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된 ‘퇴직연금제도의 현황 및 발전 방향’ 세미나에서 관계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 한국금융신문(2023.09.14)
이미지 확대보기국민의힘과 고용노동부(장관 이정식)는 14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든든한 노후 소득 보장: 퇴직연금제도의 현황과 나아갈 방향은?’을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퇴직연금제도는 근로자의 노후 소득을 보장하기 위해 퇴직급여를 근로자의 재직기간 동안 금융기관에 맡기고 사업체·근로자의 의향에 따라 운용해 퇴직 시 일시금이나 연금으로 지급하는 제도다.
이날 첫 발표자로 나선 김성일 한국연금학회(학회장 김원섭) 박사는 ‘퇴직연금 인식조사 결과 및 제언’을 발표했다.
김 박사는 앞서 지난 4월 전국 만 29~69세 남녀 중 국민연금·퇴직연금 가입자 1000명을 대상으로 ‘퇴직연금제도 인식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국민연금의 노후 소득 보장 정도에 대해 충분하다고 느끼는 비중은 6.7%,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비중은 65%에 달했다. 특히 30대(67.3%)가 ‘부족하다’ 응답을 가장 많이 했는데, 김 박사는 “이는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국민연금만으로 노후 소득이 충분치 않다고 느낄 경우 추가적으로 필요한 연금으로는 ‘개인연금’이 44%로 가장 높았으며 퇴직연금(24.3%), 기초연금(18.8%), 주택연금(7%)순으로 나타났다.
이어 ‘근로자의 노후 소득 보장을 위한 퇴직연금제도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필요하다는 의견이 66%, 필요치 않다는 응답이 9%로 집계됐다. 필요하다고 답한 응답자 중 연령별로 50~60대가 각각 71.3%, 82.1%를 기록했다.
향후 퇴직연금제도의 활성화를 위해 정책·제도적으로 필요한 요인은 ‘퇴직연금의 세액공제 혜택 확대’가 49%로 가장 많았다. 김 박사는 “우리나라 퇴직연금은 연간 900만원까지 총급여가 5500만원 이하면 16.5%, 초과는 13.2%의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하고 있는데, 이는 사실 굉장히 높은 수준”이라면서 “다만 환급금이 연금 계좌가 아닌 지정 계좌로 지급돼 체감이 잘 느껴지지 않아 세액공제가 크다는 점을 피부로 와닿게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퇴직연금의 법정 수급연령(55세) 이전해지나 인출을 일정 부분 제한하는 것에 대해서는 34.4%가 동의했고 29.9%는 동의하지 않았다. 동의자 중 60대(43.8)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에 대해 김 박사는 “아마 인출했거나 중간 정산한 경험이 있을 것”이라면서 “나이가 들수록 퇴직연금의 필요성을 느끼는 만큼 후회 동의 성격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퇴직연금 수급 시 일시금이 아닌 연금으로 받아야 한다’ 질문에는 동의·비동의가 각각 46%, 23%로 나왔다. 김 박사는 “현재 퇴직연금의 연금화 비율이 너무 낮다”면서 “연금으로 받는 ‘퇴직연금제’가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연금으로 지급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정책으로도 ‘세제혜택 확대’가 가장 많은 선택을 받았는데, 김 박사는 “우리나라 퇴직연금은 현재 EET(납입단계 면세-운용단계면세-수령단계 과세) 방식”이라면서 “근로자가 일을 할 때 세금을 받고 연금화 단계에서는 비과세를 적용하는 TTE 방식을 도입해야 연금 수령 시 세제 혜택이 늘어난다”고 진단했다.
근로 시간이 1년 미만이거나 15시간 미만의 초단시간 근로자를 대상으로 퇴직급여제도를 적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39.9%가 동의했다. 이에 “퇴직금제도는 장점은 거의 없고 수급금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단점만 있어 퇴직연금제도로 단일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단일화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답한 비중은 38%에 달했다.
그는 “퇴직연금제도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퇴직연금 세액공제 확대 ▲연금화 제고를 위한 정책 시행 ▲퇴직급여제도 단일화 ▲퇴직연금제 가입 복잡성의 획기적 개선 ▲가입기간 동안 적립금 유지 및 확충 방안의 적극적 추진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다음으로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원장 신진영) 연구위원이 ‘노후 소득 보장을 위한 퇴직연금제도 발전 방향’ 주제발표를 진행했다.
남 연구위원은 퇴직연금제도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우선 제도·투자 신뢰 회복이 필요하다고 짚으며 “제도 신뢰 회복을 위한 제도 개편의 방향을 설정하고 명확한 제도 목적을 확립해야 한다”면서 “투자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적립금 운용 효율화 방안을 마련해 금융의 역할을 강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연금 자산의 운용 등 모든 투자의사 결정은 철저하게 아웃소싱(용역)을 해야 한다”면서 “금융 기관은 보다 진정성 있는 수탁자 의무 인식을 갖고 가입자 교육 강화와 제도적 장치(디폴트옵션, 기금형 지배구조 등)를 보완해 ‘금융을 통한 지속가능한 연금제도’로 인식하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진 종합 토론에서 강영선 쿼터백그룹 연금연구소장은 “다층연금체계에서의 2층에 해당하는 퇴직연금은 영국·미국식의 경우 개인에게 선택권을 많이 준 형태로 발전했으며 네덜란드, 덴마크, 스위스 등은 개인의 선택권이 낮아 공적 연금의 형태”라면서 “우리나라도 퇴직연금제도 이해관계자의 컨센서스를 기반으로 어떻게 발전해 나가야 할지를 선택해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영 신영증권 이사는 “퇴직연금 활성화를 위해 적립금 규모 확대를 유도하고 가입자에 맞는 자산 배분과 적절한 관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면서 “또한 다양하고 창의적인 수수료 체계와 서비스의 ‘경쟁 생태계’를 유도하기 위한 제도·정책적 방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정엽 한국노총 정책본부장은 “현재의 퇴직연금은 넓은 사각지대, 퇴직(실직) 후 생계소득으로 소진, 낮은 연금화율과 수익률 등 문제에 비춰 공적연금을 보완하는 노후 소득 보장 기능에 한계가 명확하다”며 제도개선 방안으로 ▲1년 미만 계속근로기간 노동자 퇴직급여 의무화 ▲근로복지공단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 가입 대상 확대 등을 제안했다.
임영태 한국경영자총협회 고용·사회정책본부장은 “퇴직급여제도를 퇴직연금으로 단일화할 경우 취약 사업장의 상시적 경영 부담 유발과 고용불안을 가중할 것”이라면서 “기업 스스로의 경영 판단에 따른 제도 선택과 운영수준 제고 유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한신 기자 pocha@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