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 1962년 충남 논산 출생 / 배재고 / 고려대 경제학과 / 고려대 재무관리 석사 / 1988년, 대한투자신탁 입사 / 2005~2006년, 미래에셋증권 마케팅본부장(상무) / 2006~2009년, 미래에셋증권 리테일사업부 대표사장 / 2009~2010년, 미래에셋증권 퇴직연금추진부문 대표 / 2010~2012년,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 사장 / 2012~2016년, 미래에셋자산운용 마케팅/ETF 총괄 사장 / 2016~2021년, 미래에셋자산운용 대표이사 사장 / 2023년 1월~현재, 제6대 금융투자협회장 // 사진= 한국금융신문
서유석닫기서유석기사 모아보기 제6대 금융투자협회장(사진)은 3일 한국금융신문과 <CEO초대석> 인터뷰에서 연기금 분산투자 구조의 이른바 ‘디딤(돌)펀드’를 구상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한옥 마당과 대청마루 사이 오르내리는 돌계단 같은 역할의 자산배분펀드를 핵심으로 하고 있다.
서 회장은 “자산운용사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며 “내년(2024년)쯤 운용사가 ‘디딤(돌)펀드’를 퇴직연금용으로 출시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서유석 회장은 2023년 1월 취임해 8개월을 숨 가쁘게 보내고 있다. 국민 노후준비를 지원하는 연금 자산관리 활성화에 힘을 싣고, 공모펀드 직상장 추진 등 펀드 시장 부활을 위한 실효성 있는 방안 찾기에도 주력하고 있다. 또 증권업계 ‘새 먹거리’ 토큰증권(STO, Security Token Offering)의 제도화와 육성에도 중점을 두고 있다.
실제 연금 선진국을 보면 퇴직연금이 충분한 노후 대비책이 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피델리티를 인용한 내용에 따르면, 미국 퇴직연금 401(k) 계좌에 100만 달러(한화 13억원 규모) 이상을 보유한 가입자는 2023년 6월말 기준 37만8000명으로, 올해 들어 25%가량 증가했다. 작년에 주식, 채권 가격이 동반 하락하면서 잠시 주춤했던 퇴직연금 백만장자는 올해 미국 증시 급등을 타고 회복세를 보였다.
반면 330조원 규모 한국 퇴직연금 시장은 여전히 원리금보장형이 85%에 달하는 구조다. 실적배당형 상품 비중은 15%에 그친다.
서유석 회장은 “현재처럼 금리가 높을 때는 원리금보장형이 유리하지만, 성장률, 물가를 고려하면 계속 이 상태로 금리를 유지할 수는 없다”며 “때마다 단기 테마를 쫓으면 성과가 나지 않으므로 자산배분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35년차 국민연금의 주식, 채권, 대체자산 분산투자를 모범 사례로 제시했다. 국민연금은 설정 후 1988~2022년 말 기금 운용수익률이 연 5.04%(금융부문 기준)를 기록 중이다. 미국, 호주, 캐나다 등 주요 연기금도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다.
‘디딤(돌)펀드’가 장기 투자하는 퇴직연금 출발 펀드 상품으로서 의미가 있다고 보고 있다. 예컨대 직장 잡고 은퇴까지 35년 근무한다고 가정하면, 연 복리 수익률 6% 기준 ‘백만장자’ 실현 가능 범위가 된다는 것이다.
서 회장은 “국내자산 비중을 고려해야 하는 국민연금 대비 좀 더 유연하게 투자 자산을 담을 수 있는 운용사들은 펀드 목표수익률도 보다 더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공모펀드 경쟁력 강화를 제로(0)베이스에서 검토하고 개선하겠다는 의지도 구체화하고 있다. 공모펀드 활성화 방안 중 하나로 공모펀드 직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일단 공모펀드의 ETF(상장지수펀드) 전환 상장은 자본시장법 개정이 필요한 부분인 만큼, 이전 단계로 현재 시스템 안에서 별도 직상장 클래스를 신설하는 방식이 거론되고 있다. 공모펀드 A 클래스, C 클래스 등에 직상장 ‘X 클래스’를 추가하는 것이다.
서 회장은 “공모 운용사가 오랫동안 운용하고, 사이즈도 크고, 투자자도 확보돼 있는 수 천억원 규모 펀드의 경우 신규 클래스 상장을 통해 LP(유동성공급자) 도움 없이도 사고 팔 수 있는 길이 열린다”고 설명했다. 보수 차이로 상장 클래스로 이동할 유인이 생긴다.
2002년 신호탄을 쏜 한국 ETF 시장은 시장 개설 21년 만인 2023년 6월 말 기준 순자산 총액 100조원을 돌파했다. ETF는 투명하고, 비용이 싸고, 실시간으로 사고 팔 수 있다는 장점을 바탕으로 투자자를 확보했다. 미국의 경우만 봐도, 지난 2021년 첫 공모펀드 ETF 전환 사례가 나왔고 빠르게 속도를 내고 있다. 서 회장은 “공모펀드의 ETF 전환으로 기존 단점을 보완하고 투자자들에게 선택지를 다양화 할 수 있다”고 봤다.
넥스트레이드는 오는 2024년 4분기까지 본인가 신청에 나서기로 했다.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주식 또는 증권예탁증권의 매매를 체결하는 업무로 첫 발을 뗀다. 대체거래소가 출범하면 67년간 독점 체제였던 한국거래소와 함께 복수 거래소가 생겨 경쟁 체제가 본격화된다.
호주, 캐나다, 미국, 일본 등 해외에서는 대체거래소가 이미 도입됐다. 해외 사례를 통해 ATS가 도입되면 거래비용 감소, 거래 체결 속도 상승, 주문방식 다양화, 거래시간 유연화 혜택 등이 기대되고 있다.
서 회장은 “넥스트레이드는 민간 100% 출자인 만큼 민간 마인드로 경영돼야 하고 성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일종의 벤처인 대체거래소(ATS)가 조기 안착하기 위해서는 향후 ETF 상장, 토큰증권(STO) 신상품 시장 육성 등 좀 더 다양한 시도를 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제시했다.
토큰증권(STO)은 금융투자업계 신(新)성장 동력으로 꼽힌다.
토큰증권은 분산원장(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화된 증권이다. 지난 2023년 2월 금융위원회에서 '토큰증권 발행·유통 규율체계 정비방안' 가이드라인을 발표했고, 국회에서 최근 7월 전자증권법·자본시장법 개정법안이 발의됐다. 개정법안에 따르면, 전자증권법에서 분산원장을 수용하는 토큰증권 발행을 허용하고, 발행인 계좌관리기관을 신설하도록 한다. 또 자본시장법에서는 장외거래중개업 신설과 함께, 투자계약증권, 비금전신탁 수익증권 등 비정형적 증권 유통을 허용하도록 개정한다.
입법 과정을 거쳐 오는 2024년 말께 본격적으로 토큰증권(STO) 사업을 시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증권 발행 및 유통이 효율화되고, 거래 자산 종류도 실물자산뿐만 아니라 다양한 무형자산으로 확대돼 비정형 증권, 기타 투자계약증권까지 무궁무진한 확장성이 가능해질 것으로 점쳐진다.
현재 조각투자 중심으로 금융감독원에 증권신고서가 제출되고 있는 가운데, 서 회장은 토큰으로 만들 수 있는 상품의 영역은 한계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 회장은 “그동안 상품을 만드는 것은 증권사, 운용사 전문가였는데 토큰증권(STO)이 나오면 다양한 주체가 상품을 만들 수 있다”며 “잘 발행돼 유통된다면 다른 형태보다 효율적이며, 자금 모집에서 훨씬 편리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모험자본을 공급하는 BDC(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가 국회 입법 문턱을 넘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BDC는 벤처 생태계가 정책자금 의존도를 줄이고 활용도를 높일 수 있는 측면이 있다.
금투협은 2023년 6월 서울에서 개최한 '2023 ICSA 국제콘퍼런스'에서 '각국의 모험자본 공급제도와 운영사례 및 시사점' 세션을 다루기도 했다. 서 회장은 "BDC는 벤처시장과 자본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제도로, 증권사, 자산운용사, 벤처캐피탈(VC) 등 참여자들의 협업을 통해 모험자본 공급과 기업 성장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투업계는 증권사에 법인 지급결제가 허용되면 증권사 CMA(종합자산관리계좌)를 월급 통장으로 쓸 수 있는 등 금융소비자 효용을 높일 수 있다고 제시하고 있다. 지급결제 안전성 관련해서도 자본시장법 상 증권사 자금이체 대상을 투자자예탁금으로 한정하고 있다. 경쟁 촉진 차원에서 증권사 지급결제가 필요하다고 요구하고 있다.
일단 금융당국은 2023년 7월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방안에서 증권사 법인 지급결제업무 확대·허용 문제를 추가 검토키로 하고 보류했다. 지급결제 안전성과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담보제도, 유동성·건전성 관리 등을 살펴보며 추진하기로 했다.
서 회장은 “법인지급결제가 되면 법인과, 법인 거래상대방인 개인 등 전체적으로 편의성, 효용성이 확연히 높아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토의를 통해 많은 부분에서 이해를 하고 있고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투협회장으로서 위축된 투자자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서 회장은 “기관의 경우 불공정거래 방지를 위한 내부통제 장치가 있고, 거래소도 시장감시로 특정 세력을 사전 모니터링해 잡아내려고 함에도 불구하고, 단속 대상인 지 아닌 지 하는 그레이존(grey zone, 애매한 영역)이 있다”며 “시스템과 모니터링으로 그레이존을 없애나가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증시 하한가 사태 중심에 선 CFD(차액결제거래)에 대해서도 서 회장은 "증권사가 큰 잘못을 했거나 상품이 잘못이라서 자본시장 신뢰를 떨어뜨린 것처럼 하는 것은 너무 과한 면이 있다"며 "제도를 나쁘게 쓴 것"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증권사, 운용사 책임이 없느냐에 대해 서 회장은 "그것은 아니다"며 "지금보다 더 내부통제가 강화돼야 하고 체계화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외환제도 개편 후속 조치로 증권사 외국환 업무가 확대된 점은 주요 성과다.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9곳이 기업과 개인 불문하고 대고객 모두 대상으로 일반환전을 할 수 있게 됐다.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관련 정부의 시장 대응에 협조하고, 민간 차원 합의로 도출한 ABCP(자산유동화기업어음) 매입프로그램도 내년(2024년) 2월말까지 연장해 운영하고 있다.
또 서 회장은 2023년 3월 금융위원회 주관으로 열린 ‘글로벌 경쟁력 강화 세미나’에서 직접 기조발표를 맡아 금투업권의 글로벌 경쟁력 높이기를 위한 규제 완화 요청에 힘을 싣기도 했다.
올해 2023년은 금투협이 창립 70주년을 맞이하는 뜻깊은 해이기도 하다. 제조업 강국인 한국에서 유일하게 탑티어(top tier)에 못 낀 산업 중 하나가 금융업이라며, 변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서 회장은 “앞으로 금융투자업은 주변부(side)에 있는 보조 산업이 아니라 주요(main) 산업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라며 “금융업이 주요 산업으로 가기 위해서는 우리 자체 역량도 키워야 하고, 당국, 국회에서도 좀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선은 기자 bravebambi@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