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 한국금융신문
이미지 확대보기25일 한국금융신문 ‘이사회 인물뱅크’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금융지주 사외이사 37명 가운데 28명의 임기가 내년 3월 끝난다. 전체의 4분의 3가량, 75.6%에 달하는 사외이사가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금융지주별로 보면 KB금융은 7명 중 4명, 신한금융은 9명 전원, 하나금융은 8명 중 6명, 우리금융은 6명 중 4명, NH농협금융은 7명 중 5명이 교체 대상이다.
주요 금융지주는 통상 사외이사 임기를 2년 보장한 후 1년 단위로 연장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상법상 최장 6년(KB금융은 최장 5년)까지 임기를 채울 수 있다.
내년 3월 사외이사 임기가 대거 만료되지만 대부분 재선임될 가능성이 크다. 금융권은 별다른 결격사유가 없는 경우 임기가 만료된 이사를 연임시켜왔다. 최대 임기까지 보장하는 게 관례처럼 여겨져 왔다.
5대 금융지주 규정상 사외이사 최대 임기는 KB금융만 5년이고 하나·우리·NH농협금융은 6년으로 동일하다. 내년 3월 최대 임기를 채워 교체가 불가피한 사외이사는 KB금융에서 김경호 이사회 의장이 있다. 김 의장은 2019년 3월부터 사외이사를 맡아 5년 임기를 지냈다.
하나금융에서는 김홍진 의장과 양동훈, 허윤 사외이사가 6년 임기를 채워 자리에서 물러날 예정이다. 신한금융과 우리금융, 농협금융에서는 최대 임기까지 모두 채운 사외이사가 없다.
개인적인 사유로 물러나는 사람이 없다면 5대 금융지주에서 사외이사 교체 폭은 10%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금융지주 사외이사 선임 방식은 대대적인 ‘물갈이’가 어려운 구조다. 5대 금융지주는 모두 현재 사외이사들로 꾸려진 사외이사추천위원회에서 새로운 후보를 추천하고 이를 주주총회에서 최종 승인하는 절차를 따르고 있다. 사외이사진끼리 새 사외이사를 뽑는 폐쇄적인 충원 제도라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금융지주들이 경영진에 대한 견제와 감시라는 본연의 업무를 다하지 못한 사외이사들을 연임시키며 ‘거수기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꾸준히 제기돼왔다.
금융당국은 ‘주인 없는 회사’인 금융지주의 이사회가 거수기로 전락하면서 회장이 제왕적 권력을 행사하는 지배구조가 자리 잡은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4대 금융지주가 이사회에서 논의한 안건 총 128건 가운데 부결된 안건은 없었다. 반대 의견도 전체 4건에 그쳤다.
이에 금융당국은 지난 12일 발표한 ‘은행지주·은행의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관행’에 이사회 구성의 집합적 정합성 및 독립성 확보(9개 핵심원칙), 이사회 및 사외이사 평가 체계(5개 핵심원칙) 등의 내용을 포함했다.
다만 모범관행은 강제성이 없고 제도 반영 시 이사회 및 주주총회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하는 점 등을 고려하면 즉각적인 반영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금융당국은 은행별 특성에 적합한 자율적 개선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모범관행이 안착되고 책무구조도가 본격 적용되는 내년말 이후에야 주요 금융지주 이사회 제도에도 본격적인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박충현 금융감독원 은행 담당 부원장보는 “이번 모범관행과 관련해 당국이 실질적 제재를 할 수는 없지만, 경영실적평가에 해당 항목들을 반영해 (은행 및 지주사들이 제대로 반영하지 않을 경우) 감독당국에서도 손 놓고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