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덕 지음 / 글항아리 / 352쪽 /1만8천 원]
“애덤 스미스는 누구보다 널리 알려졌으나 그만큼 잘못 알려져 있다”
33년 동안 저널리스트로서 자본주의 정글을 탐사하며 각국, 각계, 각층의 석학들을 두루 만난 작가 장경덕이 애덤 스미스 탄생 300주년을 맞아 야심찬 신간을 출간했다. <애덤 스미스 함께 읽기-다시 보는 『도덕감정론』과 『국부론』>이 그것이다.
『국부론』으로 대표되는 애덤 스미스의 사상은 자유와 경쟁을 세계의 지고한 이상으로 자리 매김시켜 현대 자본주의의 기초를 닦았다고 평가 받는다. 그러나 그가 오늘날의 세계를 본다면 “후세가 만들어낸 낯선 자신을 보고 한탄할지도 모른다" 것이 장경덕 작가의 생각이다. 그가 그린 이상은 반쪽 짜리로, 그마저 어설프게 실현돼버린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왜곡된 채 살아남은 반쪽은 그의 『국부론』이며 시간 속에서 유실된 반쪽은 『도덕감정론』이다. 그의 사상은 진보ㆍ보수, 좌파ㆍ우파가 보고 싶은 대로 보고 진영 논리로 덧칠한 신화가 됐다. 게다가 국내에서는 그에 대한 재조명이 유독 더뎌, 그를 극단적인 자유지상주의자나 시장 만능주의자로 여기고 있다.
이 책은 스미스에 관한 오래된 신화를 탈색시킨다. 각기 다른 자유를 말하는 진영들이 이념의 전투를 벌일 때, 애덤 스미스는 양날의 칼이 된다. 그의 가장 유명한 은유인 ‘보이지 않는 손’만 해도 그렇다. 정작 스미스가 이 표현을 사용한 것은 단 세 번뿐이다. 이를 두고 어떤 이는 시장에 전부 맡기라는 자유방임의 철학이라 믿고, 다른 이는 특권과 독점을 폐기하고 시민의 자유를 확대하라는 혁명 구호로 풀이한다.
이렇게 해석이 엇갈리는 와중에, 이 책은 기계적인 균형을 맞추려 하기보다 되도록 애덤 스미스의 본래 모습을 되찾으려 한다. 『국부론』의 빛에 가려 있었던 도덕철학자 애덤 스미스를 다시 보고, 놀라울 만큼 평등주의적인 그의 생각을 바로 읽자는 것이다.
저자는 오랫동안 경제지 기자로서 한국의 자본주의와 자유주의에 대해서 비판적 탐색을 해왔다. 세계의 저명한 경제학자와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들을 만나왔고, 그들의 책을 꾸준히 번역했으며, 애덤 스미스 문제와 번역에도 천착해왔다. 그런 이력을 살려, 저자는 두 원전 텍스트를 재번역하여 상투적인 해석과 오랜 편견을 걷어낸다.
이 책엔 저자가 토마 피케티, 아마르티아 센과 같은 경제학자들과 진행한 인터뷰도 녹아들어가 있다. 올가 토카르추크와 같은 작가와의 인터뷰를 통해 자본주의와 자유, 공감의 문제를 짚기도 한다. 국내에서 스미스를 편파적으로 해석하는 사례를 모아 부록에 담은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장경덕 지음 / 글항아리 / 352쪽 /1만8천 원]
이창선 기자 lcs2004@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