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HBM3E./사진 = SK하이닉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HBM 생산능력을 올해까지 두 배 이상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의 생산능력과 업계 예상보다 빠른 HBM 개발 진도를 감안했을 때 올해 SK하이닉스를 바짝 추격하거나 주도권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편에서는 SK하이닉스가 한발 앞선 HBM 진도에 더해 TSMC, 엔비디아 등 전후방 업체들과의 협력을 강화해 HBM 시장 주도권을 더 강화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이르면 2분기 중 HBM3E(5세대 HBM)를 엔비디아에 납품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기존 시장 예상 시점보다 1분기 빠르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HBM3E 엔비디아 납품이 SK하이닉스와의 HBM 경쟁의 중요 포인트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가 큰손 엔비디아를 잡고 우월한 생산능력을 이용해 HBM 주도권을 뒤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가 추산한 지난해 HBM 점유율은 SK하이닉스가 53%로 선두, 삼성전자 35%, 마이크론이 9%로 뒤를 이었다. SK하이닉스가 GPU(그래픽처리장치) 기반 AI 반도체 점유율 90%(2023년 기준)를 차지한 큰손 고객 엔비디아에 HBM3를 독점 공급했던 영향이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HBM 최대 생산량이 2024년 4분기 월 15만~17만 장(웨이퍼 기준)으로 같은 기간 SK하이닉스의 HBM 생산량 12만~14만 장을 웃돌 것”이라며 “하반기를 기점으로 HBM 경쟁 심화가 가중돼 SK하이닉스 점유율 하락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은 SK하이닉스가 올해도 HBM 주도권을 놓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기존 범용 D램 시장 경쟁이 생산능력에 기초한 원가경쟁이었던 반면, HBM 시장은 제품 고도화와 성능, 업체 간 협력관계 등을 고려해야하는 복잡한 구조라는 것이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과거 레거시 D램 시장의 게임의 법칙인 케파(생산능력) 우위 원가경쟁은 통용되지 않는다”면서 “후공정 중심 스페셜티 D램 시장은 핵심 고객과의 기술 모색, 전후방업체와의 연합 진영 구축, 소재·장비의 배타적 사용권한 등 역전을 위한 조건이 복잡해진다”고 설명했다.
한동희 SK증권 애널리스트도 “HBM 시장은 원가 경쟁이 아닌 성능 경쟁에 집중돼 있다”고 분석했다. 한 애널리스트는 “HBM 의 경쟁 논리는 (차세대 제품 개발 등)기술 고도화를 통한 프리미엄 창출”라며 “가격방어를 위해서라도 HBM 고도화가 필수적”이라고 했다.
예컨대 마이크론이 지난해 4세대 HBM3을 건너뛰고 5세대 HBM3E 개발로 건너뛴 것과, 올해 초 삼성전자가 HBM3E 8단 검증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HBM3E 12단 샘플도 엔비디아에 보낸 것도 이같은 경쟁양상 때문이다.
3월 세계최초로 HBM3E 8단 양산과 엔비디아 공급을 확정 지으면서 가장 빠른 진도를 보이는 SK하이닉스는 동맹 구축에서도 발빠른 대응을 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최근 세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 TSMC와 HBM4 개발에 협력한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인공지능(AI) 메모리 글로벌 리더 SK하이닉스는 파운드리 1위 기업 TSMC와 힘을 합쳐 HBM 기술혁신을 이끌어 내겠다”며 “고객-파운드리-메모리로 이어지는 3자 간 기술 협업을 바탕으로 메모리 성능의 한계를 돌파할 것”이라 밝혔다. 고객사인 엔비디아와의 협업도 강화하겠다는 의도다.
김선우 애널리스트는 “SK하이닉스와 TSMC의 HBM4 협력은 이제 시작일 뿐”이라면서 “SK하이닉스는 이미 HBM 시장에서 경쟁력을 입증 받았기 때문에 전·후방 업체들로부터 연합의 대상이 됐다”고 했다.
이에 삼성전자는 메모리사업부와 파운드리사업부를 통 ‘턴키(Turn Key)’ 전략으로 맞대응 할 방침이다.
한편 이달 미국 정부가 삼성전자에 최대 64억달러(약 9조원)의 보조금을 지급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에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삼성의 중요한 투자를 축하하며 미 상무부의 지원에 박수를 보낸다"며 "삼성전자 테일러 공장과 함께 삼성과 오랜 파트너십을 지속하게 돼 기쁘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삼성전자와 엔비디아의 협력 강화에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홍윤기 한국금융신문 기자 ahyk815@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