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룰로스 원료, 무화과. /사진=픽사베이
[한국금융신문 손원태 기자] 설탕 없는 소주에 이어 커피, 치킨까지 잇달아 나오면서 대체당 알룰로스가 부상하고 있다. 제로 슈거는 흔히 콜라에 주로 사용됐지만, 전 국민적으로 ‘헬시 플레저(Healthy Pleasure)’ 열풍이 불면서 일상이 됐다. 그중 알룰로스는 천연 감미료로, 국내 식품업계 신사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대표적으로 대상그룹과 삼양그룹이 알룰로스 전용 공장과 브랜드를 내세우면서 대량 생산에 분주하다.
알룰로스는 아스파탐과 함께 설탕 없는 대체당으로, 칼로리를 아예 낮추거나 없애는 원료다. 아스파탐의 경우 인공감미료로 설탕보다 200배 더 강한 단맛을 낸다. 하지만, 지난해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발암가능물질로 지정돼 관심도가 떨어졌다. 대신 과일에서 추출한 알룰로스가 천연 감미료로 알려지면서 대체 감미료로 부각됐다. 알룰로스는 무화과나 건포도 등 과일이나 농작물에 희소하게 있는 당류를 원료로 한다. 설탕의 약 70% 감미도를 내며, 단맛이 난다. 특히 '제로 슈거' 트렌드가 식품업계 최대 화두로 떠오르면서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다. 알룰로스는 음료, 잼, 아이스크림, 스낵 등 종류를 가리지 않는다. 알룰로스가 체내 흡수되지 않고 소변으로 배출돼 열량을 설탕의 10분의 1도 못 미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설탕 대체재로 각광받고 있다.
대상그룹, 삼양그룹 알룰로스 전용 공장. /사진=대상, 삼양
국내 식품기업에서는 특히 대상그룹과 삼양그룹이 알룰로스 대량 생산에 몰두하고 있다. 우선 대상그룹은 지난해 7월 전북 군산에 있는 전분당 공장에 알룰로스 전용 생산시설을 준공했다. 대상은 오랜 연구 끝에 알룰로스 생산기술을 개발했고, 300억원을 집행해 국내 최대 규모의 시설을 갖추게 됐다. 대상은 롯데칠성음료, 동아오츠카, 하이트진로 등 국내 50여 곳 기업에 알룰로스를 공급하고 있다.
대상은 올해 1월 알룰로스를 포함한 대체당 브랜드 ‘스위베로(Sweevero)’를 론칭했다. 스위베로는 ‘달콤함’을 뜻하는 ‘Sweetness’와 ‘진실’, ‘참된’을 뜻하는 이탈리아어 ‘Vero’의 합성어다. ‘진실한 단맛’이라는 의미를 내포한다. 특히 ‘Zero’와 ‘Vero’의 어감이 비슷해 ‘제로 칼로리’를 연상시킨다. 대상은 ‘스위베로’ 브랜드를 론칭하면서 글로벌 시장도 공략한다. 특히 저칼로리 최대 시장인 북미를 직접 겨냥해 알룰로스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사업도 전개한다. 구체적으로 북미 지역 고객사를 집중적으로 포섭하고, 유럽 ‘노벨 푸드(Novel food)’에 등록해 신시장 개척에 나선다.
올해 창립 100주년을 맞은 삼양그룹은 알룰로스를 일찌감치 미래 신사업으로 낙점했다. 삼양그룹은 앞서 지난 2016년 알룰로스 대량 생산에 성공한 바 있다. 이후 2019년 말 울산공장에 알룰로스 전용 생산공장을 지었다. 2020년 알룰로스를 본격적으로 생산하기 시작했고, 지난해 분말 형태의 알룰로스도 찍어냈다. 삼양그룹의 알룰로스 매출액은 사업 초기 2020년 20억원 가량에서 지난해 100억원대를 돌파했다.
대상그룹, 삼양그룹 알룰로스 브랜드 '스위베로', '넥스위트'. /사진=대상, 삼양
삼양그룹도 지난 2022년 7월 알룰로스 브랜드 ‘넥스위트(Nexweet)’를 선보였다. 넥스위트는 ‘다음’을 뜻하는 ‘Next’와 ‘달콤함’을 뜻하는 ‘Sweet’를 합했다. 삼양그룹은 이를 통해 ‘다음 세대를 선도하는 당류’라는 의미를 담았다. 삼양그룹의 알룰로스는 ‘칠성사이다 제로’, ‘하이트진로 토닉’, ‘광동 비타500’ 등에 원료로 사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자사 식품 계열사 삼양사가 만든 숙취해소음료 ‘상쾌환’에도 알룰로스가 첨가됐다. 삼양그룹은 나아가 2017년부터 미국 시카고에서 열리는 ‘국제식품기술박람회’에도 해마다 참가해 해외 고객사에 알룰로스를 홍보하고 있다. 삼양그룹은 알룰로스를 중심으로 글로벌 스페셜티 사업 포토폴리오로 전환, 더욱 박차를 가한다는 전략이다.
두 기업은 대체당 글로벌 수요가 더 커질 것에 착안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각종 글로벌 인증과 전시회 등에 나가 그룹을 알리면서 동시에 글로벌 고객사 확보에도 공략한다.
손원태 한국금융신문 기자 tellme@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