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현장에서 자행됐던 불합리한 ‘관행’을 둘러싼 정부와 건설노조의 갈등이 점입가경에 이르고 있다.
정부는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를 중심으로 연일 ‘건폭(건설+폭력)’ 등의 강경한 단어로 건설노조를 압박하고 있는 한편, 건설노조는 일부 노조의 불법행위나 악습·관행을 인정하면서도 ‘정부의 노동자 탄압이 도를 넘었다’며 반발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민주노총은 서울 중구 세종대로 일대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고 건설노조에 대한 탄압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이 자리에서 장옥기 건설노조 위원장은 "건설노동자들에게 노조는 최소한으로 인간답게 살기 위한 마지막 보루이자 버팀목"이라며 "윤석열닫기

현장에서 만난 한 건설노조 조합원은 ”집단의 덩치가 커지면 그 중에서 악폐습이나 관행을 자행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는 있지만, 정부가 그것을 노조 전체의 악폐습처럼 여기고 전체를 매도하는 것은 지나친 처사“라며, ”특히 국가가 나서서 건설노조를 ‘건폭’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매도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집회에 앞서 지난달 27일 열린 건설노조 기자회견에서 장옥기 위원장은 “건설노조는 건설현장의 불법·탈법을 근절하고, 부조리를 개혁하기 위해 활동했으나 여전히 건설현장에는 악습과 관행이 존재한다. 이를 근절하고 바꾸고자 노력했으나 건설산업 대표노조로서 그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며 국민들에게 사과했다.
실제로 정부의 감시망이 얕은 지방·지역 현장의 경우 건설노조의 폐단이 심각하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달 의정부지방검찰청 형사 제4부는 업무방해와 강요미수,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모 건설노조 간부 A씨 등 2명을 구속기소하고 소속 조합원 1명을 불구속기소 했다.
비슷한 시기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 역시 건설 현장에서 조합원 채용을 강요하거나 금품을 요구한 혐의(폭력행위처벌법상 공동공갈 등)로 한국노총 전국연합연맹 소속 H 건설산업노조 위원장 이모(51)씨 등 노조 간부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기도 했다.
지방 건설사 한 관계자는 “현장마다 건설노조를 칭하며 ‘수금’을 하러 다니는 사람들이 찾아오는데, 돈을 주지 않으면 공사를 방해하거나 현장에서 난동을 부리는 경우도 많아서 어쩔 수 없이 수 백 단위의 눈먼 돈이 나가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말했다.
이와 관해 원희룡닫기

그러나 장 위원장은 “건설현장에서 벌어지는 부조리한 문제의 피해자는 언제나 건설노동자였다”면서 “앞으로도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건설현장을 안전한 일터로 바꾸고 좋은 집을 시민들에게 제공할 수 있도록 노동조합답게 활동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건설현장의 대표적 불법행위로 타워크레인 월례비를 언급한 바 있다. 이와 관해 정민호 건설노조 부위원장(타워크레인분과위원장)은 “오늘(27일) 월례비를 거부하는 공문을 건설협회에 보냈다”며, “타워크레인 노동자들은 월례비의 대가로 강요받은 추가 근무와 안전규정을 위배하는 작업을 거부하며, 주 52시간 노동과 안전작업을 지켜내겠다”고 밝혔다. 사실상의 ‘준법 투쟁’을 선언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2일부터 건설기계를 활용한 부당금품 수수, 공사방해, 태업 등의 불법・부당행위에 대해 타워크레인 등의 건설기계 조종사는 최대 12개월간 면허를 정지시키는 대책을 발표했다.
원희룡 장관은 “타워크레인 조종사의 부당행위는 건설업체의 비용을 증가시키고, 공기를 연장시키는 한편,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져 결국 국민들에게 피해가 전가되고 있는 실정”이라면서, “이번 가이드라인 마련을 계기로 타워크레인 등 건설기계를 활용한 뿌리깊은 불법행위와 악성 관행을 바로잡겠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해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월례비가 ‘뒷돈’과 같은 개념으로 비화된 측면이 있지만 건설사 입장에서도 공기를 맞추기 위한 수단 가운데 하나로 쓰여온 부분도 있다”며, “정부의 입장은 이런 월례비를 정식 계약서에 포함해야 한다는 쪽인데, 전국의 현장이 계약서를 다시 쓰고 새로운 질서를 세우려면 적지않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 결과적으로 현재 작업 중인 현장들의 공기 지연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