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 오뚜기, 삼양식품 등 라면 3사가 ‘매운 전쟁’을 매섭게 하고 있다. 그간 매운 라면은 볶음면 위주였는데, 이번에는 국물 라면으로 종목이 바뀌었다. ‘맵부심(매운 것을 잘 먹는 자부심)’ 최강자를 가리겠다는 듯 3사는 진검승부를 펼치고 있다.
이열치열이라고 하던가. 라면 3사 ‘맵부심’ 전쟁은 아이러니하게도 전국이 불가마처럼 활활 타올랐던 8월부터 시작됐다. 농심이 기존 신라면보다 2배 이상 더 매운 ‘신라면 더 레드’를 출시하자 오뚜기가 마늘과 후추를 버무린 ‘마열라면’을 들고 나왔다. 이에 질세라 삼양식품은 아예 매운 국물 라면 브랜드 ‘맵탱’을 론칭했다.
기존 농심에서 판매하는 라면 중 가장 맵기로 소문난 ‘앵그리 너구리(6080SHU)’보다도 매운맛이 강렬하다. 농심은 청양고추 양을 늘려 매운맛을 강화했으며, 소고기와 표고버섯 등으로 국물 맛을 살렸다. 후첨 양념 분말에 신라면 고유 감칠맛과 어울리는 청양고추, 후추, 마늘, 양파 등 향신료들을 첨가했다. 건더기도 표고버섯과 청경채 등을 기존 신라면보다 2배 더 넣었다.
실제 시식해보니 냄새가 코끝을 강타했다. 매운 향이 눈물마저 핑 돌게 할 정도였다. 기존 라면에서 보기 힘든 국물 색깔이 인상적이었다. 첫입부터 알싸하게 매웠으며, 그 매움의 강도는 면발에서 국물로 이어지기까지 계속됐다. 라면을 목구멍으로 넘기고 난 뒤에도 잔향이 그대로였다. 매운맛이 진정되지 않아 우유를 연거푸 마셔야 했다.
다만, 특유의 강렬한 매운맛으로 땀이 비 오듯 쏟아지면서 스트레스도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네티즌들도 “첫입부터 칼칼하고 매콤한데 옛날 신라면 특유 매운맛이 느껴진다” “건더기가 양도 많고 커서 씹는 식감이 느껴진다” “국물도 얼큰하고 톡 쏘는데 매운 잔향이 오래 남는다” 등 반응을 보였다. ‘신라면 더 레드’는 출시 18일 만에 42억원 매출을 달성했다. 초도물량 500만 봉이 팔렸다.
농심은 ‘신라면 더 레드’를 추가 생산하고 있으며, 정식 제품 전환도 검토 중이다.
오뚜기는 매운맛을 찾는 소비층이 늘자 열라면에 부재료인 마늘과 후추 등을 첨가했다. 알싸한 마늘과 톡 쏘는 후추를 넣어 한국인에게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매운맛의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다. 제주도에서 자란 마늘과 입자가 굵은 후추를 동결건조한 ‘마늘후추블럭’이 들어있다.
한국식 식탁에 빼놓을 수 없는 마늘, 후추, 고추 등 조미료를 몽땅 넣은 것이다. 마열라면 스코빌 지수는 5000SHU다. ‘신라면 더 레드’ 보다는 덜 맵다. 실제 먹어보니 마늘과 후추 향이 입안 가득 진동했으나, 물이나 우유를 찾을 정도로 맵지는 않았다. 매운 라면 특유의 뒤끝도 없어 적당하게 매운맛이었다.
특히 조리 후 넣는 ‘마늘후추블럭’이 인상적이다. 진하고 빨간 국물 속에 마늘과 후추, 고추가 적절히 버무려졌다. 국물도 맵지 않아 밥 말아 먹고 싶을 정도였다. 네티즌들은 “마라와 열라면을 합한 줄 알았는데 마늘과 열라면 만남이었다” “은은한 마늘 향이 단맛도 자아낸다. 부담 없는 매운맛이다” “한국인이 싫어할 수 없는 마늘과 후추를 적절히 섞어 구수하고 진한 맛” 등 평을 보였다. 마열라면도 출시 두 달도 안 돼 봉지면 500만 개, 용기면 100만 개 등 총 600만 개가 판매되면서 인기를 끌었다.
삼양식품은 신제품으로 ‘맵탱 흑후추 소고기 라면’과 ‘맵탱 마늘조개 라면’, ‘맵탱 청양고추 대파 라면’ 3종을 출시했다. ‘맵탱 흑후추 소고기 라면’은 화끈하고 칼칼한 매운맛 제품. 소고기 육수의 진한 국물에 흑후추로 은은한 매운맛을 추가했다.
‘맵탱 마늘조개 라면’은 속이 풀리는 알싸한 매운맛이 특징이다. 바지락과 홍합을 활용한 조개 육수가 기본이다.
여기에 새우와 오징어를 넣어 개운한 국물 맛을 냈고, 알싸한 마늘 매운맛을 더했다. ‘맵탱 청양고추 대파 라면’은 무, 마늘, 생강 등 다양한 채소를 푹 끓여내 만든 채수에 청양고추와 대파를 넣어 깔끔한 매운맛을 배가시켰다.
‘맵탱’ 시리즈 스코빌 지수는 불닭볶음면(4400SHU)보다 높은 6000SHU다. 이 가운데 ‘맵탱 청양고추 대파 라면’을 시식했다. 라면을 끓이는 순간부터 먹을 때까지 청양고추 향이 코를 찔렀다. 자비가 없을 정도 매운맛이 입안을 얼얼하게 했다. 굳이 이걸 왜 먹을까 싶으면서도 중독성 강한 매운맛에 젓가락질을 멈출 수 없었다. 고추는 물론 마늘, 무, 생강 등 매운 원료들을 모두 섞어 놓은 느낌이었다. 자극적이면서도 톡 쏘는 향이 계속 맴돌았다.
네티즌들도 “알싸한 고추 향이 나더니 시원한 대파 향이 나 칼칼했다”, “면발에서도 다른 라면과는 다른 쫄깃한 식감이다”, “면 안에서도 청양고추의 매운 향이 입혀진 맛이었다” 등 반응이었다. 맵탱 시리즈는 출시 한 달 만에 300만 봉이 팔려나갔다.
손원태 기자 tellme@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