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는 지난달 신세계그룹과 온·오프라인 통합 디지털 생태계 조성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다. 양사는 ▲멤버십 협력을 통한 고객 경험 혁신 ▲KT AI/DX 역량을 기반으로 한 신세계 오프라인 스토어 디지털화 ▲AI 기반 물류 선진화 및 물류 인프라 공동 운영 ▲부동산 메가 프로젝트 공동 개발 ▲디지털 광고·마케팅 확대 등 5개 분야에서 협력을 추진하며 시너지를 창출하기로 했다.
양사는 또 협력 범위를 넓히기 위해 주요 경영진과 실무진으로 구성된 사업협력체도 구축했다. 프로젝트 조직을 가동해 사업 실행 속도를 높이고 추가적으로 협력이 가능한 사업 분야를 지속 발굴할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그간 KT가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한 뒤 상호 투자를 진행했던 만큼, 향후 신세계와의 ‘유통 혈맹’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
구현모 대표는 임기 마지막 해를 앞두고 총 5건의 빅딜을 성사시키는 등 디지코 광폭 행보를 이어갔다. 그는 지난해 신년사에서 “디지코 사업은 10년 이상 고성장이 예상되는 대세 성장 시작 단계”라며 “제휴협력은 기업 문화로 자리 잡아야 한다”라고 강조한 바 있다.
KT가 가장 먼저 빅딜을 추진한 분야는 금융이다. 신한금융그룹과 미래 성장 DX 사업협력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약 4000억원 규모 지분 동맹을 추진했다.
KT가 신한금융지주 지분 1.9%를 취득하고, 신한은행은 NTT도코모가 보유했던 KT 지분 5.46%를 블록딜(대량 매매)로 취득하는 방식이었다. 이로써 신한은행은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KT 지분 0.02%에 더해 총 5.48%를 보유하게 됐다.
이들은 ▲미래 동력 신규 발굴 ▲기존 사업 시너지 창출 ▲DX 역량 강화 등 3대 축을 중심으로 30여개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지난달에는 KT가 신한EZ손해보험 지분 9.9%를 확보하며 보험 디지털전환(DX) 중심으로 협업을 강화하기로 했다.
지난달 KT와 신한은행은 오프라인 협업 일환으로 ‘신한은행 KT 혁신점포’ 3곳을 열었다. KT 통신 서비스와 신한은행 금융 서비스를 결합한 미래채널 모습을 구현한 것. KT플라자에 방문한 고객이 신한은행 직원과 화상 상담으로 대출, 예·적금, 전자금융 등 금융 상담과 업무처리를 할 수 있도록 디지털 데스크를 마련했다.
또 이곳에는 통장, 카트, 일화용 비밀번호 생성기(OTP) 등 실물거래가 가능한 스마트 키오스크를 설치해 공과금 납부 업무도 가능토록 했다.
또 ESG 경영 실천과 디지털 컴퍼니 전환 전략의 일환으로 KT와 ‘공인전자문서센터’를 도입을 추진한다.
KT 클라우드, 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된 공인전자문서센터에 신한은행 문서관리 노하우를 접목한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한 것이다. 양사는 공인전자문서센터를 통해 종이 없는 업무 환경 구축, 영업점과 본점 간 물류 이동을 없애는 등 문서관리 모든 단계를 디지털화 할 계획이다.
지난해 2월에는 클라우드에 통 큰 투자를 단행했다. 국내 최대 클라우드 관리 기업(MSP)인 메가존 클라우드에 경영 참여 목적으로 1300억원을 투자해 지분 8%를 확보했다.
이후 지난 7월에는 메가존 클라우드가 KT클라우드에 300억원 규모 전환사채(CB) 투자를 진행하며 상호투자를 완성시켰다.
이후 KT클라우드는 메가존 클라우드를 비롯한 4개 파트너사와 함께 80억원 규모 제주도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활용 모델 지자체 시범 사업’을 수주하는 등 성과를 거뒀다.
금융 혈맹 6개월 뒤인 미디어에서 또 다른 빅딜이 성사됐다. KT는 국내 최대 미디어 기업이라 불리는 CJ ENM과 콘텐츠 사업 협력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다. 당시 CJ ENM은 KT스튜디오지니에 1000억원 규모 지분을 투자했다. KT스튜디오지니 첫 전략적 투자자(SI)가 된 것이다.
지난 7월 KT는 자사 OTT인 ‘시즌(Seezn)’과 CJ ENM OTT인 ‘티빙’ 통합을 결정했고, 지난 12월 1일 티빙이 시즌을 흡수하는 방식으로 합병을 공식화했다. 합병 비율은 1(티빙)대1.5737519(시즌)로 정해졌다. 현재 티빙 1대 주주는 CJ ENM이며, KT스튜디오지니는 사모펀드(PEF) 운용사 미디어그로쓰캐피탈제1호(JC파트너스)와 함께 3대 주주로 올라섰다.
9월에는 현대차그룹과 7500억원 규모 자사주를 교환하며 ‘모빌리티 동맹’을 맺었다. KT가 현대모비스 지분 1.46%(3003억원), 현대차 지분 1.04%(4456억원)를 확보하고, 현대차는 KT 지분을 4.69%, 현대모비스는 3.1%를 취득했다.
이들은 6G 통신 기반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고, 위성통신 기반 미래 항공 모빌리티 통신 인프라를 마련하는 데 힘쓰기로 했다. 또 전국에 위치한 KT 유휴 공간과 네트워크를 활용한 전기차 충전 인프라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KT와 현대차그룹은 지난 2020년 도심항공교통(UAM) 컨소시엄을 통해 협력해오고 있다. KT는 사람이 운행할 수 있는 항공기인 유인기, UAM 비행체, 저고도 무인 비행장치 등 여러 기체를 관제할 수 있도록 돕는 관제 통신을 담당한다. 현대차는 UAM 개발, 제조·판매·운영·정비 등을 아우르는 사업화 모델을 개발한다.
이 외에도 구 대표는 디지코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1조원 넘는 투자를 진행시킨 바 있다. 지난 2020년 6월 ‘경리나라’, ‘비즈플레이’ 등 기업 핀테크 솔루션으로 유명한 웹케시 그룹과 손잡았고, 9월에는 글로벌 데이터 전문기업 엡실론을 인수해 글로벌 데이터 시장 경쟁력 강화를 위한 준비에 나섰다. 또 미디어 계열사인 ‘지니뮤직’을 통해 ‘밀리의서재’를 인수했다.
업계에선 이러한 KT 광폭 행보가 향후 ‘디지코’ 성과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구 대표 취임 이전 KT 비통신 매출 비중은 27%에 불과했지만, 구 대표가 3년 만에 이를 41%까지 끌어올렸다. 특히 인공지능(AI), 빅데이터(Bigdata), 클라우드(Cloud) 중심 ‘A-B-C 디지코 생태계’ 확장과 KT스튜디오지니, KT클라우드 등 성장이 성과로 이어진 것. KT는 오는 2025년까지 비통신 매출을 5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KT 전체 조합원의 99%가 가입 중인 제1 노조도 지난달 구 대표의 연임을 지지하며 내놓은 성명서에서 “과거 낙하산 CEO들이 단기 성과를 위해 추진했던 인력구조조정이나 자산매각을 통해 고용안정을 위협하면서 달성한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사업 체질 개선을 통해 달성했다”며 구 대표를 평가했다.
구 대표도 지난해 11월 기자들과 만나 “디지코 전략을 통해 지난 3년간 변화가 끝이 아닌 지속적 변화를 이끌어 KT를 새로운 형태 사업자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연임을 결정했다”며 연임을 통해 자신이 일군 ‘디지코’ 전략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정은경 기자 ek7869@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