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규닫기조병규기사 모아보기 우리은행장은 ‘기업금융 명가 재건’을 목표로 영업력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기업대출 점유율을 단계적으로 끌어올려 2027년 1위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대기업 여신은 연평균 30%, 중소기업 부문은 10% 성장을 추진한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최근 전국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기업대출 자산 확대에 나서고 있다. 금리 혜택 등을 통해 신규 중견·중소기업을 유치하고 기존 거래 기업에도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해 장기 거래를 유도하는 중이다.
조 행장은 지난 7월 취임 후 기업금융 경쟁력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내걸었다. 조 행장은 최근 취임 100일을 맞아 임직원에게 보낸 메일에서 “기업금융을 ‘영업의 디딤돌’로 삼아 영업 현장의 전 구성원들이 ‘모두 함께하는 영업이 필요하다”며 “새로운 고객들도 모셔 오고 이미 거래하시는 고객들도 더욱 활발히 우리은행을 이용하시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조 행장은 취임 직후 첫 조직개편을 통해 중소기업 밀집지역인 경기도 안산 반월시화국가산업단지에 중소기업 특화 채널인 ‘반월·시화비즈(BIZ)프라임센터’를 개설하고 전문성을 갖춘 기업금융전담역(RM)과 자산관리(WM) 인력을 대거 투입했다.
BIZ프라임센터는 기업금융 전문 인력이 산업단지 내 기업들을 대상으로 투·융자와 경영컨설팅을 지원하고 자산관리 특화 서비스를 위해 프라이빗뱅커(PB) 전문 인력이 원스톱 금융 서비스를 제공한다.
반월·시화BIZ프라임센터에는 지점장급 RM 10명과 이들을 돕는 차·과장급 직원 10명이 파견됐다. PB 전문 인력 2명은 중소기업 오너 및 임원을 대상으로 WM 영업을 활성화하고 있다. 센터는 지난 7월 개소 이후 눈에 띄는 성과를 보이고 있다. 지난 2개월간 체결한 신규 기업 대출 건수는 60여건, 금액은 1900억원으로 집계됐다.
우리은행은 반월시화국가산업단지를 시작으로 인천 남동산단, 경남 창원공단, 부산 녹산공단 등에도 차례로 센터를 신설했고 중소기업 특화 채널을 지속적으로 늘려갈 계획이다. 산업단지 내 신성장기업의 발굴과 지원, 장기적 관점에서 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우리은행은 본점에 신성장지원팀을 신설해 기술력과 성장가능성이 있는 유망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지원을 강화하도록 했다.
우리은행의 기업그룹과 IB그룹은 강신국 집행부행장이 총괄하는 기업투자금융부문에 속해 있다. 중소기업그룹의 경우 기관그룹과 함께 국내영업부문 산하에 있다. 중소기업그룹은 정진완 본부장이 이끌고 있다.
우리은행은 2027년 기업대출 점유율 1위를 목표로 공격적 영업에 나선다. 오는 2026년 말 기업대출 잔액을 207조4000억원, 가계대출 잔액을 138조3000억원으로 늘려 60 대 40 비율로 재편할 예정이다.
경쟁은행의 기업부문 공격적 자산 증대로 인해 현재 4위로 밀려난 기업대출 점유율을 2025년 2위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2027년까지는 기업대출 자산을 237조9000억원으로 늘려 점유율 1위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우리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지난 8월 말 기준 135조7000억원, 가계대출은 132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기업대출과 가계대출 비중은 50.5 대 49.5 수준이다.
우리은행은 옛 한일은행과 상업은행 시절부터 ‘법인 영업 명가’로 인정받아왔다. 특히 대기업의 주거래은행을 꿰차며 대기업 거래에 강점을 보여왔다. 전통적으로 대기업 중심의 여신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온 결과 중소기업 대출 경쟁력은 상대적으로 약한 편이다.
우리은행의 지난 6월 말 기준 대기업 대출 잔액은 전년 말 대비 11.5% 늘어난 41조920억원으로 국민은행(33조8000억원), 신한은행(27조7570억원), 하나은행(25조9360억원) 등 4대 은행 중 가장 많은 수준이다.
반면 중소기업 대출잔액의 경우 전년 말보다 1.1% 줄어든 119조7230억원으로 국민은행(133조5000억원), 신한은행(127조9410억원), 하나은행(125조6900억원)과 비교해 가장 뒤처진다.
우리은행은 미래성장 산업 지원 확대, 차별적 미래 경쟁력 확보, 최적 인프라 구축 등의 분야에서 10대 핵심 과제를 설정했다.
대기업 부문에서는 2027년까지 주채권은행 11개 계열기업 여신 점유율 1위를 달성해 대기업 여신을 15조원 늘리기로 했다. 중견 기업에서는 2028년까지 300개 기업에 총 4조원을 지원할 방침이다. 중소기업의 경우 방산과 이차전지, 반도체 등 신성장산업에 매년 4조원의 금융지원을 실시한다.
대출뿐 아니라 컨설팅 등을 제공하는 ‘홀세일 파이낸스’ 비이자 전략 영업 추진, 공급망 금융 플랫폼 ‘원비즈플라자’ 고도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항공결제 시장 신수익모델 발굴도 추진한다.
아울러 신성장기업영업본부, 비즈프라임센터 등 기업 특화채널을 신설하고, 현장 중심의 인사체계를 강화하기 위해 인사 권한을 소관 사업그룹으로 이관한다.
기본급여 최대 300%내 성과 보상을 실시하는 등 인센티브도 확대한다. 신성장산업 전담 심사팀 신설, 지자체와 상호협력 파트너십 체결 추진 등에도 나설 계획이다.
이미 시중은행 사이에서는 기업대출 경쟁이 치열해진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우리은행이 새로운 영역 개척을 통해 성장동력을 발굴하지 않고 점유율 확보에 몰두하면 은행권 전반에 출혈경쟁만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에 대해 강 부문장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마진이 없는 자산은 우량 자산이 아니라는 개념을 갖고 있다”며 “마진이 없다면 결국 금융의 부실로 이어지고 추후 진정으로 돈이 필요한 고객들에게 제공하지 못하는 상황까지 이를 수 있기 때문에 양쪽을 모두 보완하면서 성장 전략을 수립했다”고 말했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