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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익래 회장, 연휴 앞두고 급하게 ‘사퇴’ 기자회견… “질문은 안 받아” [현장 스케치]

임지윤 기자

dlawldbs20@

기사입력 : 2023-05-04 20:35 최종수정 : 2023-05-29 16:01

“국민께 사죄… 주식 매각 대금 사회에 환원”

사과 발표 1시간 30분 전 기자회견 알려

“객관적 자료로 소명하려 했지만, 논란 커져”

“금감원 수사 중인 사안이라 질문 안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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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이 2023년 5월 4일 오후 6시 45분 서울 여의도 키움증권 본사에서 최근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임지윤 기자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이 2023년 5월 4일 오후 6시 45분 서울 여의도 키움증권 본사에서 최근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임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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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임지윤 기자] “국민께 사죄드립니다. 저는 다우키움그룹 회장직과 키움증권(대표 황희순) 이사회 의장직을 사퇴하고 다우데이타(대표 성백진) 주식 매각 대금을 사회에 환원하고자 합니다.”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이 4일 오후 6시 45분, 연휴를 앞두고 급하게 서울 여의도 키움증권 본사 2층에서 ‘사퇴’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김 회장은 최근 제기된 주가조작 연루 의혹과 관련한 기자회견 현장에서 “국민께 사죄드린다”며 사퇴를 공식화했다. 하지만, 기자들의 질문을 전혀 받지 않았다. 금융감독원(원장 이복현닫기이복현기사 모아보기) 수사 중인 사안이라는 이유다.

기자들에게 기자회견을 연다고 알려온 시점은 이날 오후 5시 30분쯤이다. 그로부터 한 시간이 지난 6시 30분, 허겁지겁 여러 매체에서 모인 기자들은 대략 50명가량 됐다. 카메라 기자들은 배터리를 갈고, 촬영 위치를 잡느라 정신없었고 취재 기자들은 노트북을 열고 자료를 살폈다.

마침내 6시 45분이 되자 염주성 키움증권 전략기획본부 본부장‧부사장이 먼저 기자들 앞에 섰다.

그는 “우선 연휴를 앞두고 갑자기 불러 모아 송구스럽다”면서도 “죄송하지만, 금융당국으로부터 수사 중인 사안이라 질의응답은 따로 받지 않겠다”고 알렸다.

염주성 키움증권(대표 황현순) 전략기획본부 본부장‧부사장이 2023년 5월 4일 열린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 사퇴 기자회견 직전 기자들에게 “연휴를 앞두고 갑자기 불러 모아 송구스럽다”는 말을 전하고 있다./사진=임지윤 기자

염주성 키움증권(대표 황현순) 전략기획본부 본부장‧부사장이 2023년 5월 4일 열린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 사퇴 기자회견 직전 기자들에게 “연휴를 앞두고 갑자기 불러 모아 송구스럽다”는 말을 전하고 있다./사진=임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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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퇴장한 뒤 김익래 회장이 마이크를 잡았다. 그리고 바로 3번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
김 회장은 “먼저 높은 도덕적 책임이 요구되는 기업인으로서, 한 그룹 회장으로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점 머리 숙여 사과 드린다”며 “향후 금융당국과 수사기관 조사에 숨김과 보탬 없이 적극적이고 성실한 자세로 임하겠다”고 말했다.

이어서 “최근 저의 주시 매각에 대해 제기된 악의적 주장에 대해 객관적 자료로 소명하고자 했으나, 논란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며 “지금과 같은 상황은 주주님과 이해관계자를 포함한 국민 여러분에게 부담을 드리는 일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 회장은 “매도 과정에 법적 문제가 없었다 하더라도 이번 사태로 모든 분에게 상실감을 드린 것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며 사퇴를 결심한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40년 가까이 기업을 경영하면서 고객 신뢰를 최우선으로 여겼고, 그 뜻을 함께해 준 임직원들 덕분에 오늘날까지 대가 없이 그룹을 이끌어올 수 있었다”며 “이제 저는 물러나지만, 다우키움그룹이 고객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은 변치 않을 것”이라 전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국민 여러분께 더욱 신뢰받는 기업이 되도록 응원하겠다”며 다시 한번 물의를 일으킨 것에 대해 사과했다.

김 회장은 사과문을 발표하고 급하게 자리를 떴다.

기자들은 언제나 그랬듯 그를 뛰어가 좇았다. “주가조작 사실을 인정하는 거냐” 등 목소리 높여 각종 질문을 던졌지만, 김 회장은 어떤 말도 없었다. 직원들에 둘러싸여 회견장을 나갔다.

그의 뒤를 밟은 지 5분 만에 기자들은 웅성거리며 자리로 돌아왔다.

기자들 사이에선 “갑자기 불러 놓고 뭐 하는 거냐” “시대가 어느 땐데 질문을 안 받는다는 거냐” “사과 진정성이 안 느껴진다” 등의 얘기가 오갔다. 모 매체 기자는 “연휴를 앞두고 고향에 내려가는 기차표를 취소하고 왔는데, 이러려고 했으면 적당히 자료만 뿌리지 왜 불렀는지 모르겠다”며 키보드에 다시 손을 올렸다.

실제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등에는 위법한 행위로 부당 이득을 취한 것에 대한 제재는 명시돼 있으나, 금융당국 수사를 이유로 기자 질문에 답하면 안 된다는 규정은 없다.

2023년 5월 4일 열린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이 사퇴 기자회견 직후 질의응답 없이 자리를 떠나자 기자들이 웅성거리고 있다./사진=임지윤 기자

2023년 5월 4일 열린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이 사퇴 기자회견 직후 질의응답 없이 자리를 떠나자 기자들이 웅성거리고 있다./사진=임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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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익래 회장은 현재 작전세력에 의한 주가 폭락을 예견하고 미리 다우데이타 보유 주식을 처분했다는 의혹에 휩싸인 상태다. 김 회장은 지난 20일 시간 외 매매로 다우데이타 140만주(3.66%)를 주당 4만3245원에 처분해 605억원을 확보했다. 보유 지분은 26.66%에 23.01%로 줄었다.

이에 업계에선 소시에테제네랄(SG‧Societe Generale) 증권 창구를 통해 대규모 매물이 출회하며 다우데이타, 선광(대표 이도희), 대성홀딩스(대표 김영훈‧김정주), 삼천리(대표 이찬의‧유재권), 서울가스(대표 박근원‧김진철) 등 8개 종목이 폭락하기 이틀 전 처분한 게 우연일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한가를 기록한 8개 종목은 H 투자 컨설팅(Consulting‧자문) 업체의 라덕연 대표와 작전세력이 시중 유통량이 적다는 점을 이용해 수년간 주가를 고의로 부양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특히 다우데이타의 경우, 김 회장 지분 매도 직후 폭락한 점이 의심 지점이다. 종가 기준 17일 5만원대였던 다우데이터 주가는 이날 기준 1만5000원대까지 쪼그라들었다.

한편, 김 회장을 둘러싼 모든 의혹에 대해 “우연일 뿐”이라며 “직도 걸겠다”고 선언했던 황현순 키움증권 대표에게도 시선이 쏠린다.

황 대표는 28일 35곳 증권사 최고경영자(CEO‧Chief Executive Officer)가 모인 가운데 함용일 금감원 부원장 주재로 진행된 ‘증권업계 시장 현안 소통 회의’에서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의 다우데이타(대표 성백진) 지분 매각 논란에 대해 한차례 해명에 나선 바 있다.

그는 H 투자 컨설팅(Consulting‧자문) 업체의 라덕연 대표가 KBS‧YTN 인터뷰(Ineterview‧대담) 등을 통해 이번 사태 주범으로 ‘이익을 본 사람’을 꼽으면서 사실상 김 회장을 지목한 부분에 관해 “(라 대표와) 전혀 일면식도 없다”며 “0.00001% 가능성도 없기에 직을 걸 수 있다”고 강한 모습을 보였었다.

현재 금감원은 SG 증권 발 무더기 하한가 사태와 관련해 키움증권부터 전격 검사에 착수했다. 주가 폭락 사태와 관련해 취약점이 드러난 차액 결제거래(CFD‧Contract for Difference) 부분을 들여다보기로 한 것이다. CFD 관련 개인 전문투자자 규정 이행과 내부 임직원 연루 여부 등을 확인할 방침이다. 아울러 김 회장과 라 대표 공방전에 관해서도 살펴보려 한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단장 단성한)도 금융위원회(위원장 김주현닫기김주현기사 모아보기), 금감원의 수사·조사 인력이 참여하는 합동수사팀을 구성해서 이번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

빚내서 투자하는 레버리지(Leverage·지렛대) 활용과 수급 착시 효과 등으로 비판의 한 가운데 놓인 CFD는 주식을 직접 보유하지 않고 진입 가격과 청산 가격 차이만 결제하는 장외 파생 계약(TRS‧Total Return Swap) 중 하나다. 전문투자자만 거래할 수 있다. 증거금률은 40~100% 수준인데, 종목에 따라 2.5배 레버리지 투자가 가능하다. 이번에 하한가를 기록한 8개 종목도 CFD 계좌에서 주로 거래됐다.

키움증권은 매도 물량이 대거 나온 SG증권과 CFD 계약을 체결한 주요 증권사 중 하나다. 다움키움그룹은 ‘다우데이타→다우기술(대표 김윤덕)→키움증권’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갖추고 있다.

김익래 회장은 사표는 발표했으나, 법적 다툼은 이어갈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3일, 라 대표가 주장하는 공매도 의혹 제기에 반박하는 거래명세서 자료도 제시했다. 시간 외 대량매매는 하한가 사태 2주 전 시점인 4월 초부터 이미 진행됐고, 매도 일자는 외국계 증권사 일정에 따라 수동적으로 결정됐다는 게 요지다.

그보다 하루 전엔 라 대표를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죄로 서울경찰청에 고소했다.

키움증권 측은 고소장을 제출하면서 “키움증권이 해당 주식 가격을 하락시키기 위해 인위적으로 반대매매를 실행했다는 취지의 라덕연 발언은 실시간으로 자동 실행되는 CFD 반대매매 구조상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이라며 “키움증권이 주가조작을 하거나 주가조작 세력과 연계됐다는 허위사실을 유포함으로써 회사의 명예를 훼손하고 신용을 심각하게 실추시켰다”고 고소 이유를 밝혔다.

키움증권은 이날 기자 질의응답을 진행하진 않았지만, 기자회견 1시간 30분 정도가 지난 뒤 홍보팀을 통해 몇 가지 사항에 대한 답을 내놨다.

주식 매각 대금을 어디 사용할지 아직 정하지 않았으나, 건전한 자본시장 육성에 도움 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아울러 “김 회장은 앞으로 모든 직책을 내려놓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는 게 맞다”며 금감원 조사 중 갑자기 입장을 표한 이유는 “도의적 책임 때문”이라 명시했다.

임지윤 기자 dlawldbs20@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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