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건설경기 지표 / 자료=대한건설협회
이미지 확대보기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촉발된 세계적인 원자재값 대란과 코로나19 종식 이후를 대비한 금리인상기가 동시에 맞물리면서, 건설업계의 체감 경기가 크게 악화되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4월 건설기업 경기실사지수(CBSI)를 조사한 결과 전월 대비 16.1포인트(p) 하락한 69.5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23개월여만에 최저 수준이다. CBSI가 기준선인 100을 밑돌면 현재의 건설 경기 상황을 비관적으로 보는 기업이 낙관적으로 보는 기업보다 많다는 것을 뜻하고, 100을 넘으면 그 반대를 의미한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도 건설사들의 수주 실적 자체는 늘었다. 대한건설협회의 주요건설경기지표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3월)까지 건설사들이 올린 수주실적은 총 47조8709억원이었다. 올해는 이보다 약 6조원 가량 늘어난 53조5707억원의 건설수주가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렇게 늘어난 수주 실적이 역으로 건설사들에게 부담이 될 수도 있다는 부분이다. 원자재 파동이 길어지고, 금리인상기에 공사대금 회수가 어려워지면 수주를 해도 충분한 마진을 남길 수 없거나, 최악의 경우 마이너스까지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주요 상장 건설사 1분기 영업이익 변동 추이 / 자료=각 사, 금융 전자공시시스템 DART
이미지 확대보기건설산업연구원 박철한 연구위원은 건설경기 악화에 대해 “급등한 자재비 인상에 대한 원도급업체에 대한 공사비 증액 요구 및 파업 등의 영향이 컸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박 연구위원은 “통상 3월과 4월에는 혹한기 이후 공사가 증가하는 계절적인 영향으로 지수가 상승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오히려 하락하였으며, 특히 4월의 경우 15p 이상 하락, 23개월래 최저치인 69.5로 지수가 한 달 만에 60선으로 떨어졌다”고 진단하는 한편, “기업 규모별로 대형기업 BSI 하락이 두드러졌는데, 4월에 상승한 건설자재비 인상에 대한 원도급업체에 공사비 증액 요구 및 파업 등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고 덧붙였다.
1분기 주요 상장건설사들의 영업이익을 살펴보면 삼성물산 건설부문을 제외한 현대건설·GS건설·DL이앤씨·HDC현대산업개발 등이 모두 전년대비 두 자릿수 영업이익 하락을 겪었다. 5월 현재 유연탄과 니켈·철광석 등 주요 원자재들의 시장전망지표도 여전히 ‘위험’을 가리키고 있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eral Reserve) 의장 / 사진출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eral Reserve) 유튜브 채널 중 갈무리(한국시각 2022.05.05)
이미지 확대보기미국 연준(Fed)이 5월 빅스텝(Big step) 금리 인상을 단행하면서 한국은행의 통화긴축 시계가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도 힘을 얻고 있다.
4일(현지시각) 미국 연준이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인 연방기금금리(FF)를 인상하면서 한국(1.50%)과 미국(0.75∼1.00%)의 기준금리 격차는 기존 1.00∼1.25%p에서 0.50∼0.75%p로 축소됐다.
한은은 5월 FOMC 결과에 대해 지난 5일(한국시각) 열린 시장상황 점검회의에서 "회의 결과가 대체로 시장 예상에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회의를 주재한 이승헌 부총재는 "글로벌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미국의 높은 인플레이션 상황과 연준의 연속적인 0.5%p 인상 전망 등으로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가능성은 상존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며, 아울러 우크라이나·러시아 간 전쟁 장기화, 중국 경제성장 둔화 등 대외 여건의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지목했다.
일반적으로 건설사들의 공사대금 상당 부분은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을 통해 조달된다. 공사에 필요한 자금을 대출할 때 금리가 오르면 조달이 어려워지고, 이로 인해 공사 불확실성이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건설업계 사정에 밝은 한 전문가는 “아직까지 건설사들이 심각하게 타격을 입을 정도의 금리 인상은 없었지만, 이미 원자재값 및 인건비 상승으로 공사비 증액 논란이 많은 상황이라 갈수록 건설사들의 어려움이 커질 것”이라며, “금리 상승에 대비해 충분한 자본건전성 확보 등의 활로 마련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라는 생각을 밝혔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