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현 금융위원장은 26일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1차 세미나'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 사진= 한국금융신문(2024.02.26)
이미지 확대보기상장기업이 자율적으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할 수 있도록 하고, 세정지원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을 중심으로 한다.
올해 3분기에 '코리아 밸류업 지수'를 개발하고, 4분기에는 관련 ETF(상장지수펀드) 상장에도 나선다.
앞서 일본 도쿄 증권거래소 사례를 참조하되, 한국 시장 특성에 맞춰 가이드라인을 보완하고 참여 인센티브와 지원체계를 강화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위원장 김주현닫기김주현기사 모아보기)는 26일 한국거래소(이사장 정은보닫기정은보기사 모아보기), 자본시장연구원, 상장회사협의회, 코스닥협회 등 유관기관과 함께 여의도 거래소에서 '한국 증시 도약을 위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1차 세미나'를 개최했다.
1차 세미나를 통해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이 공개됐다. 세미나에서 지원방안의 주요 내용을 소개하고,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 수렴에 나섰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한국 주식시장은 2023년말 시가총액은 2558조원으로 주요국 13위 수준으로, 그간 양적 성장에도 주가순자산비율(PBR) 또는 주가수익비율(PER)이 주요국 대비 낮은 상황이다.
PBR은 2023년말 1.05, 10년 평균 1.04이다. PBR 1미만 기업수는 2023년말 기준 코스피 526개(65.8%), 코스닥 533개(33.8%)에 달한다.
한국 증시 ROE(자기자본이익률)은 2023년말 5.2%, 지난 10년간 8.0%다. 미국(17.7%, 14.9%), 대만(12.5%, 13.6%) 등 대비 낮은 수준이다.
한국증시 배당성향(10년평균 26.0%)도 낮은 수준으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자본 활용도가 미흡한 실정이다. 대만(55.0%)보다는 절반 수준이고, 미국(42.4%), 일본(36%) 등과 비교해도 낮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정지헌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 상무가 정부·유관기관 논의를 통해 마련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의 세부내용을 발표했다. 이어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이 '기업가치 제고 관련 해외사례 및 시사점'을, 김춘 상장협 본부장이 상장협·코스닥협회 공동으로 마련한 '배당절차 개선 추진현황 및 밸류업 노력 확산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유관기관 공동으로 마련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세부내용에 따르면, 상장기업의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자율적인 노력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기 위하여 유관기관은 기업가치 제고 계획의 수립·이행·소통 지원, 기업가치 우수기업에 대한 시장평가 및 투자 유도, 전담 지원체계 구축의 세 가지 틀을 바탕으로 적극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먼저 상장기업이 자율적으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기업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과감한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가이드라인을 토대로 기업이 자율적으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수립·이행·소통할 수 있도록 주요 원칙과 내용, 공시방법 등을 종합적으로 제시한다. 상장기업이 이사회를 중심으로 매년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각 기업에 적합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스스로 수립해서 이를 자사 홈페이지에 공표하고 거래소에 자율 공시하도록 안내한다. 기업가치 제고 계획은 '현황진단 → 목표설정 → 계획수립 → 이행평가·소통'으로 구성된다.
기업가치를 제고하고 기업이익의 주주환원을 유도하기 위해 다양한 세제지원 방안도 강구할 예정이다. 매년 우수기업에 대한 표창 수여, 모범납세자 선정 우대 등 세정지원 등 혜택도 적극적으로 제공할 계획이다.
5종 세정지원은 모범납세자 선정 우대, R&D(연구개발) 세액공제 사전심사 우대, 법인세 공제·감면 컨설팅 우대, 부가·법인세 경정청구 우대, 가업승계 컨설팅으로 구성된다.
또 수익성 및 시장평가 양호 기업, 기업가치 제고 기대 기업 등 기업가치 우수 기업에 대한 시장평가와 투자 판단을 지원한다. 기업가치 우수 기업 중심으로 '코리아 밸류업 지수'를 개발해서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가 벤치마크 지수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ETF 상장을 통해 일반투자자들도 투자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가 기업가치 제고 노력을 투자판단에 활용하도록 스튜어드십 코드에 반영한다.
기관투자자는 투자대상회사가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수립·시행하고, 시장과 소통하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음을 가이드라인에 명시한다.
아울러, 기존 거래소 정보데이터 시스템에 흩어져 있는 정보를 모아 시장별·업종별 PBR·PER·ROE 등 주요 투자지표를 비교공표함으로써 투자자 편의를 높일 수 있도록 한다.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26일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1차 세미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사진= 한국금융신문(2024.02.26)
이미지 확대보기한국거래소에 전담부서를 설치하고,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의 시행·보완·발전을 지원하기 위한 자문단을 구성·운영한다.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 현황 등 각종 정보를 한눈에 조회할 수 있도록 통합 홈페이지도 구축하기로 했다.
전담 지원체계를 중심으로 상장기업 대상 공시교육, 중소기업 컨설팅·영문번역 지원, 공동 IR·온라인 홍보 등 기업의 적극적 참여를 위한 지원기능을 강화한다. 또한, 상장기업과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한국거래소·상장협·코스닥협회 주관 상장기업 간담회도 연중 지속 개최해 나가기로 했다.
이날 공개된 기업 밸류업 지원 방안은 자율적 권고가 핵심이다.
'기업 참여가 저조해 실효성이 낮아지는 것 아닌 지, 공시를 의무화하거나 상장폐지 등 페널티를 강화해야 하는 것 아닌 지'에 대한 질문에 대해, 금융위는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기업 노력을 강제하는 것 보다는, 인센티브를 통해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 현실적이고 바람직"이라며 "따라서, 상장기업이 각 기업의 상황에 적합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이행할 수 있도록 자율 사항으로 운영하되, 인센티브를 적극적으로 제공하고, 시장의 평가와 투자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기업 참여를 독려해 나갈 예정이다"고 밝혔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이날 세미나 축사 모두발언에서 그간의 정부의 노력에 더해 우리 기업들이 자본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아 성장하고 그 과실을 투자자들이 함께 향유하고 재투자하는 선순환적 자본시장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기업 스스로의 기업가치 제고 노력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주현 위원장은 "기업 밸류업은 어떤 한 두 가지 조치로 단기간에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며, 기업, 투자자, 정부가 함께 중장기적인 시계에서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하는 과제이다"며 "정부도 세제 개선, 상법 개정 등 추가적인 지원방안을 마련해 나갈 계획이다"고 말했다.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인사말에서 "정부, 유관기관이 함께 마련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은 기업 자발적 노력을 유도하며, 한국거래소도 지원하겠다"며 "기업 스스로 가치 제고 계획을 수립하고 이행하기 위해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겠으며, 우리 기업, 투자자, 전문가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겠다"고 말했다.
정은보 이사장은 "우리나라보다 기업 가치 제고에 먼저 나선 일본이 잃어버린 30년을 극복하고 증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며 "우리도 2021년 3300포인트 넘어 국내외 투자자로부터 코리아 프리미엄을 인정받는 시장으로 탈바꿈할 수 있도록, 거래소는 이번 지원안을 단발성이 아닌 중장기적 시각으로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금융위, 거래소는 오는 5월 중 2차 세미나를 개최하고 가이드라인 세부내용에 대한 기업 등 의견을 수렴하고, 상반기(6월) 중 가이드라인을 확정할 계획이다.
금융위는 "올 하반기부터 준비된 기업이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자율적으로 수립·공시할 수 있도록 지원체계 구축 및 각종 인센티브 마련 등 세부 과제를 차질없이 이행하여 우리 증시의 도약을 적극 지원해 나갈 계획이다"고 밝혔다.
정선은 한국금융신문 기자 bravebambi@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