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뚜기 오너 3세이자 뮤지컬배우 함연지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인 ‘햄연지’에서 아버지 함영준 오뚜기 회장과 식사를 하며 담소를 나누는 모습. 사진 = 유튜브 ‘햄연지’ 캡처
오뚜기 함영준닫기함영준기사 모아보기 회장 장녀 함연지 씨가 지난 4년간 운영하던 유튜브 채널을 중단하면서 한 말이다. 함 씨는 대기업 오너 출신답지 않은 소탈한 모습으로 대중들 인기를 끌었다.
1992년 생으로 미국 뉴욕대에서 연기 전공 후 뮤지컬 배우로 활약했다. 지상파 방송, SNS 등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했다. 아버지 함영준 회장과 유튜브에 동반 출연해 요리하는 모습도 보였다. 그의 유튜브 채널 ‘햄연지’는 구독자만 47만명에 달한다.
연예인으로 주목받던 그가 돌연 유튜브 채널 운영을 중단한 것이다. 이유는, 한식을 해외에 알리고 싶고, 로스앤젤레스에서 현장을 배워보고 싶다는 거였다. 로스앤젤레스를 언급한 것은 현재 그가 살고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함 씨는 지난 2017년 결혼해 미국 LA에서 거주 중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LA에는 오뚜기 미국법인 ‘오뚜기 아메리카홀딩스’가 있다. 오뚜기는 지난해 8월 생산법인 ‘오뚜기 푸드 아메리카’도 LA에 세웠다. 미국 생산 공장을 증설한다는 계획도 있다. 함 씨가 그간 외부 활동을 정리하고 경영에 참여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이런 가운데 김경호 전 LG전자 부사장이 오뚜기 글로벌사업본부장(부사장)으로 새롭게 합류했다. 오뚜기는 김 부사장 영입 후 글로벌사업부를 글로벌사업본부로 격상했고 인력도 대폭 충원했다.
흥미로운 점은 김 부사장이 함연지 씨 시아버지라는 사실이다. 물론 단지 친인척이라는 이유로 채용된 것은 아니다. 김 부사장은 서울 양정고, 서울대 국제경제학과를 나온 뒤, 카이스트(KAIST)에서 경영정보시스템(MIS) 박사 학위를 취득한 실력자다. 20년간 액센츄어 등 컨설팅 업계에서 근무했다. 지난 2009년 LG전자에 입사해 CIO 정보전략팀장(전무)와 BS유럽사업담당(부사장) 등을 역임했다. 기업 규모나 업종 등 모든 것이 다르긴 하지만 함 회장이 사돈인 김 부사장의 글로벌 사업능력을 높게 평가한 것이다.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오뚜기가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울 묘수를 찾고 있다는 말이다.
지난 1969년 창업주 고(故) 함태호 명예회장이 풍림상사를 세우며 시작한 오뚜기는 국내 대표 식품회사다. ‘오뚜기 분말 즉석카레’를 시판하며, 국민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오뚜기는 현재까지도 국내 분말 카레 시장점유율 80%대를 유지하며 50년 넘도록 1위 자리를 수성했다. 분말 카레 외에 마요네즈, 케첩, 식초 등 분야에서 압도적 선두 주자로 자리매김해 왔다. 다만, 전체 매출에서 국내 매출이 90% 가까이 차지할 정도로 내수 의존도가 심한 기업이라는 한계에 부닥친 상황이다.
오뚜기 2022년 매출은 3조1833억원인데, 그중 해외 매출은 3265억원에 불과하다. 전체 매출에서 10.3%를 차지한다.
이는 동종업계인 농심 해외 매출 비중이 37%, 삼양식품이 67%인 것을 비교하면 상당히 낮은 편이다. 지난해 3분기 오뚜기 누적 해외 매출은 2493억원으로, 전체 매출(2조6197억원) 대비 9.5%에 그쳤다.
오뚜기는 진라면, 진짬뽕, 진짜장, 진비빔면 등 진라면 시리즈부터 참깨라면, 스낵면 등 여러 라면 브랜드를 두고 있다.
그러나 K라면 열풍을 탄 농심 ‘신라면’이나 삼양식품 ‘불닭볶음면’에 비하면 많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 농심은 2022년 신라면, 짜파게티 등 효과로 라면 수출액이 역대 최대치인 12억4300만달러(약 1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라면으로만 1조 이상 수출을 했다. 삼양식품 불닭볶음면도 지난해 3분기 누적 수출액이 5876억원으로, 전년 수출액(6057억원)에 근접했다.
오뚜기로서는 사돈의 힘을 빌어서라도 해외시장 개척에 적극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오뚜기 관계자는 “해외시장에서 입지를 다지기 위해 글로벌 전략통인 김 부사장을 영입한 것”이라며 “오뚜기 글로벌 경쟁력을 제고할 적임자”라고 말했다.
손원태 기자 tellme@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