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강변 아파트 전경. 사진 = 한국금융신문
고금리와 원자재값 상승으로 공사비 조달이 쉽지 않아진 것은 물론 분양마저 부진해지면서 건설사들이 정비사업에 소극적으로 변한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올해 1분기 기준 시공능력평가 상위 10대 건설사의 정비사업 수주액은 4조5242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6조7786억원)보다 3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중에서도 서울에 비해 사업성이 떨어지는 지방 사업장의 상황은 더욱 좋지 않다. 오는 7월부터 서울시 내의 재건축·재개발 시공사 선정 시기가 현행 ‘사업시행인가 이후’에서 ‘조합설립인가 이후’로 앞당겨지면서, 건설업계가 지방을 포기하고 서울 사업장에 더더욱 ‘올인’하는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정비사업의 시공사 선정 시기가 종전보다 최소 1∼2년가량 앞당겨진다면 시공사 보증으로 사업 초기부터 사업비 조달(대출)이 쉬워지고, 인허가 등 사업 절차도 빨라질 전망이다.
서울시 정비사업 정보공개 현황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서울시내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가운데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곳은 116개 단지에 달한다.
이들 중 상당수가 7월부터 시공사 선정이 가능해진 것이다. 이들 중에는 강남구 압구정 현대아파트를 비롯해 개포주공·신반포 등 알짜배기 ‘대어’들이 대거 포함됐다.
대형 건설사 한 관계자는 “상반기에는 대어급 사업장들이 많지 않아 업계가 다소 잠잠했지만, 하반기부터는 서울 대형 사업장에 대한 경쟁이 좀 더 치열해지지 않을까 싶다”며 “금리나 수주 상황이 그렇게 좋다고 말하긴 힘들지만 그렇다고 수주를 안할 수는 없고,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는 차원에서 어떻게든 사활을 걸어야 하는 타이밍”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지방 도시정비 사업이다. 대형 건설사들의 관심이 온통 서울에 몰린다면, 사업성 측면에서 서울보다 훨씬 불리한 지방 사업장들은 상대적으로 고배를 마실 가능성이 커진다.
특히 이미 계약을 체결한 일부 사업장에서도 시공사의 공사비 인상 요구를 받아들이지 못하며 갈등을 빚는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
경기도 성남시 산성구역 주택재개발 조합은 시공사업단(대우건설·GS건설·SK에코플랜트)과 공사비 문제로 갈등을 빚다가 결국 시공사 교체를 추진하고 있다.
시공사업단은 당초 계약한 공사비 3.3㎡당 445만원보다 높은 620만원(지하 발파공사비 제외)을 요구하고 있으나, 조합 측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 최근에는 대우건설이 울산 동구의 한 주상복합 개발 사업의 후순위 대출 보증(브릿지론) 440억원을 자체 자금으로 상환하고 시공권을 포기하는 사례가 나오기도 했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방 사업장 등 사업성이 떨어지는 미착공 현장에서 시공사를 확보하지 못하거나 시공사를 확보해도 대우건설과 유사한 사례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도시정비업계 사정에 밝은 한 전문가는 “2년 전까지만 해도 지방 사업장에 하이엔드(고급) 브랜드를 론칭하려는 움직임이 나올 정도로 시장이 달아올랐지만 지금은 반대로 조합들이 꺼리는 컨소시엄 방식 수주라도 바란다고 할만큼 상황이 급변했다”며 “인천이나 경기 등 수도권 외곽도 쉽지 않은 마당에 지방광역시는 극히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사업에 차질을 빚는 곳들이 속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