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구의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길기영 의장을 비롯한 의원들이 발언 중이다. / 사진=장호성 기자
이미지 확대보기16일 중구의회에 따르면, 중구청이 행정적 절차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미숙함으로, 210억원을 송두리째 못 쓰게 되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앞서 양 기관 갈등은 중구청이 제출한 5764억원 규모의 2024년 사업예산안을 중구의회가 80억원 삭감한 5684억원으로 수정 가결하면서 진행됐다. 이를 받아드릴 수 없었던 중구청은 지난 12일 보도자료를 통해 “주민에게 꼭 필요한 예산을 삭감했다”며 30여 개의 사업(▲어린이집 개·보수비 ▲남산 고도제한 완화에 따른 건축 컨설팅 지원비 ▲임산부 친환경 농산물 지원비 ▲경로당 복지시설 등 긴급 소규모 시설 개보수 지원 사업 예산 등)을 거론하며 의회를 규탄했다
다만 12월28일 실제로 구청이 재의 요구한 사업은 주로 시설관리공단과 문화재단 등과 관련된 단 5개 사업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구의회 측은 “중구청에서 재의요구한 5개 사업 총 210억원을 송두리째 못 쓰게 되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지방자치법 제120조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재의요구를 하면, 의회에서는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전과 같은 의결을 하면 예산이 그대로 확정된다.
즉, 9명의 중구의원 중 6명 이상의 의원이 다시 전과 같이 찬성해 가결되면 지난달 12일에 최종 의결된 5684억원은 다시 확정돼 대다수의 예산은 집행할 수 있지만, 6명 이상의 찬성을 얻지 못해 부결이 되면, 해당 안건은 의결정족수 미달로 폐기된다. 중구청에서 재의요구한 5개 사업 210억원은 애초부터 없는 예산이 된다는 의미다.
현재 중구의회 의원은 9명 중 4명이 국민의힘, 4명이 더불어민주당, 1명은 무소속 의원으로 구성돼 있다. 재의요구안에 대한 의결정족수는 2/3인 6명에 해당된다. 따라서 이러한 상황이 되면, 중구청에서는 사라진 210억원에 대해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하고 의회에 다시 의결 요청해야 하는 불필요한 행정절차를 밟아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다.
중구의회 관계자는 “집행부가 재의요구안이 본회의에서 부결될 가능성이 있고 부결되면 해당 사업의 예산을 못 쓰게 되는 상황이 발생함을 뒤늦게 깨달은 것 같다”며 “이에 긴급하게 지난 1월12일, 재의요구안을 철회 요청하고, 2024년도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을 제출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의회는 중구청의 재의요구안 철회 요청을 거부하고, 임시회를 개최해 ‘재의요구안’을 강행 처리할 예정이다.
서울시 중구의회 회의규칙 15조에 따르면, 의사일정안 상정에 관해는 의장이 결정하는 권한으로 중구청에서 재의요구안 철회 요청을 반드시 상정해 처리할 필요가 없다. 이에 의회는 이보다 먼저 이정미 의원 외 4명으로부터 제출된 임시회 소집 요구안(재의요구안 처리)을 받아들여 처리할 예정이다.
길기영 의장은 “주민을 호도해 진실을 숨기고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행위를 그만해야 한다”며 “서로가 상생하는 방안을 모색해, 진심으로 주민을 위한 행정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주현태 한국금융신문 기자 gun1313@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