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찬 기자
저축은행 부실사태가 발생한지 12년이 지났지만 ‘저축은행’이라는 단어에 부정적인 시선과 부실 금융회사라는 이미지가 여전하다. 소비자 뿐만 아니라 저축은행을 향한 금융당국의 시선도 다른 금융업권과 달리 ‘우려’ 섞인 시선이 여전히 깔려 있다.
저축은행 부실사태는 부동산 등 리스크가 큰 사업들에 대해 제대로 된 심사과정 없이 프로젝트 파이낸스(PF)의 형태로 무분별하게 불법적인 대출을 제공하고 이로 인해 부실채권을 떠안아 다수의 저축은행들이 영업정지 된 사태를 가리킨다.
부실사태 당시 저축은행 예금자들의 불안심리가 커졌으며 저축은행 영업점은 예금을 인출하려는 예금자들로 가득 차면서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이 촉발되기도 했다.
예금보험공사가 구조조정 특별계정을 설치하고 27조원이 넘는 자금을 투입했으며 자산부채이전(P&A) 방식으로 저축은행을 금융지주에게 매각하면서 현재 79개사 체제가 갖춰졌다.
저축은행 부실사태가 발생한지 12년이 지난 현재 SBI저축은행은 부산은행과 대구은행을 제외한 지방은행보다 높은 순이익을 시현하고 있으며 SBI저축은행과 OK저축은행의 총자산이 10조원을 넘기는 등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또한 유동성 비율도 지난해 말 기준 177.1%로 저축은행감독규정에서 정한 100%보다 안정적인 수준에서 관리되고 있으며 주요 저축은행의 평균 BIS기준 자기자본비율은 11.77%로 금융당국의 권고하는 수준으로 건전성 지표가 관리되고 있다.
하지만 금융 관련 부정적인 이슈가 발생하면 여전히 위기설에 휩싸이는 곳이 저축은행이다.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와 크레디트 스위스(CS) 유동성 위기, 부동산PF 부실 우려 등으로 ‘뱅크런’ 우려가 커지면서 저축은행의 ‘뱅크런’ 위기를 조장하는 PF부실 우려 루머가 돌기도 했다.
이는 과거 저축은행 부실사태에 따른 저축은행 업권의 ‘숙원 과제’이지만 저축은행만의 과제가 아닌 국내 금융산업의 성장을 위해 금융당국과 저축은행 업권이 함께 풀어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저축은행 업권은 지속적인 경영개선과 노력으로 경영성과가 크게 개선됐지만 여전히 다른 금융업권 대비 강도 높은 금융규제를 받고 있고 다른 업권과의 경쟁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 저축은행은 6개 권역으로 영업구역 제한을 받고 있으며 영업구역 내 개인 및 중소기업에 50% 이상 대출을 의무화하고 있으나 서울 및 인천·경기를 제외한 지방 저축은행에 대해서는 영업활성화를 위해 40%로 규제를 받고 있다.
저축은행 업권의 성장은 서민금융과도 직결된 문제이기도 하다.
저축은행은 대표적인 서민금융기관이지만 강력한 규제로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면서 업권 간의 규제 차익에 따른 형평성이 확보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저축은행 업권이 고객과의 신뢰를 다시 회복하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저축은행 업권은 유튜브 채널 운영, 프로그램 스폰서 참여, 프로스포츠 구단 운영 등 다양한 방면에서 마케팅 활동을 펼치며 친근한 이미지를 심어가고 있다.
특히 프로배구, 프로당구, 골프 등 다양한 스포츠 종목에 투자를 확대하면서 친근한 이미지를 쌓아나가면서 브랜드 인지도 제고에 나서고 있다.
다만 저축은행 업권에서 PF대출 관련 횡령 사고가 연이어 발생했으며 작업대출 조직이 개입해 서류 위·변조 등을 통해 저축은행의 사업자 주택담보대출을 부당취급한 사례도 발생하는 등 내부통제 시스템 부실 논란이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처럼 오랜기간 쌓아온 긍정적인 이미지들이 금융업권에서는 한순간의 실책으로 공든 탑이 무너질 수 있어 이를 방지하기 위한 내부통제 강화와 자구책 마련이 필요하다.
김경찬 기자 kkch@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