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30대 초반 앓은 심근경색을 계기로 달리기를 시작했다고 한다. 뭔가 ‘의학 다큐 생로병사’와 같은 전개지만, 작가를 측은지심으로 바라볼 것은 아니다. 그는 지금 누구보다도 날씬하고 건강하다. 새벽에 혼자 뛰는 ‘황제 러닝’의 재미, 달리기가 가정 평화에 기여하는 방법 등을 들려주겠다고 달려든다. 달리면서 겪게 되는 고통과 희열도 생생하게 전한다. 뜨거운 한여름에 혼자서 42.195km 마라톤 코스를 달리면서 욕하다가 맞이한 차가운 미숫가루 한 잔이 천상의 맛이라고 감탄한다. 지리산 화엄사에서 대원사까지 뛰는 종주 이야기를 보면, 고통 속의 카타르시스가 뭔지를 느끼게 해준다.
출판사가 이 책을 왜 ‘자기계발서’ 카테고리로 분류했는지 잘 모르겠다. 책은 짤막한 에세이 형식이라 한번 호흡으로 한 단락을 가볍게 소화할 수 있다. 단락마다 독립적이라 책 어느 부분을 펼쳐 놓고 읽어도 술술 잘 읽힌다. '매뛰남'의 달리기 철학이 녹아 있어, 읽으면서 가끔은 멈추고 생각하게 만든다. 달리기에 자기 페이스가 있듯이 삶도 자기만의 페이스대로 살자고 권한다. 그렇다고 엄숙 근엄 진지는 아니다. 곳곳에 펼쳐져 있는 유머가 읽는 재미를 더한다. 뛰어보고 싶은 충동을 느끼는 것은 덤이다. 달리기 관련 정보들도 많다. 매일 10km를 달리는 한 남자의 고통과 희열을 엿보자. 그리고 같이 달려보자.
끔찍해서 오늘도 달립니다 / 지은이 원윤식 / 출판사 이야기가있는집 / 1만4,800원.
이창선 기자 lcs2004@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