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여성 최고경영자(CEO)가 사령탑인 증권사는 KB증권이 유일하다. 자기자본 기준 톱10 증권사의 여성임원 비율은 9% 수준으로, 아직 두 자릿수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여성 인재 풀(pool) 확보가 전제돼야 한다는 진단이 나온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영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23년 금융감독원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자산 2조원 이상 금융회사 총 74곳의 여성 등기이사 현황에서도, 국내 영업 중인 증권사 29곳 168명 등기이사 중 여성 비율은 9%(15명)에 그쳤다. 특히 등기이사 가운데 여성이 ‘제로(0)’인 증권사가 15곳(유안타, 교보, 하이투자, 신영, 유진투자, 이베스트, IBK투자, DB금융투자, 부국, BNK투자, 한양, 케이프투자, 노무라, JP모간, 골드만삭스)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도 고위급 임원으로 갈수록 여풍(女風)이 미진한 편으로, 여성 증권사 사령탑 가뭄이 심하다. 박정림닫기박정림기사 모아보기 KB증권 대표이사 사장은 국내 증권사 첫 여성 CEO(최고경영자)이며 유일하다.
한국금융신문 ‘이사회 인물뱅크’에 따르면, 박 대표는 2019년 KB증권 각자대표 이사 사장에 올랐다. KB금융지주 자본시장부문장을 겸직했고, 2022년부터는 KB금융지주 총괄부문장도 겸하고 있다.
박 대표는 증권업계 우먼 파워 앞단에 서 있으며, 화통한 성격과 꼼꼼한 업무처리로 여장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법·제도적인 보완이 이뤄지면서 증권사들은 이사회 여성 멤버를 추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2년 8월부터 시행된 개정 자본시장법 제165조의 20(이사회의 성별 구성에 관한 특례)에서 금융권과 관련해서는 ‘자기자본 2조원 이상 상장사는 이사회 이사 전원을 특정 성(性) 이사로 구성하지 아니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미등기 임원까지 합치면 대형 증권사에서 여성 임원은 점차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특히 WM 분야에서 전문 역량을 펼치는 사례가 다수다.
증권사 반기보고서 및 한국금융신문 ‘이사회 인물뱅크’를 종합하면, 2023년 6월 말 기준 국내 15곳 증권사 가운데 삼성증권의 여성임원(사내·사외이사 및 미등기임원 포함) 비율이 16.7%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총 임원 30명 중 여성 임원이 5명이다.
이어 증권사 여성임원 비율은 대신증권 10%(총 임원 40명 중 4명), 미래에셋증권 9%(총 임원 133명 중 12명), 키움증권 8.5%(총 임원 47명 중 4명), 하나증권 6.7%(총 임원 45명 중 3명) 순이다.
한화투자증권도 동일하게 6.7%인데, 이 때 총 30명 임원 중 여성임원 2명이고 둘 다 사외이사다.
메리츠증권 6%(전체 임원 50명 중 3명), 유안타증권 5.6%(총 임원 36명 중 2명), 그리고 KB증권 4.8%(전체 임원 63명 중 3명), 한국투자증권 3.6%(임원 55명 중 2명), 신영증권 3%(임원 33명 중 1명) 순으로 집계됐다. 교보증권, 하이투자증권의 경우 전 임원진이 남성으로 나타났다.
구현지 한국ESG기준원 연구원은 2023년 8월 ‘국내 여성이사 선임 현황 분석’ 리포트에서 미국, 유럽, 일본 등 다수 국가에서 이사회 내 여성이사 선임을 의무사항으로 도입하고 있다고 제시했다.
한국의 경우 유럽, 미국 등 국가와 달리 여성이사 할당을 준수하지 못하더라도 구체적인 제재 부과 등 강행 규정은 존재하지 않고 있다.
구현지 연구원은 “최근 신규 선임된 여성이사가 대부분 사외이사인 까닭은 주로 내부 인사로 기용되는 사내이사직의 특성상 기업 내부의 여성 인재풀(pool)이 한정적이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개정 자본시장법 취지를 살릴 필요가 있다고 지목했다.
구 연구원은 “기업에 필요한 전문성을 보유한 외부여성 인사를 확보하는 노력과 함께 기업의 현 상황을 잘 이해하고 있는 내부의 여성 인재를 육성하려는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선은 기자 bravebambi@fntimes.com, 전한신 기자 pocha@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