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진 = 삼성전자
이미지 확대보기검찰에 대한 불만도 곳곳에 들려온다. 기소 전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의 수사중단 권고에도 검찰의 기소 강행으로 3년6개월여간의 재판이 진행됐다. 이재용 회장이 사법리스크로 투자와 인수합병 양면에서 발이 묶인 사이 삼성은 반도체, 스마트폰 등의 영역에서 경쟁사에 선두자리를 내줬다. 1심 결과에 검찰이 불복하고 항소로 사법리스크가 향후 몇 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검찰의 '체면 살리기'식 항소가 글로벌 경쟁력 악화와 재계의 피로감을 가중 시키고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삼성전자는 오는 3월 20일 개최되는 55회 정기 주주총회 안내공시했다. 주주총회에서는 ▲재무제표 승인 ▲사외이사 신제윤 선임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조혜경 선임 ▲감사위원회 위원 유명희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 ▲정관 일부 변경의 안건이 상정될 예정이다.
관심이 집중된 이재용 회장의 등기이사 선임건은 포함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앞서 8일 서울중앙지검이 이재용 회장에 무죄를 선고한 1심판결에 불복하고 항소하면서 사법리스크가 남아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고있다.
20일 이찬희 삼성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은 이재용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가 미뤄진 것과 관련해 “책임 경영을 강화하는 의미에서 등기이사로 빠른 시일 내, 적정한 시점에 복귀하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했다. 단, 이찬희 위원장은 위원회의 의견이 아닌 개인적인 의견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5일 이재용 회장의 1심 무죄 판결 소식이 전해지자 재계에서는 환영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강석구 대한상공회의소 조사본부장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건과 관련해 이재용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 판결을 적극 환영한다"며 “첨단산업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우리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과 이제 막 회복세에 들고 있는 우리 경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후 검찰이 항소의지를 밝히자 이에 대한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검찰의 체면 살리기 식 무리한 항소가 삼성 및 한국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이다.
애초에 수사 시작부터 잡음이 있었다. 지난 2020년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는 이번 이재용 부회장 등에 대한 혐의 입증이 어려울 것이라면서 불기소 및 수사 중단을 권고했으나 검찰은 수사를 강행했다. 1심에서도 검찰이 제시한 19개 혐의 모두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끝내 검찰은 항소를 결정했다.
검찰이 항소 움직임을 보이자 구미상공회의소는 성명서를 내고 “이재용 회장에 대해 검찰이 항소를 시사하는 점은 등골이 싸늘하다 못해 부서지는 심정”이라면서 “대한민국 제조업체와 600만 자영업자를 사지로 내보내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삼성전자가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우리 경제를 크게 성장시킨 점은 과거 이순신 장군의 업적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것”이라며 “MZ세대 이후 알파세대가 윤택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검찰에서 항소하는 일은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했다.
삼성은 인공지능(AI) 산업 관련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진 환경에서 중장기 투자 결정을 비롯한 중대한 경영 판단에서 타사 대비 뒤쳐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등 성장 산업에서 다양한 인수합병(M&A) 전략을 검토해 왔으나 2017년 하만 이후 이렇다 할 행보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동안 삼성은 AI칩 필수 메모리인 HBM(고대역폭메모리)의 주도권을 SK하이닉스에 내줬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에서도 1위 대만 TSMC의 경쟁률을 따라잡지 못하고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TSMC 점유율은 2022년 1분기 점유율 54%에서 지난해 3분기 59%로 확대된 반면, 삼성전자는 같은 기간 15%에서 13%로 감소했다.
지난해에는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2010년 이후 처음으로 출하량 기준 애플에 1위 자리를 내줬다. 지난해 애플은 2억3460만대를 출하한 반면, 삼성은 2억2660만대에 그쳤다.
한 재계 관계자는 “수출 강국인 우리나라가 고금리 등 글로벌 경제의 여러 리스크로 수출에 활로가 막히고 어려움들이 있는 상황에서 이재용 회장의 사법리스크는 지리멸렬하게 이어지는 감이 있다”면서 “삼성 뿐 아니라 재계에서도 이러한 반복되는 사법리스크에 피로감이 높아지다 보니, 대승적인 차원에서 같이 나아갈 수 있는 검토가 필요하지 않나”고 의견을 밝혔다.
홍윤기 한국금융신문 기자 ahyk815@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