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식구조, 기둥식(라멘)구조, 무량판구조 등 주요 건축공법별 구분도 / 자료제공=국토교통부
이미지 확대보기무량판구조란 ’없을 무(無)‘에 ’대들보 량(梁)‘자가 쓰인 명칭 그대로, 하중을 지탱하는 수평구조 부재인 보(beam), 즉 대들보 없이 건물의 하중을 지탱하는 기둥(코어)에 슬래브가 바로 연결된 구조를 가리킨다. 여기서 슬래브란 상판, 즉 넓은 바닥 평면을 말한다.
통상적으로 무량판구조는 주택보다는 교량건설 공사에 주로 쓰여왔다. 여기서 건축기술이 보다 발전되면서 백화점이나 쇼핑몰 등 심미적인 요인과 공간활용이 중요한 건축물로 공법 적용이 확대됐다.
기존 아파트의 경우 수직하중과 횡력을 내력벽체가 부담하는 ’벽식구조‘를 채택해왔다. 빠른 시간에 쌓아올리기 용이해 사업성이 좋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그러나 어려운 공간 가변과 어려운 재건축 난이도, 무엇보다 심각한 층간소음 유발 등을 이유로 문제점 역시 많이 지적받았다.
그러자 건설업계는 보를 설치하기 위한 상하 공간을 별도로 확보하지 않아도 되므로 층고를 줄일 수 있는 무량판구조를 2010년대부터 일반 주택에도 적용하기 시작했다. 보가 없는 만큼 슬래브를 튼튼하게 지어야 하므로 층간소음에도 강하다는 것이 건설사들의 설명이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건축공법 가운데서는 기둥식 구조, 다른 말로 ’라멘 구조‘라 불리는 방식이 가장 튼튼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라멘 구조란 골조구조의 절점이 고정돼있는 구조 형식을 가리키는데, 쉽게 말해 기둥과 보가 완전히 접합돼 연속적으로 이뤄진 형태를 말한다. 압축력과 인장력 모두에 강해 지진 등의 재해에도 강하고 부실시공 문제에서도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편이다.
그러나 라멘구조는 튼튼함만큼이나 오랜 공사기간과 많은 건축비용을 요구한다. 기둥이 들어가야 하므로 천장고도 높아져 전체 가구 수가 감소하게 되고, 이로 인한 사업성도 자연스럽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이익을 남기고 싶은 시행사나 시공사들은 라멘구조 대신 벽식구조나 무량판구조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무량판구조는 벽식구조와 라멘구조의 특징들이 하나로 뭉친 공법이다. 라멘구조에서 기둥이 빠졌으니 슬래브가 튼튼하게 고정되지 않으면 안전성이 떨어지는데, 이 때문에 전단벽 보강을 통한 안전성 강화가 필수다. 최근 불거지고 있는 인천 검단아파트 등의 부실 문제는 이 전단벽 보강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것에서 기인했다는 분석이 많다.
인천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 사고 현장을 찾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현장점검에 나서고 있다. / 사진제공=국토교통부
이미지 확대보기지난 1일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31일 지하주차장 철근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은 채 시공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아파트 15개 단지를 공개했다. 또 LH 아파트 명단과 함께 시공사, 감리 담당사도 공개했다.
파주 운정과 남양주 별내, 아산 탕정, 음성 금석(A2 임대), 공주 월송(A4 임대) 등 5곳은 주민들이 이미 입주를 마친 단지다. 수서역세권(A-3BL 분양)과 수원 당수(A3 분양), 오산 세교2(A6 임대), 충남도청 이전 신도시(RH11 임대) 등 4곳은 현재 입주 중인 단지다. 현재 공사가 진행중인 단지는 ▲파주 운정3(A23 분양) ▲양산 사송(A-2 분양) ▲양주 회천(A15 임대) ▲광주 선운2(A2 임대) ▲양산 사송(A-8BL 임대) ▲인천 가정2(A-1BL 임대) 등 6곳이다.
그런가 하면 정부는 이어 3일 무량판구조를 적용한 민간 아파트 293개 단지에 대한 안전 점검을 내달 말까지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주거동에 무량판을 쓴 곳은 총 105개 단지로 확인됐다. 주거동에만 사용한 단지가 74개(시공 중 25개·준공 완료 49개), 주거동과 지하 주차장에 함께 무량판 구조를 쓴 단지는 31개(시공 중 21개·준공 완료 10개)다.
국토부는 통상 3개월인 점검 기간을 두 달로 단축해 다음 달 말 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그러나 앞서 무량판 구조 지하주차장을 전수조사한 LH가 91개 단지를 조사하는 데 3개월이 걸린 것을 고려하면 무리한 일정이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익명을 요청한 한 건설사 관계자는 “단언컨대 단 한가지도 마음대로 조정한 적이 없다. 이 의미는 설계도면에서 오류가 있다는 의미인데, 설계오류인지 시공오류인지 밝히지도 않고 무조건 연대책임을 한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며 “적어도 정부가 발표하는 거라면 정확한 문제가 무엇인지부터 시시비비를 따져봐야하는게 옳았다”고 비난했다.
또 다른 건설 관계자도 “국토부는 무조건적인 연대책임을 강조하며 건설분야 이권 카르텔을 없애겠다고 하면서 건설업계 누르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발표에 거론된 건설사들 중 억울한 건설사가 분명히 있다. (우리 회사도)설계대로 진행했던 점을 강조할 예정이지만, 국토부를 대상으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