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사진=기획재정부
이미지 확대보기추경호닫기추경호기사 모아보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8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 참여해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추 부총리는 “전세금 반환 목적에 한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조금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세보증금 반환대출은 전세보증금을 반환하기 위한 용도로 받는 상품으로, 크게 전세퇴거자금대출·생활안정자금대출·보금자리론대출 등이 있다. 이 중 가장 대표적인 전세퇴거자금대출 기준 대출한도는 규제지역 기준 1주택자는 9억원 이하 LTV 40%, 초과 20%, 다주택자는 이용이 불가능하다. 비규제지역에서는 1주택자 LTV 70%, 다주택자는 60%로 적용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대출 실행은 임차인 퇴거 2개월 전부터 가능하다.
다만 추 부총리는 "일정 기간 전세금 반환 목적의 대출에만 한정할 것"이라면서 "늦어도 7월 중에는 (규제 완화를) 시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출을 신규 전세금의 차액에 한정하느냐는 질의에는 "한정된 부분에 관한 자금을 융통하도록 도와주는 것"이라면서 "일반대출에 대한 DSR 규제를 완화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 강조했다.
추 부총리는 "새로 전세를 들어오신 분이 불안하지 않도록, 전세 나갈 때 걱정하지 않도록 하는 장치까지 함께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이 같은 정책 방향성은 여름 들어 본격화될 것으로 우려되는 역전세난에 대한 ‘시간벌기’에 해당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임대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대신 지급한 전세보증 사고 금액은 4월까지 1조원(1조830억원)을 넘으며 이미 평년치를 크게 상회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우선 세입자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집주인들에게 대출을 내줌으로써 세입자들이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게 해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겠다는 의도로 이번 제한적 DSR 규제완화 카드를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출규제 완화 과정에서 세입자의 전세보증금으로 또 다른 투자에 나선, 이른바 ‘갭 투자’를 단행한 투기세력에게까지 수혜가 돌아갈 수 있다는 점은 시장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특히 전세시장 일각의 DSR 규제 완화 등이 실현되면 임대인이 기존 임차인의 퇴거를 위해 끌어온 선순위대출이 다음 세입자의 부담으로 전가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빚을 갚기 위해 빚을 내는 ‘폭탄 돌리기’가 실현될 수 있다는 우려다.
이에 따라 집주인이 대출을 받아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더라도 다음 세입자를 구하는 일도 쉽지 않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세입자가 계약을 앞두고 등기부등본을 뗐을 때 고액의 선순위채권이 잡혀있다면 세입자 입장에서는 입주를 꺼리게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부동산 한 전문가는 “이번 정책은 갭 투자에 나섰던 집주인들보다는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위기에 놓인 세입자 보호에 무게가 실린 것으로 보인다”며, “갭 투자에 나섰던 집주인들에게 대출을 준 뒤 집값이 오를 때까지 버티라는 메시지로도 풀이되는데, 선순위대출로 인해 새로운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고 집값까지 떨어진다면 집주인들의 이중고는 변함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