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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한 관 출신 후보’ 임영록 KB 전 회장 복귀 두고 설왕설래 [은행연합회장 선임 레이스]

한아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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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3-11-14 17:35 최종수정 : 2023-11-14 19:40

정통 관료 출신 첫 민간 금융사 회장 이력
정부당국 네트워크 바탕 유력 후보 부상
‘KB 내분 사태’ 불명예 퇴진·긴 공백기 약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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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한 관 출신 후보’ 임영록 KB 전 회장 복귀 두고 설왕설래 [은행연합회장 선임 레이스]이미지 확대보기
[한국금융신문 한아란 기자]

차기 은행연합회장 최종 후보가 오는 16일 결정되는 가운데 유일한 관료 출신 인사로 후보군에 이름을 올린 임영록 전 KB금융지주 회장에 금융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임 전 회장은 오랜 공직생활을 통해 정책 분야 능력을 쌓고 KB금융 사장과 회장을 역임하며 민관을 모두 경험했다는 강점이 있다. 정부가 은행권을 압박하는 상황에서 타 후보보다 금융당국과의 소통 측면에서 두각을 나타낼 것이라는 평가다.

다만 KB금융 회장 재직 시절 ‘KB 사태’로 인해 불명예 퇴진한 점과 이후 약 9년 동안 공백기를 가졌다는 게 최대 약점으로 꼽히고 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임 전 회장은 지난 10일 은행연합회 회장후보추천위원회에서 선정한 차기 회장 잠정 후보군(롱리스트) 5명 가운데 유일한 관료 출신 인사로 포함됐다.

임 전 회장과 경쟁하는 후보는 박진회닫기박진회기사 모아보기 전 한국씨티은행장과 손병환닫기손병환기사 모아보기 전 농협금융 회장, 조용병닫기조용병기사 모아보기 전 신한금융 회장, 조준희 전 IBK기업은행장 등으로 모두 민간 출신 인사다.

은행권은 정부와 정치권으로부터 강한 비판을 받는 상황에서 업계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적임자가 선임돼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업계에서는 관료 출신이 유력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으나 회추위원들은 민간 출신 위주로 후보를 추천했다.

업계에서는 최근까지 임기를 지낸 조용병 전 회장을 유력 후보로 점치고 있는 가운데 유일한 관료 출신 후보인 임영록 전 회장이 낙점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함께 나오고 있다.

조 전 회장의 경우 회추위 내 동향인 충청권 인사를 중심으로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 전 회장은 금융당국 등의 지지에서 가장 앞선 후보로 평가되고 있다.

행시 20회 재경부 출신…KB금융 사장으로 금융권 발 들여
임 전 회장은 1955년생 강원도 영월 출생이다. 현재 만 68세로 6명의 후보 가운데 조준희 전 기업은행장(만 69세) 다음으로 나이가 많다. 경기고와 서울대 사범대 국어교육과를 졸압하고 서울대 행정대학원, 벤더빌트대학교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77년 제20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총무처 행정사무관으로 공직생활을 시작한 뒤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에서 주요 경력을 쌓았다. 1994년 문민정부 시절 금융실명제 실시단에서 근무했으며 1997년 외환위기 이후에는 재정경제원 자금시장과장, 재정경제부 은행제도과장을 지내며 기업 구조조정을 맡았다.

2004년 외교통상부 다자통상국장으로 파견돼 한·싱가포르 자유무역협정(FTA)의 주역으로 활동했고 1년 뒤 재경부 금융정책국장으로 복귀했다.

2006년에는 재정경제부 차관보를 거쳐 참여정부 마지막 해인 2007년부터 2008년 초까지 재경부 제2차관을 지냈다. 공직에서 물러난 후 1년 6개월 동안 한국금융연구원 초빙 연구위원으로 활동했다. 2010년 대통령이 의장으로 있는 국민경제자문회의 민간위원으로 임명되며 이명박 정부와도 인연을 맺기도 했다. 같은해 어윤대 KB금융 전 회장의 권유로 KB금융 사장에 오르며 금융권에 정식적으로 발을 들였다.

사장 재임 시절 우리금융 민영화 참여,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 등에 반대 의견을 굽히지 않아 어 전 회장과 갈등을 빚기도 했지만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3년 KB금융 회장추천위원회에서 만장일치로 회장에 선출되며 ‘최초의 정통 관료 출신 민간 금융회사 회장’이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주전산기 교체 갈등으로 중징계·해임…무혐의 처분
문제는 임 전 회장이 취임한 지 두 달이 되던 시점부터 연이어 터졌다. 2013년 9월 국민은행 도쿄지점 전직 지점장과 직원의 불법대출 혐의가 드러나면서 검찰과 한국, 일본 금융당국으로부터 수사를 받았다.

같은해 11월엔 국민은행 직원들이 국민주택채권을 위조해 90억원을 현금으로 바꿔 횡령한 혐의가 불거졌고, 이듬해 1월 사상 최대 규모의 카드사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KB국민카드와 국민은행이 연루되면서 구설에 올랐다.

임 전 회장은 연일 경영 쇄신과 윤리경영을 강조하며 이미지 쇄신을 시도했지만 2014년 국민은행 주전산기 교체 문제로 이건호 당시 국민은행장과 갈등을 겪었다. 이로 인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았고 KB금융 이사회에서 해임되면서 2014년 9월 약 1년 2개월로 회장 임기를 끝내게 됐다.

임 전 회장은 짧은 임기 동안 우리파이낸셜(현 KB캐피탈),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 인수를 인수해 비은행 부문을 강화 성과를 이끌었다는 평가도 받는다. KB 사태와 관련한 법적 리스크도 털어낸 상태다.

앞서 검찰은 임 전 회장이 KB금융의 인터넷 전자등기사업 납품업체 선정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업무방해)했다는 등의 혐의와 관련해 2015년 1월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불명예 퇴진·긴 공백기 걸림돌…금융노조 “모피아 선임 반대”
KB금융 내분 사태로 회장과 행장의 첫 동반 퇴출이라는 불명예를 남긴 점은 임 전 회장의 걸림돌로 평가된다. KB금융 회장직에서 내려온 이후 약 9년 동안 금융권에서 별다른 이력을 쌓지 못한 점도 약점으로 꼽힌다. 같이 후보군에 오른 조용병 전 회장과 손병환 전 회장의 경우 각각 올해 3월, 지난해 말까지 임기를 지냈다.

한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KB 사태를 고려했을 때 임 전 회장이 은행연합회장 후보로 추천된 데 대해 의아해하는 행장들도 있었다고 한다”며 “최종 투표는 행장들 각자 판단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금융노조도 임 전 회장을 ‘모피아(재무부와 마피아의 합성어)’ 인사로 규정하고 선임을 반대하고 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이날 설명을 내고 “임 전 회장은 차기 은행연합회장 후보군 가운데 유일한 관료(모피아) 출신으로, 2014년 KB금융에서 이건호 당시 국민은행장과 주전산기시스템 교체 사업을 놓고 ‘집안싸움’을 일으켜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 처분을 받고 불명예 퇴진당한 인물”이라며 “지금 금융산업에 필요한 인물은 모피아도, 정치권에 줄을 댄 인사도 아닌 금융 전문가”라고 밝혔다.

정부·금융당국 네트워크 강점…현안 소통 유리 평가
금융당국 등과의 네트워크는 임 전 회장의 강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임 전 회장은 정통 관료 출신 금융인으로, 김광수닫기김광수기사 모아보기 현 은행연합회장이 후보로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 역시 행시 27회로 공직에 입문한 '반민반관' 출신이다.

행시 20회 출신인 임 전 회장은 추경호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행시 25회), 김주현닫기김주현기사 모아보기 금융위원장(행시 25회), 최상목 경제수석(행시 29회) 등 현 정부 주요 금융당국 인사들보다 기수가 높다.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과는 경기고와 서울대를 졸업하고 경제 관료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김 비서실장은 행시 22회 출신이다.

역대 은행연합회장을 봐도 관료 출신이 대다수다. 은행장들은 관료 출신 은행연합회장을 선호해왔다. 은행연합회장이 정부와의 가교역할을 하는 만큼 정부에 영향력을 발휘하고 은행권의 이해관계를 제대로 대변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은행연합회장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 수장들과 현안을 갖고 머리를 맞대며 이견을 조율한다.

관료 출신이라고 모두 은행연합회장을 맡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지금까지 정부 고위 관료나 은행장 등을 거쳐 풍부한 경험과 연륜을 갖춘 인물이 낙점돼왔다. 관료 중에서는 경제부총리 출신이나 장관급 인사가 선임되기도 했다. 순수 민간 출신 인사는 역대 은행연합회장 13명 중 4명에 불과하다.

김광수 현 회장도 재정경제부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해 금융위원회 금융서비스국 국장, 한나라당 수석전문위원,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 등을 거쳐 2018년부터 2년간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을 지내다 은행연합회장에 올랐다. 당시 은행연합회는 관료 출신이지만 민간 경험도 있는 김 회장을 차기 회장 후보로 내세우면서 관피아 논란을 피해 갔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권에 대한 정부와 금융당국의 압박이 심해지는 상황에서 임 전 회장이 관료 출신으로 소통에 유리하다는 점에서 유력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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