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삼성전자 서초 사옥(왼쪽)과 SK하이닉스 이천 본사.

HBM은 기존 D램 대비 데이터 처리 속도가 혁신적으로 향상된 제품이다. 좁은 면적에 여러 D램 데이터 연결 통로를 촘촘하게 밀집시키는 방식으로 생산된다. 기존 D램보다 가격이 6배 이상 높아 수익성도 뛰어나다.
HBM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SK하이닉스가 주도권을 쥐고 있었다. 대만 기술시장 조사기업 트렌드포스가 발표한 지난해 HBM 시장점유율 조사에 따르면 1위는 SK하이닉스(50%), 2위 삼성전자(40%), 3위 마이크론(10%) 순이었다.
그런데 최근 챗GPT 등 AI 부상과 더불어 이 제품의 핵심 부품으로 HBM이 주목을 받으면서 메모리 업체간 선점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트렌드포스는 최근 HBM 점유율 조사를 통해 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와 업계 1위(46~49%)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두 회사는 올 2분기 실적 발표 때도 저마다 ‘HBM 1위’를 내세우며 시장 우위를 강조했다.
일단 기술력에서는 SK하이닉스(대표 박정호닫기

지난 4월에는 세계 최초로 D램 단품 칩 12개를 수직 적층해 현존 최고 용량인 24기가바이트(GB)를 구현한 HBM3 신제품을 시장에 내놨다.
SK하이닉스는 특히 챗GPT용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만드는 엔비디아에 HBM을 공급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AI 서버에 필요한 GPU 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회사로 HBM은 GPU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로 필수로 탑재된다.
여기에 SK하이닉스는 HBM을 내년 투자 우선순위로 선정하고 물량도 2배 확대할 계획이다. 내년 상반기에는 5세대 제품인 HBM3E 양산에 돌입하고 2026년 6세대 제품인 HBM4를 양산한다는 구상이다.
삼성전자(대표 한종희닫기


실제 삼성전자는 업계 최고 6.4Gbps(1초당 전송되는 기가바이트) 성능과 초저전력을 기반으로 하는 HBM3 16GB, 12단 24GB 제품 양산 준비를 마쳤다. 오는 4분기부터 HBM3와 5세대인 HBM3P를 출하하고 내년부터 6세대 HBM도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올해 전년 대비 2배 수준인 10억Gb 중반을 넘어서는 고객 수요를 이미 확보했다. 또 하반기 추가 수주에 대비해 생산능력 확대에 나서는 중이며 증설 투자로 내년 생산능력을 기존 대비 2배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전세계 HBM 수요는 2억9000만GB다. 전년 대비 60% 증가한 수치로 내년에는 30% 추가 성장이 예상된다. 인도 기술 시장 조사 기업 모르도르인텔리전스(Mordor Inteligence)도 HBM 시장 규모가 올해 20억4186만 달러에서 오는 2028년 63억2150만 달러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메모리반도체 업계는 그동안 GPU가 요구하는 고대역폭 메모리를 GDDR(Graphics Double Data Rate)이란 이름으로 꾸준히 공급해 왔다. 그런데 그래픽 처리를 능가할 정도로 높은 메모리 용량이 요구되면서 HBM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정민규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메모리반도체 업황이 악화된 이후 공급업체들 감산과 고객사들 재고조정 노력이 지속되고 있다”며 “올 하반기에는 감산효과가 본격화하고 계절적 성수기에 따라 수요가 점차 회복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어 “D램의 경우 HBM 등을 중심으로 출하량이 증가하고 있다”며 “재고도 지난 5월을 정점으로 개선되고 있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김형일 기자 ktripod4@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