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지혜 조선호텔리조트 식품 MD 파트장
조선호텔앤리조트는 소비자들의 이런 니즈를 잘 파고들었다. 호텔의 고급스러움과 정갈한 맛, 높은 질의 음식을 집에서도 즐길 수 있도록 가정간편식(HMR)을 만들었다. 대신 가격은 합리적으로 설정해 소비자들 접근성을 높였다. 호텔의 근사한 식사를 더 많은 사람들이 집에서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게 최종 목표였기 때문이다.
지난달 22일 오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에서 조선호텔앤리조트의 HMR을 담당하고 있는 정지혜(38) 식품 MD파트장을 만났다. 대형마트에서 10년 이상 경력을 가진 그는 지난 2021년 조선호텔앤리조트로 자리를 옮겨 HMR사업에 힘을 실었다.
“처음 호텔에 왔을 때 대형마트와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다는 걸 느꼈어요. 누군가 찾아왔을 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 호텔이라면, 대형마트는 고객에게 구매를 유도하도록 공격적으로 나서는 곳이거든요. 재밌는 것은 호텔이나 마트나 목표는 같다는 거예요. 고객이 우리 브랜드와 상품을 사랑하게 만들어야겠다는 가치요. 스타일은 다르지만 바라보는 관점이 같았기 때문에 금방 익숙해졌죠.”
조선호텔앤리조트는 코로나19가 본격화한 시점인 2020년 8월부터 HMR을 확대하기 시작했다. 코로나19 영향을 받으면서 호텔업 외 새로운 경쟁력이 필요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사실 그 이전부터 호텔 이용객들 니즈는 충분했다. ‘조선호텔 = 맛있는 음식’이라는 인식이 있었고, 2002년부터 출시한 ‘조선 김치’도 이미 입소문을 타고 큰 사랑을 받고 있었다. 모회사 이마트 전폭적 지원도 있었다.
물론 이 사업이 처음부터 순탄한 길을 걸었던 것은 아니었다. 호텔 셰프 설득이라는 높은 벽에 부딪혔다.
“사실 호텔 셰프들은 최상 컨디션에서 최상 원재료만 제공하기 때문에 호텔 음식을 HMR로 만들어낸다는 것 자체에 많은 의문을 표했어요. 호텔 셰프에게는 HMR 자체도 많이 생소한 부분이었으니까요. 하지만 고객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한 것이라는 데 공감하면서 최대한 호텔 음식과 똑같은 맛을 구현하기 위해 수십, 수백 번 과정을 거치며 연구했죠.”
조선호텔앤리조트는 현재 42종의 HMR을 운영하고 있다. 매년 10종 넘는 상품을 출시하고 있는데, 중식부터 탕류, 디저트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특히 효자 역할을 하는 유니짜장은 누적 판매 60만개에 달하며 육개장은 출시 8개월 만에 30만개가 팔렸다.
“처음에는 호텔 식당 내 메뉴만 상품으로 구현했어요. 그런데 ‘셰프가 제안하는 프리미엄 상품을 만들어보면 어떨까’라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한참을 고민하다보니 대형마트에서 고객들 니즈가 컸던 보양식이 떠올랐어요. 첫 상품으로 삼계탕을 냈는데 반응이 너무 좋았죠. ‘몇 개 팔릴까, 재고가 남진 않을까’ 고민이 많았는데 복날이 되기도 전에 준비한 물량 3배 넘게 팔렸어요. 생각한 방향성과 잘 맞고, 소비자들의 리뷰도 좋아서 이후로 육개장, 갈비탕, 곰탕 등을 출시하게 됐어요.”
조선호텔 HMR 상품은 프리미엄 상품이지만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으로 경험할 수 있다.
다만, 최고 품질을 합리적 가격에 제공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국내 다른 호텔들도 HMR 시장에 뛰어들었다가 실패한 것도 바로 ‘가격’이 문제였다.
“사실 가격이 가장 어려운 점이죠. 특히 호텔 레시피로 제공하는 상품이기 때문에 품질에서 타협할 수 없었어요. 그런데 가격은 상향선을 달릴 수 없죠. 호텔 셰프가 만드는 것만큼 상품을 제조하는 제조공장을 찾는 것도 숙제예요. 단가와 품질을 다 가져가야하기 때문에 열심히 발로 뛰고 연구하는 수밖엔 없었죠.”
덕분에 조선호텔앤리조트는 국내 호텔업계에서도 HMR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해당 시장을 열린 마음으로 바라본 덕분이다. 보통 호텔은 명품과도 같아 자주 소비되면 브랜드 가치가 떨어진다는 인식이 있지만, 조선호텔앤리조트는 프리미엄은 지키되 대중성까지 두 마리 토끼를 함께 잡는 데 성공했다. 특히 HMR은 조선호텔앤리조트 효자역할까지 하고 있다.
“사실 호텔이란 공간은 시간에 제약이 많다보니 확장에 한계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 대신 집에서 아침에 일어나 조선호텔 빵을 먹고, 점심엔 조선호텔 HMR로 배를 채우고, 잠들 땐 조선호텔 침구에서 잠을 잔다면 좋겠죠. 이런 제품을 경험한다면 또 조선호텔로 이끌 수 있는 새로운 계기가 될 것이고요. 소비자에게 더 좋은 경험을 제공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연구하고 노력하겠습니다.”
박슬기 기자 seulgi@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