예정으로, 앞으로는 드론뿐만 아니라 다양한 자동화된 스마트 건설 기술을 현장에 활용할 계획”이라며 “이런 기술 도입이 건설 현장의 안전성을 높이고 작업의 정밀도를 향상시키며, 전체 건설 과정의 효율성 증대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주현태 한국금융신문 기자 gun1313@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