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
업계에 따르면, 배 대표는 그동안 ‘변화’와 ‘혁신’을 중점에 두고 상장지수펀드(ETF·Exchange Traded Fund) 전문가를 대폭 늘렸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이 2008년 이후 14년 동안 사용하던 브랜드 명칭 ‘킨덱스’(KINDEX)를 ‘에이스’(ACe)로 바꾼 장본인도 배재규 대표다.
“아내 빼고 다 바꿔라”는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말에 격하게 공감하는 그의 경영철학을 엿볼 수 있다. 내부 인물만 대표로 줄곧 기용하던 한국투자신탁운용에서 20년 만에 외부 출신 대표로 발탁된 그의 존재 자체만으로도 ‘파격’이긴 하다.
다만, 취임 이후 아직 성과가 뚜렷하게 나타나진 않고 있다. ETF 점유율은 취임 전보다 오히려 줄었고, 재작년까지 성장세였던 영업수익과 영업이익도 감소세로 돌아섰다. 전 세계 각국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 가운데 증시 상황이 불안정해진 상황에 대체투자 부문을 분사한 것이 실적 부진으로 이어졌다.
취임한 지 1년 만에 변화와 성과를 모두 기대하는 것, 그 자체가 어불성설(語不成說)이긴 하지만 ‘ETF 아버지’라 불리는 데다 “삼성자산운용(대표 서봉균)과 미래에셋자산운용(대표 최창훈·이병성) 2강 독점 체제를 깨겠다”고 선언한 그이기에 한국투자신탁운용 행보를 바라보는 눈과 귀는 많은 상황이다. 과연 배 대표는 실적 반등에 성공할 수 있을까?
지난해 10월 출시한 ‘한국투자TDF알아서ETF포커스’ 펀드 시리즈는 모든 빈티지(Vintage·은퇴 목표 시점)에서 1위를 기록했다. 국내 설정된 144개 공모 TDF 가운데 수익률 1위를 차지한 것이다. TDF는 투자자의 은퇴 예상 연도를 목표 시점으로 설정하고 해당 시점까지 알아서 자산을 운용해 주는 대표적인 연금 특화 상품이다. ‘한국투자TDF알아서ETF포커스’ 펀드 시리즈는 현재 2030·2035·2040·2045·2050·2055·2060의 7개 빈티지가 있다.
해당 TDF에는 배재규 대표의 경영철학이 잘 담겨 있다. 그가 생각하는 투자 기본 원칙은 ▲장기 투자 ▲분산 투자 ▲저 비용 투자 3가지다. 기술적으론 적립식 투자까지 포함해 4가지로 볼 수도 있다. 이러한 원칙하에 ‘한국투자TDF알아서ETF포커스’는 자산 배분 효과를 높이고 비용을 낮게 운용한다. 오래 숙성할수록 깊은 맛을 내는 와인처럼 한국인의 연금 장기 투자에 최적화했다.
특히 자동차로 치면 ‘엔진’이라 할 수 있는 글라이드패스(Glide Path‧자산 배분 곡선)를 자체 개발한 게 주요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한국투자TDF알아서ETF포커스’ 펀드 시리즈를 선보일 당시 국내 자산운용사 가운데 최초로 자체 분석 장기자본시장 가정(LTCMA·Long Term Capital Market Assumption)을 공개한 바 있다. 현재 블랙록(BlackRock·대표 래리 핑크)이나 JP모건 체이스(JPMorgan Chase‧대표 제이미 다이먼) 등 글로벌(Global·해외) 증권사들은 이 장기 포트폴리오(Portfolio·자산 배분 전략) 뼈대를 대부분 공개 중이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LTCMA는 40년 이상의 전 세계 경기 사이클(Cycle·순환 주기)을 분석한 결과물이다. 완성하고 반영하는 데만 7년 이상 걸렸다. 연금 사업자와 기관투자가 등을 위해 장기투자 관점에서 경기 상승기와 하락기를 균형 있게 고려했다. 잠재적인 투자 수익률과 위험 특징을 반영하는 데 중점을 뒀다.
LTCMA 완성을 이끈 박희운 한국투자신탁운용 설루션(Solution·문제 해결 시스템) 본부장은 “‘한국투자TDF알아서ETF포커스펀드’는 미국 대형 성장주와 한국 채권 중심 투자로 연초 이후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다”며 “LTCMA로 분석한 결과, 글로벌 주식이나 국내 채권 자산을 중심으로 하는 환 노출 전략을 바탕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퇴직연금의 경우, 길게는 30년간 투자하는 초장기 상품이기에 최적화된 글로벌 포트폴리오를 기반으로 낮은 비용에 장기투자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TF에도 투자 자금이 몰리는 추세다. 국내 유일’ 실물 운용 미국 30년 국채 ETF인 ‘ACE 미국30년국채액티브(H)’ 순자산액은 지난 19일 기준 500억원을 돌파했다. 상장 이후 27거래일 연속 순매수세를 지속한 결과다. 이 기간 개인투자자가 기록한 순매수 규모는 309억원에 달한다.
한국투자신탁운용 관계자는 “배 대표는 김찬영 디지털 ETF 마케팅본부장과 박희운 솔루션본부장 등 삼성자산운용에서 손발을 맞추던 인사를 영입하고 ‘ETF 운용본부’를 신설하는 등 ETF 경쟁력 강화에 힘쓰고 있다”며 “삼성자산운용에서 일할 당시 2000년대 국내 최초로 국내에 ETF를 도입해 회사를 현재 1위까지 올려놓는 등 ETF 시장에서 절대적인 입지를 가진 만큼 앞으로 한국투자신탁운용에서의 ETF 성과도 곧 가시적으로 나타날 것”이라 말했다.
베트남 출장을 직접 다녀온 뒤 베트남 투자 정보가 실린 유튜브(YouTube) 영상에 출연하거나 베트남 ETF 거래 이벤트를 여는 등 배 대표는 지금, 베트남 알리기에 한창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연말 출장으로 베트남 현지에 가서는 윤항진 베트남 법인(KIM VIETNAM FUND MANAGEMENT) 법인장과 국내 투자자들에게 베트남 성장 잠재력을 알릴 방안을 논의했다. 출장 이후엔 <왜 베트남 시장인가>의 저자 ‘유영국 작가’가 베트남의 유통·부동산 시장 등을 소개하는 유튜브 콘텐츠(Contents·제작물) ‘재방문 베트남’(Revisit Vetnam)을 기획했다. 현재 이 유튜브 영상 시리즈는 최대 조회 수 12만회를 기록하는 등 투자자들로부터 긍정적 반응을 얻고 있는 상태다.
베트남 투자자들을 모으고자 오프라인 행사도 진행했다. 지난 2월, ‘재방문 베트남’ 영상의 일환으로 기관투자가 대상 ‘한투 베트남 투자세미나’를 열어 업계 관심을 끌어냈다. 당시 세미나에서 배 대표는 “지난해 베트남 출장 이후 고객이 돈을 벌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밝혔다.
투자 섹터(Sector·산업)으로 ▲내수 소비 증가 수혜가 전망되는 ‘소비재’ ▲저렴하고 풍부한 고급 인력을 바탕으로 성장할 ‘정보통신 기술’(IT·Information Technology) ▲제조업 확대로 호재가 기대되는 물류·산업단지 등을 꼽았다.
실제로 베트남은 현재 전 세계 경기 침체가 전망되는 와중에도 고성장이 관측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International Monetary Fund)은 올해 베트남 경제성장률을 7%대로 전망한다. 인도와 함께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따른 최대 수혜국 중 하나로 꼽히는 데다 베트남 정부도 해외직접투자(FDI·Foreign Direct Investment) 유치에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다. 베트남 자본시장이 더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만 39세 이하 젊은 층 비중이 60%를 넘는다는 점 역시 매력적인 요인이다. 배 대표가 베트남에 빠진 이유도 여기 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베트남 ETF를 운용하는 한국투자신탁운용의 배재규 대표는 최근 자사 공식 유튜브 콘텐츠에 출연해 “베트남은 지난 2008년까지만 해도 14조원 규모였던 주식시장 시가총액이 현재 270조원으로 성장했다”며 “미국·중국 갈등으로 인한 여파가 베트남 경제에 더 많은 수혜를 줄 것”이라 말했다.
한국투자신탁운용 관계자는 “베트남은 ‘제2의 중국’으로 거론되는 국가”라며 “내수시장 성장과 FDI 증가에 힘입어 꾸준한 고성장이 전망되고 있다”며 “다양한 마케팅 활동으로 베트남 ETF와 더불어 ‘한국투자 베트남그로스펀드’ ‘한국투자 베트남IPO(Initial Public Offering·기업공개)펀드’ 등 회사가 보유한 베트남 펀드를 적극적으로 홍보할 계획”이라 전했다.
임지윤 기자 dlawldbs20@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