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경영권 불법승계’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서울중앙지법을 나서는 이재용 회장에 환호가 쏟아졌다. 이 회장의 무죄 소식에 재계에서도 판결에 대해 환영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재용 회장과 삼성전자를 둘러싼 ‘사법리스크’가 일단은 진정국면에 들어서면서 그동안 발목잡혀있던 이 회장의 경영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과거 이 회장은 사법리스크에서 벗어날 때마다 수백조에 달하는 투자를 단행했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위기에 빠진 메모리 반도체 부문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삼성물산 제일모직 부당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등 검찰이 제시한 19개 혐의 모두 재판부로부터 인정받지 못했다. 법원을 떠나는 이재용 회장에게 박수와 응원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검찰의 항소 가능성도 남아있지만, 19개 혐의가 모두 무죄로 판결됨에 이마저도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애초에 이번 수사도 검찰이 2020년 수사심의위원회의 수사중단 의견을 뿌리치고 감행한 것이었다.
자연스럽게 이재용 회장이 다음 행보로 관심이 이동하고 있다. 이재용 회장은 과거 사법리스크에서 해소될 때마다 대규모 투자를 진행했다.
이재용 회장은 2018년 8월 8월 경제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180조원 투자와 4만명 직접 채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국정농단 재판 2심에서 집행유예를 받고 석방된 후 6개월 만이다. 2021년 1월 상고심인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6개월로 재구속된 이후 7개월 만에 가석방된 후 240조원의 투자 계획을 밝혔다.
블룸버그도 "세계 최대 메모리칩·디스플레이 제조사의 부담을 덜어주는 판결"이라 평가했다.
D램 낸드 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를 담당하는 삼성전자 DS부문은 지난해 14조88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2022년 영업익 23조8200억원과 비교하면 1년새 38조7000억원이의 영업익 감소를 낸 셈이다.
특히 생성형 AI 열풍으로 D램 메모리 시장이 HBM(고대역폭 메모리) 중심으로 재편되는 가운데, 경쟁사인 SK하이닉스에 HBM 선두를 내주고 D램 전체 점유율 1위마저 위협받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올해도 HBM 시장에서 주도권을 쥐고 있다. AI칩 시장 점유율 80%를 차지하는 ‘큰손’ 엔비디아가 상반기 출시하는 그래픽처리장치(GPU) 신제품 엔비디아 GPU ‘H200’과 ‘B100’에 HBM3E(5세대 HBM)을 납품하기로 했다.
최근에는 SK하이닉스와 엔비디아가 2025년 1분기 HBM물량을 논의하기로 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HBM의 경우 고객사와 사전 협의와 계약을 통해 케파(생산능력)를 결정하는 수주형 성격의 제품이다.
이러한 D램 등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위기는 이 회장이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이미지 확대보기지난해 11월 결심 공판 최후 진술에서 이재용 회장은 "저의 모든 역량을 온전히 앞으로 나아가는 데만 집중할 수 있도록 기회를 달라"며 "글로벌 공급망이 광범위하게 재편하고 있어 생성형 AI(인공지능) 기술이 반도체는 물론 전세계 사업에 영향 미치는 등 상상보다 빠른 속도로 기술혁신이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한편 메모리 반도체 시황은 회복 중에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컨퍼런스콜에서 “금리 정책, 업계 감산 추이 등 다수 변수로 일부 변동폭은 존재하겠으나 전반적인 업황 회복세는 지속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이에 맞춰 1b나노(10나노급 5세대) 기반 고용량 DDR5 시장 리더십 제고, TSV(실리콘관통전극) 케파 확대 통한 HBM 사업 확대. 생성형 AI향 성능 및 용량 요구 대응을 위한 HBM3E 및 Gen 5 SSD 적기 양산 등의 계획을 제시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5일 1심 선고를 앞두고 열린 금감원 업무계획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금융업무를 담당하는 공직자 중 한 사람으로서 삼성그룹과 이재용 회장이 이걸 계기로, 경영혁신이나 국민경제에 대한 기여에 족쇄가 있었다면 심기일전할 기회가 되면 좋지 않겠나 싶다”고 했다.
홍윤기 한국금융신문 기자 ahyk815@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