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인력 확보에 있어 빅테크와 중소 핀테크 사이에 양극화가 일어나고 있다.
중소 규모의 핀테크는 디지털 인재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반면, 빅테크는 IT인력 규모를 줄이는 상반된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 영향으로 비대면 문화가 급속도로 확산되자 디지털 전환을 위해 개발자를 포함한 IT인력 수요가 급격하게 증가했다. 이에 비해 공급이 턱 없이 부족해 IT 인력 쟁탈전이 벌어진 것이다.
특히 디지털 인력난은 금융업에서 강하게 나타났다. 유동성 공급으로 디지털 금융 거래가 활발해졌기 때문이다.
한정된 디지털 인력을 두고 수급 경쟁이 일자 빅테크들은 인지도, 연봉, 성과급, 스톡옵션 등의 복지 혜택을 내세워 인력들을 대거 채용해갔다.
따라서 IT인력의 연봉이 빠르게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디지털 전환 트렌드와 IT인력 임금 상승은 중소 핀테크에 인력 가뭄을 일으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금융 사업 확장에 나선 빅테크는 물론, 쇼핑 데이터 확보를 위해 결제 사업에 뛰어든 여러 대기업들도 가세해 핀테크 인력들을 흡수해갔다.
디지털 금융은 진입장벽이 높고 일정 기간의 숙련 과정이 필요해 금융과 IT 경험을 모두 갖춘 핀테크 인력들이 각광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대규모 IT인력을 충원해온 빅테크는 채용 규모 축소에 돌입했다. 금리 인상 및 인플레이션 위협으로 영업이익이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핀테크의 디지털 인력 공백은 서비스 품질 저하를 낳고, 폐업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업력이 짧고 자본력이 약한 스타트업의 특성상 한 명의 개발자가 여러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굵직한 프로젝트를 진행해온 숙련된 경력자들이 나가면 업무 히스토리에 공백이 생기고, 서비스 출시가 미뤄지게 된다. IT인력이 없으면 번뜩이는 사업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다 해도 서비스로 구현시킬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결국 빅테크와의 경쟁에서 더 뒤처져 시장에서 도태되게 된다.
중소형 핀테크들이 살아남지 못하게 되면, 빅테크 위주로 시장의 쏠림 현상이 강화된다. 가뜩이나 시장 지배력이 큰 기업의 독점이 심화되면 갑질, 불공정거래 등이 일어날 가능성을 높인다.
이로 인한 폐해는 고스란히 소비자들에게 전가될 뿐만 아니라, 산업의 발전을 저해한다.
소비자들의 편익을 확대하고, 건전한 시장질서를 확립하기 위해선 기업 간 경쟁을 활성화해야 한다. 많은 중소 스타트업들이 혁신하고, 창의를 발휘할 수 있는 생태계가 조성되어야 하는 것이다.
혁신을 주도해야 할 중소 핀테크들이 인재난에 봉착한 상황에서 정부의 개입이 불가피하다. IT인력난이 심화되자 새롭게 출범한 정부는 ‘디지털 패권 국가’를 목표로 디지털 인재 양성에 적극 나서겠다고 공표했다.
디지털 분야 100만 인재 양성을 위해 소프트웨어 교육을 의무화, 관련 학과의 정원과 장학금을 확대하고, 인재난에 처한 중소기업에 인재 채용에 따른 인센티브를 준다는 게 정책의 주요 골자다.
많은 IT인력을 양성할 수 있는 심도 있는 정책이다.
그러나 핀테크와 빅테크 간 인력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려면 보다 체계적인 방안이 필요해 보인다. 핀테크가 양질의 인력을 유치하고,?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핀테크를 포함한 IT 스타트업과 취준생의 접점을 확대할 효과적인 방안으로는 채용 연계형 산학협력과 부트캠프(단기간 코딩 교육)가 있다.
그간 대기업, 공기업 위주로 이뤄진 산학 공동 프로그램 연계를 핀테크 등의 중소 IT기업으로 확대해 디지털 인력을 직접 육성 및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스타트업 실무자와 함께 서비스를 직접 개발 및 운영하는 체험형 학습을 거쳐 회사와 취준생 모두 일하는 방식과 성향이 맞는지 파악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취준생들은 기업에 대한 관심과 업무 성취감을, 기업은 잠재력 있는 인재 발굴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것이다.
아울러 중소 스타트업 취업시 인센티브를 주는 일시적인 방안에서 더 나아가, 지원금을 스톡옵션으로 제공하는 방법도 고려해 볼만하다.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은 직원들이 주인의식을 가지고 회사와 함께 성장하도록 하는 동기 부여에 최적이다. 지원금을 받고 단기간에 관두는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애사심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원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대한민국은 디지털 패권국가로 향하는 길에 디지털 인재 양극화라는 난관에 부딪혔다. 중소 IT기업과 빅테크 간 균형 있는 인력 공급을 통해 위기를 타파해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많은 혁신 기술 및 서비스를 창출하고, 디지털 산업 경쟁력을 끌어 올릴 수 있다. 작은 스타트업 시절을 거치지지 않은 빅테크는 없다. IT스타트업들이 양질의 디지털 인재를 확보하여 세계적인 유니콘들로 성장할 수 있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