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는 이번주 일제히 정기 주주총회를 연다. 오는 23일 신한금융지주를 시작으로 24일에는 KB·하나·우리금융지주가 각각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신한금융은 이번 주총에 차기 회장으로 내정된 진옥동 사내이사를 선임하는 안건을 올린다. 신한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해 12월 진옥동 전 신한은행장을 차기 대표이사 회장 후보로 추천했다.
진 내정자는 이번 주총과 이사회를 거쳐 대표이사 회장으로 정식 선임된다. 임기는 3년이다. 신한금융은 지난달 초 취임한 정상혁닫기정상혁기사 모아보기 신한은행장의 기타 비상무이사 선임 안건도 처리할 예정이다.
국민연금은 진 내정자의 사내이사 선임안에 대해 반대표를 던지기로 했다. 국민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는 지난 16일 신한금융의 주총 안건인 '사내이사 진옥동 선임의 건'과 '사외이사 성재호·이윤재 선임의 건'에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기로 결정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말 기준 신한금융 지분 7.69%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수탁위는 "기업가치 훼손 내지 감시의무 소홀 등의 이유로 (해당 주총 안건에) 반대한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수탁위가 진 내정자에게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의 책임을 물은 것으로 보고 있다. 진 내정자는 신한은행장이었던 2021년 4월 금융당국으로부터 라임사태로 경징계인 '주의적 경고' 처분을 받은 바 있다.
금융권에서는 국민연금의 반대에도 외국인 주주가 다수인 금융사 특성을 고려하면 진 내정자 선임안이 주총을 무난히 통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신한금융의 외국인 지분율은 전날 기준 62.87%에 달한다. 국민연금은 지난 2020년에도 채용비리 책임을 물어 조용병닫기조용병기사 모아보기 회장의 연임안에 반대 의결권을 행사했지만 주총에서 조 회장 선임안은 통과됐다.
외국인 투자자가 가장 많이 참고하는 글로벌 최대 의결권 자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는 진 내정자 선임안에 찬성 의견을 밝힌 상태다. ISS는 그간 신한금융 회장 선임에 대해 ‘반대’ 표결을 권고해온 바 있다.
ISS는 진 내정자와 관련해 “신한금융의 리스크 관리를 개선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했고 라임 사건과 관련된 고객 보상, 내부통제 시스템 강화, 고위험 상품 판매 관련 직원의 핵심성과지표(KPI) 개편을 통해 재발 방지대책을 마련했다”면서 “불확실한 경영 환경에서 회장 후보를 반대하는 것은 회사의 가치와 주주의 가치를 훼손할 수 있는 만큼 찬성을 권한다”고 밝혔다.
진 내정자는 신한금융의 실질적인 최대 주주인 재일교포 주주들의 지지를 받고 있기도 하다. 신한금융 내 핵심 ‘일본통’으로 꼽히는 진 내정자는 일본 오사카지점과 SBJ은행 등 일본에서 오랜 기간 근무하며 다진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재일교포 주주들의 신임을 받았다. 신한금융은 1982년 7월 재일교포 주주들이 100% 출자해 설립한 신한은행에서 출발해 이들의 영향력이 크다. 재일교포 주주 그룹의 추정 지분은 약 15%다.
우리금융의 경우 이번 주총에 임종룡 사내이사 선임의 건을 상정한다. 우리금융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달 초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을 차기 대표이사 회장 후보자로 추천했다. 임 내정자는 주총 의결을 거쳐 임기 3년의 대표이사 회장으로 최종 선임될 예정이다.
임 내정자는 최종 후보로 낙점된 이후 대대적인 인사와 조직개편을 단행하는 등 ‘쇄신’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공식 취임 직후 차기 우리은행장을 선임하는 경영승계프로그램을 가동하는 등 다음달 중 인사를 마무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주사 내 신설한 미래사업추진부문을 중심으로 증권사 인수합병(M&A) 등 비은행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와 그룹 미래 먹거리 발굴 전략 등에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윤석열닫기윤석열기사 모아보기 대통령과 금융당국이 은행의 공공적 성격을 강조하고 ‘돈 잔치’를 비판하면서 과점 폐해에 대한 대책 마련이 본격화된 상황에서 신임 회장들이 이번 주총에서 제시할 경영 방향도 주목된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13일 “은행 고금리로 인해 국민들 고통이 크다”며 “은행의 돈 잔치로 인해 국민들의 위화감이 생기지 않도록 금융위원회는 관련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금융당국은 ‘은행권 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은행권 과점 체제를 해소하기 위한 제도 개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와 스위스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CS)의 유동성 위기가 연달아 터지면서 국내 은행주 투자심리도 얼어붙은 만큼 신임 회장들은 주주들의 불안을 잠재울 메시지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SVB와 CS 사태가 국내 은행에 미치는 영향력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나오지만 전반적인 투자심리 악화가 주가 변동성을 키울 것이란 전망이 뒤따른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국내 은행의 경우 자산의 대부분이 여신으로 구성돼 있어 SVB와 같은 미실현 손실이나 CS처럼 급격한 투자은행(IB) 손실 때문에 손익이 악화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면서도 “부실이 발생할 가능성은 적지만 전반적인 투자심리 위축에 따른 주가 변동성은 확대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