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
임종룡닫기임종룡기사 모아보기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다음달 연말 인사와 조직개편을 단행한다. 취임 직전인 지난 3월 대규모 조직 쇄신을 단행한 가운데 올 연말에는 ‘안정 속 변화’에 방점을 찍을 것으로 전망된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다음달 중순경 조직개편과 임원 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임 회장이 지난 2월 차기 수장으로 내정된 후 두번째로 실시하는 조직개편 및 인사다. 앞서 임 회장은 내정자 시절인 지난 3월 대규모 조직 쇄신을 단행한 바 있다. 당시 임 회장은 지주사 조직을 전략 수립과 시너지 창출, 조직문화 혁신에 주력하는 방향으로 슬림화·정예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자회사들의 업종 특성을 감안해 경영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우선 우리금융은 지주 내 총괄사장제와 수석부사장제를 폐지하고 11개 부문을 9개로 축소해 효율성 극대화를 꾀했다. 또 지주 임원을 11명에서 7명으로 줄이고 이 중 6명을 교체 임명했다. 지주 9개 부문장의 경우 7개 부문장은 기존대로 임원급이 맡고 2개 부문장에는 본부장급 인력을 과감히 발탁 배치해 조직활력 제고를 위한 세대교체형 인사도 실시했다.
당시 유임된 임원은 이성욱 재무담당 부사장(CFO)이 유일하다. 장광익 브랜드·홍보부문 부사장과 옥일진 디지털·IT부문 전무, 이정수 전략부문 상무, 김건호 미래사업추진부문 상무, 박장근 리스크관리부문 상무, 전재화 준법감시인(상무보) 등 6명이 모두 새로 발탁됐다. 이들에게는 2년 임기가 부여됐다.
아울러 임 회장은 우리카드, 우리금융캐피탈, 우리종합금융 등 재임 2년 이상 임기 만료 자회사 대표를 전원 교체했다. 외부 전문가인 김경우 대표를 CEO로 영입한 우리프라이빗에쿼티자산운용을 제외하고 14개 자회사 가운데 9개 자회사 대표가 모두 바뀌었다.
핵심 계열사인 우리은행에서도 이원덕닫기이원덕기사 모아보기 전 행장이 임기 1년을 남기고 사의를 표명하면서 지난 7월 조병규닫기조병규기사 모아보기 전 우리캐피탈 대표가 은행장으로 이동했다. 최동수 우리금융에프앤아이(F&I) 대표와 이중호 우리신용정보 대표, 김경우 우리PE자산운용 대표, 황우곤 우리글로벌자산운용 대표, 고정현 우리에프아이에스 대표만 등 5명만 유임에 성공했다.
현재 우리금융 임원 7명 중 연말 연초 임기 만료를 앞둔 인물은 없다. 이성욱 부사장과 옥일진 전무의 임기는 내년 2월까지다. 계열사 CEO 중에서는 최동수 대표, 이중호 대표, 김경우 대표, 고정현 대표의 임기가 올해 말까지다.
현재 2년째 임기를 보내고 있는 이성욱 부사장은 우리금융 주요 전략의 근간이 되는 자본비율을 총괄하고 있다. 임 회장 체제 키맨으로 꼽히는 인물로,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만큼 이번에도 임기가 연장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옥일진 전무는 손태승닫기손태승기사 모아보기 전 회장이 영입한 외부 인사지만 임 회장 체제 들어서도 상무에서 전무로 승진하며 신임을 받은 만큼 재신임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임 회장은 자회사 CEO 교체 등 큰 폭의 인사보다는 그룹 경영 목표와 중점 추진 전략에 힘을 싣기 위한 조직개편에 중점을 둘 전망이다. 영업력 강화에 방점을 두고 조직개편에 맞춰 일부 임원 인사를 실시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우리금융은 지난 3월 임 회장 취임 후 ‘기업금융 명가 재건’을 목표로 적극적인 영업에 나서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 9월 오는 2027년까지 기업대출 점유율을 2025년 2위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2027년까지는 기업대출 자산을 237조9000억원으로 늘려 점유율 1위를 달성한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대기업 여신 연평균 증가율 30%, 중소기업 부문 10% 성장을 추진한다.
지난달에는 글로벌 이익 비중을 올해 15% 수준에서 2030년까지 25%로 끌어올리기 위한 ‘글로벌 경쟁력 강화 전략’을 발표하기도 했다.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도 우리금융의 주요 과제다. 임 회장은 취임 직후부터 증권, 보험 인수합병(M&A) 등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대를 강조해왔다. 중장기적으로 비은행 수익 비중을 3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지주사 내에 증권사 인수 등 비은행 강화 전략 등을 추진하는 미래사업추진부문을 신설하기도 했다. 저축은행, 증권사, 부가적으로 보험사 등 적정 매물이 나오면 인수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우리금융은 최근 상상인저축은행 인수를 검토했으나 인수 가격에 대한 이견으로 인수 의사를 철회하기도 했다.
그룹 핵심 전략을 담당하는 사업 부서의 책임자는 교체를 통해 힘을 싣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우리은행은 최근 약 1000억원 규모의 파생상품 손실 사태와 관련해 올 3월까지 자금시장그룹장을 지낸 강신국 부행장 기업투자금융부문 겸 기업그룹 집행부행장에 대해 견책 경고의 중징계를 결정했다. 견책의 경우 감봉·직무 정지 등의 직접적인 불이익은 따로 없지만 향후 인사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강 부행장의 임기는 내달 17일 만료된다.
우리은행이 이번 징계를 통해 금융당국이 강조하고 있는 내부통제 개선에 대한 의지를 재차 드러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리금융은 반복되는 금융사고에 임 회장이 ‘빈틈없는 내부통제 시스템 구축’을 최우선 경영 방향으로 제시한 바 있다. 다만 강 부행장이 현재 맡고 있는 역할의 중요성과 기업투자금융부문장 업무에 집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점은 유임 관측에 무게를 더한다. 강 부행장은 올 상반기 약 2개월 간 우리은행장 선임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지난 7월 조 행장 취임 뒤에서야 법인 영업에 본격적으로 속도를 낼 수 있었다.
글로벌 부문 강화를 위해서는 계열사 해외 사업을 총괄하는 임원을 신설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우리금융은 4대 금융지주 가운데 유일하게 글로벌 부문 임원을 두고 있지 않다.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 차원에서 증권, 자산운용, 벤처캐피탈(VC), PE 등 자본시장 분야를 총괄하는 담당 임원을 영입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임 회장은 최근 지주 임원 회의에서 자본시장 전문가 영입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경우 아직 증권사 인수 전이지만 현 M&A 전략을 보강하고 추후 타 계열사와 시너지 제고 등 관련 전략을 미리 수립해놓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당초 업계에서는 외부 인사 영입 시 본인의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임 회장이 정영채닫기정영채기사 모아보기 NH투자증권 대표를 영입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임 회장은 농협금융 회장을 지내던 2014년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을 인수하면서 정 대표와 인연을 맺었다. 임 회장은 우리투자증권 인수를 이끈 뒤 당시 우리투자증권에서 IB사업부 대표로 재직하고 있던 정 대표를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시킨 바 있다. 2018년 3월 NH투자증권 수장에 오른 정 대표는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된다.
하지만 옵티머스 펀드 사태와 관련한 정 대표의 중징계 가능성에 영입설은 힘을 잃었다. 실제 이날 금융위는 옵티머스 펀드 판매 관련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 위반 등을 이유로 정 대표에게 문책경고 중징계를 결정한 금융감독원 제재 조치안을 확정했다. 문책 경고는 향후 3년간 금융회사 취업이 제한된다.
정 대표가 아니더라도 임 회장이 지주에 증권사 CEO급 임원을 영입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이 경우 지주 부문장을 맡다가 추후 증권사 인수 시 대표로 이동할 수 있다. 임 회장은 자본시장 관련 계열사에 업계 전문가인 CEO급 인사를 배치하고 있다. 멀티에셋자산운용 대표를 지낸 남기천 우리자산운용 대표는 임 회장이 지난 3월 인사에서 직접 기용한 인물이다.
임 회장은 지난 3월 편입된 우리벤처파트너스에도 벤처투자 전문가인 김창규 대표를 그대로 선임했다. 유임한 황우곤 우리글로벌자산운용대표와 김경우 우리PE자산운용 대표도 관련 업계에서 경력을 쌓아온 전문가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