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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증시 해법, 워런 버핏 日 투자서 찾는다…"기업거버넌스 개혁 핵심" [코리아 디스카운트 CUT (하)]

정선은 기자

bravebambi@

기사입력 : 2024-01-29 14:37

버핏, '저평가' 日 5대 종합상사 지분 확대
日 '저PBR 대책 내라' 요구…주주환원 UP
벤치마킹 韓, '기업밸류업'…상법 개정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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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증시 해법, 워런 버핏 日 투자서 찾는다…"기업거버넌스 개혁 핵심" [코리아 디스카운트 CUT (하)]이미지 확대보기
[한국금융신문 정선은 기자] 선거의 해 정치권에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증시 저평가) 이슈를 쏘아 올렸다. 소액주주 보호를 위한 상법 개정, 주가 상승을 막는 상속·증여세제 정비 필요성 등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 증시의 복합적인 저평가 배경을 진단하고, 기업거버넌스 개선 등 벤치마킹 할 수 있는 해외사례 등을 들여다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투자의 대가' 워런 버핏이 일본 5대 종합상사 지분을 확대한 동력으로 거론되는 것 중 하나가 일본의 기업거버넌스 개혁 효과다.

일본 금융청(FSA)은 2014년 2월 일본판 ‘스튜어드십코드’(기관투자자의 수탁자 책임에 관한 원칙)를 공표했다. 2015년 3월에는 도쿄증권거래소와 공동으로 ‘기업거버넌스코드’(기업지배구조 지침)을 도입했다. 특히 2023년 4월 도쿄증권거래소가 PBR(주가순자산비율) 1배 미만으로 저평가된 일본 상장사를 대상으로 주가를 끌어올릴 구체적 방안과 이행 목표를 공개하도록 압박하면서 기업들의 배당 확대, 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을 이끌어 냈다.

엔화 약세라는 우호적 여건이 겹친 가운데 기업지배구조 개선으로 외국인 투자자 유입이 이어졌다. 일본 증시는 버블 경제 이후 30여년 만에 역대급 불기둥을 뿜어내고 있다.

일본 사례는 한국에도 시사점이 있다. 궁극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해서는 지배주주와 일반주주 간 이해상충을 제거하고, 상장사들이 주주가치 올리기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무늬만' 아니라…日 주주환원 현실화 이끌다
29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가치투자 대가인 워런 버핏이 이끄는 투자회사 버크셔 해서웨이는 지난 2020년 8월 ▲이토추상사 ▲마루베니 ▲미쓰비시상사 ▲미쓰이물산 ▲스미토모상사 등 일본 5대 종합상사의 주식을 매입했다고 공개했다. 또 버핏은 2023년 6월에 5곳 기업에 대한 지분율을 평균 8.5%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버핏의 투자 전략은 이른바 저평가 우량주를 싸게 사 장기 보유하는 방식이다. 버핏은 주주환원의 기반이 되는 잉여현금흐름(FCF)을 많이 창출하는 기업을 주목했다. 이러한 가운데 일본 종합상사의 주식이 저평가로 매력이 있다고 본 것이다.

2023년 일본 도쿄증권거래소는 주가가 장부가보다도 낮아 청산가치에도 미치지 못하는 PBR(주가순자산비율) 1배 미만의 기업들에게 자본수익성과 성장성을 높이도록 ‘이례적으로’ 촉구했다. 이 정책은 주가 상승의 상당한 동력이 됐다는 평이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일본 새로운 자본주의 정책의 국내 시사점(2024년 1월)' 리포트를 통해 "구체적인 기업 명단을 공표한 것은, 무늬만 기업가치 제고 노력을 요구하는 것이 아닌 상장기업들로 하여금 적극적인 주주가치 노력을 펼치도록 요구하고 이를 정부가 모니터링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고 강조했다.

실제 일본 기업들의 ROE(자기자본이익률), 배당성향, 배당수익률이 개선되면서 마이너스(-)금리인 일본 자산시장에서 일본주식의 매력은 커졌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일본 주식시장의 강세는 ‘신(新) NISA(소액투자비과세제도)’에 따른 소액투자 활성화, 완화적 통화정책에 대한 기대가 낳은 합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데, 더욱 근본적 요인은 정부가 주도하는 주주환원 정책 강화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소액주주, 제 목소리 내도록"…韓 법·제도 정비 잰걸음
최근 한국에서는 30%에도 미치는 못하는 주주환원율을 높여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기업공개(IPO)를 한 후 상장 기업으로써 이익이 나면 주주에게 배당,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등 주주환원 의무를 당연히 이행해야 한다는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즉 "주주환원은 기업의 재량이나 시혜적인 것이 아니다"는 의미다.

자본시장 한 관계자는 “한국 증시에서는 이사회에 참여하지 않아도, CEO(최고경영자)가 아니어도, 최대주주라면 회사 경영을 마음대로 지시하고 통제할 수 있다는 관념이 지배하고 있는 게 문제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한국 증시의 ‘큰 손’인 연기금 특히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에 대해 “너무 소극적이다”며 아쉬워하는 목소리도 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서는 법/제도, 투자자와 더불어, 특히 상장 기업 스스로 소액주주 권익 보호, 주주가치 제고 등의 노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이에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법무부 등 관계부처는 합동으로 최근 2024년 1월 '상생의 금융, 기회의 사다리 확대를 위한 금융정책 방안'을 발표했다. 방안에 따르면, 금융위, 법무부가 협업해서 회사법 체계 근간인 상법 개정 추진에 나선다. 이사가 회사의 사업기회를 유용하지 못하도록, 이사의 손해배상 책임을 구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주주총회 내실화에도 공 들인다. 법무부에서 소액주주가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전자주주총회를 도입하고, 의결권 기준일, 주총일이 달라서 주식 매도 후 주총에 참석하게 되는 문제 등을 정비하는 상법 개정 추진에 힘을 쏟고 있다.

아울러 상장법인에 이어 비상장법인도 물적분할 때 반대주주에게 주식매수청구권을 부여토록 확대하는 것도 이번 상법 개정 추진안에 담았다.

이 밖에도 현재 국회에는 이사의 충실 의무를 회사를 넘어 주주의 이익까지 확장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 상법 개정안 등도 올라와 있다.

특히 '기업 밸류업(value up) 프로그램' 마련은 이번에 추진하는 정부 정책의 핵심 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정부와 거래소가 주도하는 증시 부양정책이 효과를 발휘한 일본 사례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상장사 주가가 기업가치보다 낮게 평가되는 현상을 극복하고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으려면 기업 스스로 지배구조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을 골자로 한다.

예컨대, 기업가치 제고 계획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 기재 권고, 상장사의 주요 투자지표 비교공시 및 공시우수법인 선정 시 가점 부여, 주주가치가 높은 우수기업으로 구성된 상품지수 개발 및 이를 추종하는 ETF(상장지수펀드) 상장 등이 거론된다. 한국거래소에서는 오는 2월 중 세부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다.

또 정부는 대주주의 불합리한 경영권 확보 방지를 목표로 인적분할 과정에서 자사주에 신주 배정을 금지하는 방안도 검토 대상으로 올렸다. 대주주의 편법적 지배력 확대 유인을 막기 위한 전환사채(CB) 제도 개선도 추진한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2024년 1월 '금융당국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찬성' 논평에서 "한일(韓日) 주가가 반대로 가는 이유는 일본의 거버너스 액션 프로그램 영향으로, 한국 기업이 일본에 비해 제품·서비스가 더 좋은데도 거버넌스가 낙후돼 투자 매력도가 형편없이 떨어진다"며 “상장기업들이 결자해지 해야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본격 해소된다"고 주장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측면에서도 기업지배구조(G) 개선은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필수 과제가 되고 있다.

양일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ESG, 국내외 행동주의 캠페인 비교와 시사점(2023년 3월)’ 리포트를 통해 "한국증시에 PBR 1배 미만 저평가 기업이 많다보니 한국에서 행동주의 캠페인이 지속적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며 "ESG가 행동주의 근거가 될 경우, 지배구조 문제는 우선적인 논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선은 한국금융신문 기자 bravebamb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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