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규 우리은행장./사진제공=우리은행
우리은행(은행장 조병규닫기조병규기사 모아보기)이 약 1000억원 규모의 파생상품 손실 사태와 관련해 부행장을 포함한 임직원 7명에 대해 대규모 징계 처분을 내린 가운데 연말 인사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최근 징계위원회를 열고 파생상품 손실과 관련된 임직원 7명에 대한 징계 수위를 결정했다. 3명은 중징계 처분을 받았고 나머지 4명에게는 경징계가 내려졌다.
우리은행의 임원 제재는 ‘주의-주의적 경고-견책 경고-직무 정지-해임 권고’로 나뉜다. 이중 견책부터 중징계에 분류된다. 견책의 경우 감봉·직무 정지 등의 직접적인 불이익은 따로 없지만, 향후 인사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강 부행장이 중징계를 받은 건 해당 부서를 이끌던 지난해 하반기 주가연계증권(ELS) 운용 관련 문제가 집중적으로 발생했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은 지난 6월 자체적으로 리스크 관리 실태 점검을 실시한 결과 트레이딩부의 ELS 상품 관련 파생 거래에서 평가손실 962억원이 발생한 사실을 인지하고 2분기 실적에 손실을 반영했다.
주식옵션 헤지 포지션에 대한 잘못된 평가 방법을 적용하면서 대규모 손실이 생겼고, 이를 뒤늦게 인식한 것이다. 담당 딜러는 평가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장기옵션거래 확대를 통한 헤지 전략을 실행했지만 시장 변동성이 지속되면서 이를 회복하지 못했다.
강 부행장은 기업투자금융부문장으로 선임되기 전 2021년~2022년 자금시장그룹장을 이끌었다. 우리은행이 손실을 확정한 건 올 6월이지만 손실 규모가 본격적으로 커진 시점은 지난해인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당국이 내부통제를 강조하고 있는 점도 징계 수위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리은행이 이번 징계를 통해 내부통제 개선 의지를 재차 드러냈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금융사에 내부통제 강화를 주문하며 책무구조도 도입 등 내부통제 책임을 법제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금융그룹도 반복되는 금융사고에 올 3월 임종룡닫기임종룡기사 모아보기 회장 취임 후 ‘빈틈없는 내부통제 시스템 구축’을 최우선 경영 방향으로 제시하고 조직개편과 혁신 방안 마련 등을 실시한 바 있다.
우리은행 안팎에서는 이번 징계가 정직 미만의 처분인 만큼 당장 직접적인 불이익은 없지만, 향후 거취에는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강 부행장의 임기는 내달 17일 만료된다. 우리은행은 내달 중 연말 인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다만 강 부행장이 현재 맡고 있는 역할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이번 징계로 기업투자금융부문장에서 물러나게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강 부행장은 올 3월 기업투자금융부문장 겸 기업그룹장으로 선임됐다. 다른 집행 부행장들과 직위는 같지만 부문장을 맡아 선임 부행장 역할을 하고 있다.
기업금융은 우리은행의 중점 추진 사업이다. 우리은행은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이 ‘기업금융 명가 재건’을 목표로 내세우면서 적극적인 영업에 나서고 있다.
강 부행장이 기업투자금융부문장 업무에 집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점도 유임 가능성에 힘을 싣는 요인이다. 강 부행장은 올 상반기 약 2개월 간 우리은행장 선임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지난 7월 조병규 행장 취임 뒤에서야 법인 영업에 본격적으로 속도를 낼 수 있었다.
이번 손실 사태 관련 업무를 3개월간 맡은 이문석 부행장은 ‘주의’ 처분을 받았다. 이 부행장은 IB 그룹을 이끌다가 강 부행장의 뒤를 이어 지난 3월부터 자금시장그룹을 총괄했다. 현재 자금시장그룹장을 맡고 있다.
이 부행장의 경우 자금시장그룹으로 선임된 지 3개월 만에 파생 거래 현황을 파악하고 손실 규모를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이 징계 수위에 반영됐다.
이번 징계는 개인적인 이의제기 과정을 거친 뒤 최종 확정된다. 우리은행은 징계를 받은 날로부터 2주 내에 징계 수위와 관련해 이의제기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