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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신혜주 기자] 대부업계가 존폐 위기에 몰렸다. 지난 20년간 우리나라 제도권 금융의 '마지막 보루'로서 은행과 저축은행 등 제1·2금융권에서 외면당한 서민들을 포용해 온 대부업이 말이다.
지난달 대부업체 중 유일한 코스닥 상장사인 리드코프는 대부중개업체를 통한 신규대출 영업을 축소했다. 한때 업계 1위였던 산와대부(산와머니)는 2019년부터 신규대출을 전면 중단했으며, 대형 대부업체인 조이크레디트도 2020년부터 신규대출 영업을 중단하고 직원 대부분을 정리했다.
대부업을 이용하는 고객도 급감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하반기 대부업 이용자 수는 112만명으로 6개월 새 11만명이 줄었으며, 2018년 말(221만명) 대비 절반에 가까운 49.32%가 감소했다.
이러한 현상의 근간에는 법정 최고금리가 있다. 지속적인 기준금리 인상과 부동산 경기 침체로 담보로 잡은 부동산은 리스크가 커지고 신용대출 원가는 여신 금리를 넘어섰다. 하지만 법정 최고금리 제한으로 대출 금리를 인상하지 못하자 대부업체들이 더 이상 마진을 낼 수도, 만기 연장이나 신규대출을 취급할 수도 없게 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법정 최고금리를 20%로 인하했을 땐 제로금리 시대였다"며 "그때는 20%로 인하할 수 있는 명분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 당시보다 금리가 3% 이상 올라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절대치로만 본다면 현재 법정 최고금리는 23%가 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료=금융위원회
이미지 확대보기자금조달 비용이 급등하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현재 대부업체의 조달 비용은 최고 연 12% 안팎까지 올랐다. 수신 기능이 없는 대부업체는 보통 캐피탈사나 저축은행에서 돈을 빌려 대출 영업을 하는데 최근 회사채 금리가 치솟으면서 대부업체들의 부담이 커졌다.
신용대출 금리 역시 법정 최고금리인 20%까지 올라와 있다. 대부금융협회 공시에 따르면 지난 7~9월 대부업체 30곳이 신규 취급한 신용대출의 가중평균은 대부분 법정 최고금리 수준이었다. 18.96%를 제공한 한곳을 제외하면 29개 업체가 연 19% 이상의 신용대출을 취급했으며, 이중 17개 업체는 평균 20% 금리를 받았다.
최근에는 부동산 경기 부진으로 담보 가치가 하락하자 담보대출까지 축소에 나섰다. 대부업의 부동산 담보대출은 후순위 채권으로 금리가 더 높은 대신 리스크가 더 크다.
국내 한 대형 대부업체 관계자는 "주택 가격이 하락하면서 담보대출을 중단하고 신용대출을 100%로 취급하고 있다"며 "대부분 튼튼하고 연체율이 낮은 기존 고객군을 위주로 수익이 나기 때문에 현재 신규대출을 받아도 수익을 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원가 상승이 일어날 시 비용에서 절감할 수 있는 부분은 2가지 밖에 없다"며 "대손비용과 인건비를 줄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손비용을 줄인다는 것은 저신용자보다 신용도가 좋은 사람한테 대출을 내준다는 뜻이고 인건비 감축은 많은 대부업체들이 문을 닫게 된다는 의미"라며 "전자는 수요를 가려서 받게 되고 후자는 공급처가 없어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혜주 기자 hjs0509@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