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ENM(대표 구창근)이 대표 수익모델인 광고, 콘텐츠 사업에서 부진한 성적표를 받으면서 ‘어닝 쇼크’에 가까운 실적을 냈다. /사진=CJ ENM
11일 업계에 따르면 CJ ENM은 연결기준 2분기 매출이 전년보다 12% 하락한 1조489억원, 영업손실은 -304억원을 기록했다. 적자 폭은 직전 분기(-503억원)보다 소폭 개선됐다. CJ ENM은 이번 실적에 대해 대내외 경기 악화로 광고 시장이 위축됐고, 투자한 영화나 콘텐츠 사업이 전반적으로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둬들였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구체적으로 티빙을 포함한 미디어 부문 매출은 전년보다 11.6% 감소한 3428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손실은 299억원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 광고 시장이 침체되면서 전년보다 TV광고 매출이 30.2%나 줄었고, 디지털 광고 매출도 27.8% 감소한 탓이다. CJ ENM 자회사인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 티빙의 경우 가입자 수가 전년보다 69.2% 증가한 것은 불행 중 다행이다. 다만,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티빙의 적자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지점이다.
티빙은 2020년 61억원, 2021년 762억원, 2022년 1192억원으로 3년 연속 적자를 냈다. 2분기 실적에서도 479억원의 적자를 썼다. 국내 OTT 점유율 1위인 넷플릭스를 잡기 위해 티빙이 콘텐츠 투자를 대대적으로 늘렸기 때문이다. CJ ENM은 앞서 지난 2021년 티빙에 향후 3년간 4000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CJ ENM은 콘텐츠에 대한 투자를 2021년 707억원에서 지난해 1168억원으로 65.2% 대폭 늘렸다. 올해 역시도 1400억원대를 콘텐츠에 투자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통해 티빙은 연간 가입자 수 500만명을 목표로 한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이렇다 할 흥행작이 없다는 점은 뼈아프다. 티빙은 하반기 오리지널 시리즈인 ‘운수오진 날’과 ‘피라미드 게임’, ‘이제 곧 죽습니다’, ‘잔혹한 인턴’ 등에 기대를 걸고 있다.
티빙 관계자는 “티빙에서만 볼 수 있는 독점 콘텐츠도 중요하지만, 타 미디어 채널과 얼마나 제휴를 맺어 다양한 콘텐츠를 끌어올 수 있느냐도 고객 만족도를 높이는 중요한 관점”이라며 “국내 토종 OTT로서 고객들이 오래 머물고 싶은 플랫폼으로 거듭나겠다”고 했다.
이어 유료 구독자도 개별 구매해야 하는 콘텐츠나 광고형 구독요금제 관련해서 “9월 초순부터 월 정액제 가입 시 별도 개별 구매없이 티빙 내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며 “광고형 구독요금제는 시장 반응을 지켜보며 검토중인 단계”라고 했다.
영화드라마 부문에서 극장 부진으로 2분기 매출이 전년보다 32.2% 감소한 2296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드라마 ‘구미호뎐1938’과 예능 ‘서진이네’가 아마존 글로벌에서 방영되면서 기대 이상의 실적을 내 733억원을 벌어들였다. CJ ENM이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투자·배급한 영화 중 흥행작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은 ‘공조2: 인터내셔날’과 ‘영웅’ 뿐이다. 올해 상반기 기대작이었던 ‘유령’도 손익분기점에 한참 못 미치는 66만명에 막을 내렸다. 지난 2일 개봉한 ‘더 문’도 이날 기준 43만명을 동원하면서 관객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그럼에도 CJ ENM은 하반기 ‘천박사퇴마연구소:설경의 비밀’, ‘탈출:프로젝트사일런스’, ‘2시의 데이트’ 등의 개봉을 기다리며, 실적 반등을 꿈꾸고 있다.
CJ ENM 관계자는 “콘텐츠 기업이기에 콘텐츠에 대한 투자는 반드시 해야 한다”면서도 “투자 과정이나 투자한 비용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는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투자효율성을 재고해 콘텐츠를 더 잘 만들 수 있는 방향은 무엇일지 전략적으로 고민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콘텐츠 사업과 달리 음악, 커머스 부문에서 호실적을 낸 것은 재도약의 기회로 읽힌다. CJ ENM은 음악 부문에서 매출액 1308억원, 영업익 120억원을 냈다. 커머스 부문에서는 매출액 3457억원, 영업익 187억원을 거둬들였다. 먼저 지난 5월 일본에서 개최한 ‘KCON JAPAN 2023’이 12만3000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 이달에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개최되며, 열기를 이어간다. 임영웅과 (여자)아이들 콘서트도 기대 이상으로 흥행했고, 컨벤션 라이브 사업도 매출이 작년보다 29.9% 큰 폭으로 성장했다. CJ ENM은 여세를 몰아 하반기 자체 아티스트 라인업을 확대한다. CJ ENM 산하 레이블인 ‘웨이크원’을 글로벌 K팝 기획사로 성장시킨다. 아이돌 사전기획부터 캐스팅, 트레이닝, 제작, 마케팅, 매니지먼트 등을 아우른다. 웨이크원에서 나온 남자 아이돌 ‘제로베이스원’의 경우 데뷔앨범 초동 판매량이 182만장을 기록할 정도다. 동시에 CJ ENM은 팬덤 플랫폼인 ‘엠넷플러스’도 덩치를 키운다. 엠넷 K팝 오디션 프로그램인 ‘프로듀스 101’ 시리즈도 제작, 일본에서 ‘프로듀스101 재팬 시즌3’도 론칭한다. 일본에서 톱 아이돌로 성장한 JO1과 INI의 활동도 기대되는 지점이다. 이러한 휴먼 IP(지식재산권)로 ‘글로벌 IP 파워하우스’ 기업이 되겠다는 구상이다. 커머스의 경우 단독상품을 개발하고, 패션·리빙 등 카테고리별 단독 브랜드를 론칭해 상품 포토폴리오부터 차별화할 전략이다.
구창근 CJ ENM 대표. /사진=CJ ENM
CJ ENM 관계자는 “아이돌 산업을 적극적으로 투자해 휴먼IP를 육성하고 음악을 그룹 신성장동력으로 키울 것”이라며 “아이돌 외에도 예능이나 드라마 등의 콘텐츠를 국내외 유통시키며 글로벌 IP사업으로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손원태 기자 tellme@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