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자산운용이 권희백 대표이사 체제로 전환한 지 1주년이 됐다. 올해 초 한화투자증권(대표 한두희닫기한두희기사 모아보기)과 양사 간 대표이사 맞교환을 진행할 때까지만 해도 시장에선 의문을 표했다. 하지만, 그 성과가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특히 권 대표는 금융 전문가 역량을 살려 그룹사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다양한 상품들을 선보인 데 이어 체제 전환 후 흑자 전환까지 달성해 성공적이란 평가도 나온다.
권희백 대표는 지난 1988년 한화투자증권에 입사한 이후 35년 동안 한화그룹사에만 몸담은 골수 ‘한화맨’이다.
권 대표는 한화증권의 전신인 제일증권에 공채로 입사해 자산운용본부장, 리스크관리본부장, 기획관리본부장 등을 거쳐 2015년에는 잠시 한화생명으로 거처를 옮겨 투자부문장도 지냈다. 2017년에 다시 한화투자증권으로 돌아와 경영관리총괄을 역임했다. 같은 해 7월에는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공채 출신 중 최초로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오른 권 대표는 그동안 쌓아왔던 투자 전문가 역량을 바탕으로 적자의 늪에 빠져있던 한화투자증권을 정상 궤도로 끌어 올렸다.
권 대표가 취임하기 전인 지난 2016년 한화투자증권은 주가연계증권(ELS) 운용 손실로 연결기준 1608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하지만, 취임 첫해부터 557억원의 순이익을 내면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이후에도 ▲2018년 724억원 ▲2019년 986억원 ▲2020년 671억원으로 흑자기조를 이어갔다. 2021년에는 1441억원의 연간 순이익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권대표체제가 공고화된 지난 5년 동안 ▲콜버그크레비스로버츠(KRR)와 마스턴투자운용 등이 추진한 평택항 물류창고 조성사업 프로젝트파이낸싱(PF) 주관사 참여 ▲하나금융투자와 일본 시나가와 소재의 히타치솔루션 타워 B동 빌딩 공동 투자 ▲영국 콘투어글로벌사의 태양열 발전소 인수에 인수금융 제공 ▲삼성SRA자산운용과 프랑스 파리 뤼미에르 빌딩 인수 참여 ▲토스뱅크 컨소시엄 참여 ▲두나무 지분을 매입 등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뒀다.
한화그룹은 올해 초 금융 계열사 대표이사 인사에서 권 대표와 한두희 당시 한화자산운용 대표간 맞교체를 단행했다. 권 대표는 당시 적자를 기록하던 한화자산운용의 실적 개선과 대체 투자 부문 경쟁력 강화, 상장지수펀드(ETF) 사업 강화 등의 과제를 부여 받았다.
당시 한화그룹은 “급변하는 금융시장 상황에 보다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새로운 전략방향을 견인할 적임차를 배치코자 인사를 단행했다”며 “향후 계열사 간 사업 시너지도 강화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룹사 시너지 통한 ‘ETF 전략 차별화’
지난 6월에는 해외 기업이 아닌 국내 태양광산업에 초점을 맞춘 최초의 ETF인 ‘ARIRANG(아리랑) 태양광&ESS(에너지저장시스템) Fn’을 출시했으며 한화그룹의 핵심 사업들을 포트폴리오에 포함해 주목받았다.
해당 상품의 국내 상장기업 중 태양광과 ESS산업을 영위하는 대표 기업 10종목에 투자하며 기초지수는 ‘FnGuide태양광&ESS지수’다. 12월 1일 기준 편입 종목 상위권에는 ▲한화(20.92%) ▲LS일렉트릭(20.28%) ▲한화솔루션(17.32%) ▲LG에너지솔루션(9.68%) ▲LG화학(8.54%) 등이 이름을 올렸다. 최근 한 달 동안 10.57%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으며 순자산총액도 52억원대에서 59억원대로 늘었다.
한화자산운용은 상품 차별화를 위해 ‘ARIRANG 태양광&ESS Fn’을 포함해 다양한 ‘최초’ 타이틀의 신상품을 개발·출시하고 있다.
‘ARIRANG 미국테크10레버리지 ETF’는 지난 7월 상장된 국내 최초 빅테크 레버리지 ETF다. ‘iSelect 미국 테크 10지수를’ 기초지수로 추종하며 글로벌 빅테크 상위 10개 핵심 기업에 2배로 투자한다. 자산구성내역(PDF)을 살펴보면 ▲ARIRANG KOFR금리(21.35%) ▲TIGER CD금리투자KIS(합성)(11.51%) ▲QV KIS CD금리투자 ETN(6.21%) 등으로 구성돼 있다. 최근 한 달 수익률은 12.53%다.
하반기 들어 엔저 현상과 일본 증시의 훈풍으로 투자자들의 수요가 증가하자 8월 ‘ARIRANG 일본반도체소부장 Solactive’ ETF를 내놓기도 했다. 해당 ETF는 일본 반도체 소부장 기업에 집중 투자하며 환노출형으로 향후 엔화 절상 시 환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 구성 종목으로는 ▲도쿄일렉트론(20.61%) ▲신에츠화학(20.42%) ▲호야(15.93%) ▲아드반테스트(9.11%) ▲디스코(7.75%) 등이 있으며 최근 한 달 동안 14.16% 상승했다.
권 대표는 이 밖에도 ▲ARIRANG 국고채10년액티브 ▲ARIRANG 미국채30년액티브 ▲ARIRANG 미국달러SOFR금리액티브(합성) 등을 출시하며 ETF 라인업을 확장하고 있다. 또한 한화자산운용의 전문성과 경쟁력을 기르기 위해 9월 조직개편도 단행했다. 이번 조직개편에서는 자산 유형별로 ▲유가증권부문 ▲실물대체투자부문 ▲전략사업부문 ▲경영지원부문 등 4개의 사업 부문으로 통합했다.
대표이사 맞교체 성과…실적 개선 가시화
권희백 대표의 이 같은 노력 덕분에 한화자산운용의 실적은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
한화자산운용의 올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322억원으로 전년 동기에 기록한 84억원의 순손실에서 벗어나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다만 영업수익(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012억원, 31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8.09%, 13.14% 감소했다.
ETF 시장에서도 약진했다. 올해 11월 30일 기준 한화자산운용의 ETF 순자산총액은 2조9055억원으로 지난해 말(1조4472억원)보다 2배 이상(100.77%) 늘었다. 또한 점유율도 지난해 11월 30일 기준 1.91%에 그쳤지만, 올해 2.42%까지 끌어올렸다.
권 대표의 임기는 오는 2025년 3월 정기주총일까지다. 앞으로 2년 이상의 시간 동안 주력 상품군 라인업과 윤용 역량 등을 계속 강화해 나갈 전망이다.
한화자산운용 관계자는 “올해 한화자산운용을 이끌게 된 권희백 대표는 ‘ETF 강화’를 강조하고 있다”며 “한화자산운용의 차별화된 ETF를 통한 시장 경쟁력 확보 기조는 앞으로도 변함없이 계속될 것이다"고 말했다.
전한신 기자 pocha@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