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 VC의 차이 [신혜주의 벤처마킹]](https://cfn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30815173722044300d260cda7521119591145.jpg&nmt=18)
[한국금융신문 신혜주 기자] 한국과 미국의 벤처캐피털(VC)은 다릅니다. 최근 몇 년간 소개된 연구 결과들에 따르면 한·미 VC는 수행하는 역할에서 차이를 보입니다. 미국 VC가 한국 VC보다 창업 생태계에서 더 적극적이고 중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죠. 이는 역사·제도·문화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나타난 결과입니다.
VC는 장기 투자가 가능한 자금원으로부터 자금을 모집합니다. 위험이 크지만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벤처기업에 지분 투자 형태로 투자하고, 회수시장을 통해 자본이득을 얻는 전문 투자조직이죠.
'벤처캐피탈의 기원과 제도적 진화에 대한 한·미 비교 연구'에 따르면 투자 생태계의 4대 핵심 요소로 ▲VC ▲장기 자금원 ▲벤처기업 및 산업 환경 ▲회수 시장이 있습니다. VC의 활동은 ▲자금 조달 ▲투자 ▲회수 3단계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3단계가 계속 순환하며 투자가 이뤄지기 때문에 'VC 사이클'이라고 부르기도 하죠.
이를 토대로 한·미 VC를 비교해 보면 다음과 같은 차이가 있습니다. 미국 VC는 유한책임회사(LLC)인 VC가 주로 연기금에서 자금을 조달해 벤처기업에 투자합니다. 이사회를 통해 경영에 적극 개입해 기업 가치를 높인 후, 나스닥에 상장하거나 인수합병(M&A)을 통해 자금을 회수하죠.
이에 비해 한국은 대부분 주식회사인 VC가 주로 모태펀드와 정책자금에서 자금을 조달해 벤처기업에 투자합니다. 투자 기업을 소극적으로 모니터하다, 주로 코스닥에 상장하거나 장외 매각과 상환의 방식으로 자금을 회수합니다.
주요 자금원도 다릅니다. 한국의 경우 VC 산업 초기인 1980~1990년대 말까지 투자조합에 참여할 장기 자금원이 부족해 창업투자회사의 자기자본과 차입금에 의한 투자 비중이 컸습니다. 투자 방식도 지분 투자보다는 융자가 많았죠.
투자조합에 참여하는 출자자(LP)로는 모태펀드를 비롯한 정책자금(정책금융+연기금)이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 중 모태펀드는 2005년 창설된 이후 가장 중심적인 앵커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에 비해 미국은 연기금이 가장 중요한 자금원인데, LP에서 연기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40%에 달합니다.
미국에서는 창업 생태계를 VC가 이끌어 간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VC의 역할이 큽니다. 미국에서 VC가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경우 시리즈 B~C 라운드 이후에는 VC가 대주주가 돼 경영에 적극 개입하고 실질적인 보육 기능을 담당하는 것이 보편적입니다.
스타트업의 경영을 누가 주도하느냐에 따라 '창업자 주도 모델'과 'VC 주도 모델'로 나뉩니다. 미국은 두 모델이 공존하면서 VC 주도 모델이 보편적이지만, 한국은 창업자 주도 모델만 존재하죠.
한국에서는 VC가 재무적 투자자에 머물고, VC가 담당할 스타트업 육성 기능을 정부가 담당합니다. 창업의 위험 부담은 창업자에게 집중되는 구조여서, 국내에서 창업이 활발하지 못한 근본적인 이유이기도 하죠.
신혜주 기자 hjs0509@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