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 매각이나 지방은행 전환 등 지배구조에 영향을 주는 방법 대신, 내년이나 오는 2026년쯤 국내에 SBI금융지주를 출범시키는 방안을 최우선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현행 금융지주회사법상 ▲자산총액이 5000억원 이상이고 ▲1개 이상의 금융기관을 지배하고 있으며 ▲소유하는 자회사 주식가액 합계액이 자산총액의 50%를 넘으면 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해야 한다.
회사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올해 말까지 SBI-BF의 순자산 가치가 5000억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지주사 전환 대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내년이나 내후년쯤 지주체제로 변경하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귀띔했다.
다만 일반지주회사가 공정거래법상의 요건만 갖추면 지주사로 강제 전환되는 것과 달리, 금융지주회사는 금융지주회사법에 의해 금융위원회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
또 모든 성립 요건을 충족하더라도, SBI-BF는 SBI저축은행 지분율을 50% 이상 확보해야 한다.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라 자회사의 주식을 발행주식 총수의 100분의 50 이상을 소유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SBI-BF가 보유한 SBI저축은행의 지분율은 22.66%이기 때문에, 27.34%를 추가 확보해야 한다. 이는 SBI저축은행의 대주주인 특수목적법인(SPC) 3곳과 SBI-BF를 합병하는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다.
SBI저축은행 지분은 ▲SBI-BF 22.66% ▲SBI-CF 22.66% ▲SBI-IF 22.66% ▲SBI-AF 17.25 ▲SBI저축은행 14.77%를 보유하고 있다. 만약 BF·CF·IF·AF가 합병할 시 보유 지분율은 단숨에 85.23%로 올라가게 된다.
SBI저축은행 측은 금융지주회사 전환에 대해 “장기적인 관점이며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SBI-BF가 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하지 않는 방법도 있다. SBI-BF가 가진 SBI저축은행 지분 22.6%를 매각하면 된다.
다만 이는 실행에 옮기기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지분 청산 시 과도한 세금 폭탄을 맞을 수 있으며, 업계 1위 저축은행으로 규모가 큰 만큼 원매자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이다.
지방은행으로의 전환도 생각해 볼 수 있지만 지배구조가 걸림돌이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SBI저축은행의 자본금은 1조5615억원으로 지방은행 자본금 요건인 250억원을 상회한다.
하지만 은행법에 따라 금산분리 원칙과 동일주식보유한도 규제를 받아야 하므로 이것마저 쉽지 않다. 현행법상 산업자본은 은행 지분을 4% 초과 보유할 수 없으며, 지방은행 지분 보유 시 15%로 제한된다. 이는 과학 및 기술 서비스업을 영위하는 SBI-BF와 금산 분리 원칙에 걸리게 된다.
SBI홀딩스의 한국 사업 포트폴리오는 총 4개다. SBI저축은행과 SBI인베스트먼트, SBI핀테솔루션즈, SBI캐피탈이 있다. 이중 신기술사업금융업을 영위하는 SBI캐피탈은 2021년 5월 국내 기업 활동을 고도화하기 위해 가장 최근에 설립된 여신전문금융사다.
2022년 말에는 SBI저축은행이 SBI홀딩스에 인수되면서 발생한 1조3000억원 규모의 결손금을 전부 해소했다. 작년 2월에는 인수 약 10년 만에 940억원 규모의 배당을 실시하기도 했다. 당시 SBI저축은행은 배당 일부를 자산운용사 설립이나 인수 등 국내 사업 재투자 자금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지난해 9월에는 경영전략본부장으로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출신인 강윤구 전무이사를 영입했다. 김 전무는 지난 20년간 김앤장에서 근무하며 저축은행을 비롯한 금융권 전반의 규제 이슈와 지배구조를 자문했다.
2014년 BNK금융지주의 경남은행 인수와 2015년 KB금융지주의 LIG손해보험 인수 모두 그의 손을 거쳐 간 거래들이다. 사모펀드 키스톤프라이빗에쿼티 법률 전문가와 아시아경제신문 최고법률책임자(CLO)를 역임하기도 했다.
다수의 인수합병(M&A) 거래 자문 경력과 투자 및 리스크관리 부문의 노하우를 가진 인물인 만큼, SBI그룹과 저축은행의 중요한 현안에 주도적 역할 수행이 가능한 적임자라는 설명이다.
현재 금융지주사 전환 관련 업무는 경영전략본부 산하 전략리스크관리실 내 미래비전팀에서 담당하고 있다.
신혜주 한국금융신문 기자 hjs0509@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