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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30대 ‘수도권 빌라왕’ 등장…"무자본 갭투자로 159채 보유"

주현태 기자

gun1313@

기사입력 : 2023-08-29 11:18 최종수정 : 2023-08-29 11:36

서울 강서‧관악‧구로‧양천, 경기 군포‧부천‧안양, 인천 등
민사상 전세사기죄 인정…검찰·경찰 조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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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라왕 장씨가 소유한 경기도 부천시의 건물 현관./사진=주현태 기자

빌라왕 장씨가 소유한 경기도 부천시의 건물 현관./사진=주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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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주현태 기자] “오랜시간 동안 중개했다던 공인중개사무소는 없어졌고, 이사가려했던 계약금 1000만원도 증발했습니다. 스트레스 때문에 와이프는 앓아누웠으며, 사기당한 죄책감에 술없이 버티기도 힘듭니다. 이 미친 집에서 꺼내주세요.”

서울 강서‧관악‧구로‧양천, 경기 군포‧부천‧안양, 인천 등 수도권 전역에 걸쳐 오피스텔과 아파트 등 159채를 보유한 30대 남성 ‘수도권 빌라왕’이 등장했다.

29일 법무법인 태유에 따르면 ‘수도권 빌라왕’ 장모씨는 민사상 전세사기죄가 인정됐으며, 경찰‧검찰이 조사 중이다.

피해자 A씨는 “신용정보 회사에 확인한 결과, 장씨는 수도권에서 무자본 갭투자로 159여채의 집을 사들인 전형적인 전세사기꾼”이라며 “이미 많은 피해자들이 보증금 반환 민사소송을 완료했음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금액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부평지역 경찰들은 아직까지도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빌라왕 장씨는 본인 명의 재산을 일부러 보유하지 않아 변제할 수 있는 돈이나 현물성 자산을 없게 만들었다는 전언이다. 그러면서 피해자를 소개해 준 중개보조인에게는 2000만원을 제공했다는 주장도 있다. 또 전세계약서를 쓰는 조건으로 신축빌라를 지은 시공사에게 수백만원의 리베이트를 받았다는 게 A씨의 설명이다.

장씨에게 전세사기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피해자는 50명이 넘는다. 이들은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을 만들어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그중 A씨는 “정부가 별도의 전세사기 사건으로 분류하지 않았을 경우 피해자들은 전세사기를 당했다고 입증하기조차 쉽지 않은 환경”이라며 장씨에게 피해를 당한 임차인을 찾아 단체고소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피해를 주장하는 이들 대부분은 청년층으로,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해 결혼·이직‧자녀 계획 등에 차질이 생겼다고 호소하고 있다.

김동령 법무법인 태유 변호사는 “해당수법은 대표적인 전세사기 유형 중 하나”라며 “임대인과 부동산 매수인 및 관련자들이 세입자들에게 보증금을 변제할 의사와 능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른바 ‘동시진행’ 수법으로 보증금을 편취한 사례로서 전형적인 전세사기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동시진행’ 수법이란, 자본이 없는 상태에서 먼저 임차인과 전세 계약을 맺은 뒤 임차인에게서 받은 보증금으로 해당 빌라를 매입하는 방식이다.

김 변호사는 “이에 단순히 민사상 보증금반환 문제로 그치는 사안이 절대 아니다”라며 “피해자가 다수이고 피해액 또한 큰 만큼, 단순 사기죄에 그치지 않고 특정경제범죄법에 따라 가중처벌 가능성도 있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전세사기 피해자 B씨는 “장씨는 남에게 피눈물을 흘리게 하면서, 아내와 자식과 잘먹고 잘살고 있다”며 “장씨의 집을 방문해보니, 수십개의 등기 반환 용지가 붙어있다. 자신이 피해를 입힌 물건지로 6개월마다 주소를 옮겨가며 피해자의 연락과 법원 송달을 고의로 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피해자 스스로 집을 경매에 넘겨 자신의 세금까지 털어내 주길 기다리고 있지만, 부평경찰 공무원들의 수사는 미온적”이라며 “빌라왕의 전세사기 수법도 경찰이 아닌, 내가 직접 중개보조인을 통해 찾아내야 했다”고 강조했다.

B씨는 “경찰에서 유죄의견으로 검찰로 사건을 넘겼는데, 검찰은 재수사를 말하며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며 “이후 이의신청을 진행해 해당사건이 다시 조사되고 있지만, 나와 우리 가족은 이미 지쳤다”고 토로했다.

피해자들이 단체고소를 진행하기 위해 장씨 소유의 집 임차인에게 우편물을 보내는 중이다./사진=주현태 기자

피해자들이 단체고소를 진행하기 위해 장씨 소유의 집 임차인에게 우편물을 보내는 중이다./사진=주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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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세금 돌려준다는 말에 매매할 주택 계약한 피해자

또 다른 피해자인 경기도 부천시 도당동에서 2살 아이를 키우고 있는 ‘가장’ C씨는 올해 초 둘째를 계획하며 현재 살고 있는 빌라보다 조금 더 넓은 집으로 이사하고 싶었다. C씨는 공인중개사의 소개로 2021년 6월 A씨와 전세 계약을 맺었다. 이 빌라는 2억7500만원으로, 매매가인 3억원과 2500만원 차이가 나는 소위 ‘깡통 전세’였다. 깡통 전세는 선순위채권과 전세보증금을 합한 금액이 매매가의 80%를 넘는 전세 형태를 의미한다. 이 빌라의 경우 전세가율이 91%에 달했다. C씨는 오랫동안 운영됐다던 공인중개사무소와 계약하면 안전할 것이라는 생각에 큰 의심 없이 전세 계약을 체결했다.

C씨는 “결혼 후 처음으로 살게 된 집이 새건축물이라서 좋았고, 우리 가정에 한 아이가 생기면서 좋은 기운을 받았다고 생각했다”며 “이런 행복이 깨지는 데까지 14개월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그는 지난해 2월 문자를 통해 ‘집주인이 해외세금문제로 압류예정이니 권고 퇴거하라’는 경고장을 받았고, 이후 빌라왕 장씨에게 재계약 의사가 없다며 이사를 통보했다.

장씨는 전세금을 돌려주겠다고 장담했지만 계약만료일인 올해 6월, 준비가 되질 않았다며 이사를 3주만 미뤄달라고 요청했다.

전세금 반환이 이뤄지기 전이었지만 ‘내 집 마련’의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던 C씨는 미리 점찍어둔 다른 주택 매매를 결정하고 계약금 1000만원을 걸었다.

3주 연기에 맞춰 C씨 역시 이사에 필요한 모든 과정을 한달 연기했으나, 장씨는 7월18일 갑작스러운 일이 생겨 보증금을 줄 수 없다고 통보했다.

이에 C씨는 이사갈 집 계약금 1000만원과 이사비용 계약금 100만원, 청소비 계약금 30만원은 공중으로 분해됐다. 장씨는 차후 집·이사 계약금 모두 돌려주겠다고 했지만, 갑작스럽게 여유가 없다며 10월까지 기다려달라고 했다.

C씨는 “매번 다른 핑계로 돈을 주지 않아 계약했던 공인중개사무소를 찾아갔지만 중개소 번호도 없는 번호로 떴고, 수소문 끝에 해당 빌라를 중개한 건 보조원으로 현재 다른 일을 하고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전부다 못 돌려받게 될 것 같다. 조금 더 꼼꼼하게 체크해 계약했다면, 행복한 가정을 일궈낼 수 있었을 텐데 다 내 잘못같다”며 “누군가가 자살을 해야 정부가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들어줄 것인지 의문이 생긴다. 이 나쁜 사람을 징벌해 두 번 다시 같은 사례가 생기지 않게 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김동령 변호사는 “피해 회복을 위해서는 가해자의 범죄수익을 끝까지 추적할 필요가 있다”며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하나로 모아 이를 대변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장씨와 피해자가 주고 받은 문자 내용./사진제공=피해자

장씨와 피해자가 주고 받은 문자 내용./사진제공=피해자

◇ 빌라왕 장씨 “사기 목적 없었고, 재산 은닉한 것 아냐”


빌라왕 장씨는 한국금융신문에 “임대사업을 진행했던 것은 맞다. 분명한건 임차인 몇 명의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해 화가 날 수 있지만, 애초부터 사기 칠 목적으로 시작한 것이 아니며 재산을 은닉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장씨 법률 대리인은 “피해자들의 전체 사례를 살펴보고 이에 맞게 대응을 하고자 한다”며 “투자를 위해 집을 사들였지만 부동산 경기가 나빠짐에 따라, 일부 피해자들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한 사례가 있다”고 부분 인정했다.

대리인은 이어 “장씨는 장기적으로라도 보증금을 되돌려 주고자 여러 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급매로라도 보유한 집을 팔 것을 생각하고 있고 가족‧지인들에게 돈을 빌려서라도 급한 분들에게 돌려주고자 한다”며 “보유한 빌라 세입자 중 30%는 보증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기 때문에 이런 분들에게 더 힘쓸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장모씨의 활동 지역은 서울시 ▲강서구 ▲양천구 ▲중랑구 ▲성북구 ▲구로구 ▲금천구 ▲관악구, 경기도 ▲파주시 ▲수원시 팔달구 ▲안양시 만안구 ▲안산시 단원구 ▲의정부시 ▲광명시 ▲군포시 ▲김포시 ▲부천시 ▲시흥시, 인천시 ▲계양구 ▲남동구 ▲미추홀구 ▲부평구 ▲서구 ▲연수구 등으로 확인됐다.

주현태 기자 gun1313@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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