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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최수연과 임지훈

최용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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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2-04-06 15:39 최종수정 : 2022-04-06 22:03

'카카오의 실패' 소환한 이해진
최수연호, 어떤 모습 보여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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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최수연 대표(오른쪽)과 김남선 CFO [사진제공=네이버]

네이버 최수연 대표(오른쪽)과 김남선 CFO [사진제공=네이버]

[한국금융신문 최용성 기자] 지난해 11월 네이버 차기 최고경영자(CEO)로 81년생 여성이 파격적으로 발탁되었다는 뉴스를 보며 그것 참 신선하다, 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완전 낯선 느낌은 아니었다. 다만 그 회사가 네이버라는 국내 최대 인터넷 기업이라 주목을 받았을 뿐이지, 그 전부터 IT 업계에서 2030 젊은 인재에게 회사를 맡기는 일은 더러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몇년 전 카카오가 지금 최 대표보다 더 어린 30대 CEO를 선임한 전례도 있지 않은가 말이다. 임지훈 전 카카오 대표 얘기다(당시 그의 나이는 35세였다). 2015년 9월 즈음이었을 거다. 지금이야 네이버와 시총을 다툴 정도로 카카오 덩치가 커지긴 했지만 당시는 그 정도까진 아니었다. 카카오로서는 뭔가 충격 요법이 필요했고, 김범수닫기김범수기사 모아보기 창업자가 꺼내 든 비장의 카드는 30대 CEO였다.

사람들은 반신반의했다. 세상에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30대 CEO라니 X친거 아냐? 무슨 소리! 카카오 같은 혁신 기업엔 저런 젊은 피가 흘러야 하는 법이지. 역시 김범수야. 저마다 자기 기준에서 많은 말들을 쏟아냈다. 혜성처럼 등장한 임 전 대표는 벤처캐피털리스트 출신이었다. 김 창업자는 그가 소프트뱅크벤처스 심사역으로 일할 때 거침 없는 언변과 시원한 결단력에 반했다고 한다. 저 사람이야말로 카카오에 필요한 인재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내가 전적으로 밀어줄 테니 카카오를 새롭게 만들어 달라'고 제안했고, 임 전 대표는 벤처캐피털리스트라면 누구나 갖고 있을 법한 로망 즉, 자신이 직접 회사를 경영해 대박을 터트리겠다는 승부사 기질이 발동했을 것이다. '김범수 키즈' 임지훈은 그렇게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카카오 대표 자리에 올랐다.

임지훈 전 카카오 대표 [사진=한국금융DB]

임지훈 전 카카오 대표 [사진=한국금융DB]


결론적으로 그는 실패한 경영자였다. 역설적으로 임 전 대표가 재임하던 시기 카카오는 꾸준히 성장했다. 카카오톡 플랫폼을 활용해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장했고, 유망한 기업 인수, 투자에도 적극 나섰다. 무려 1조 8700억 원이라는 천문학적 금액으로 인수한 로엔엔터테인먼트는 논란도 많았지만 이후 카카오 성장을 견인하는 '신의 한 수'라는 평가까지 받았다. 연결기준으로 2015년 9322억원이던 매출은 이듬해 1조 4642억원, 2017년엔 1조 9724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회사 안에서 그는 고립된 성이었다. 독단적 결정으로 부문장들이 등을 돌렸고 납득하기 어려운 인사로 불신을 자초했다. 물론 그 중에는 어린 CEO를 깔보고 몽니 부린 이들도 있었을 것이다. 그때마다 김 창업자가 나서 임 전 대표를 지지하며 복잡한 상황을 정리했다.

갈등은 생각보다 오래 갔다. 김 창업자가 상황을 수습하는 데도 한계가 있었다. 허니문 기간이 지나자 결국 임 전 대표가 CEO로서 자질이 부족한 것으로 결론났다. 그는 취임 2년여 만에 대표에서 물러났다. 대외적으로는 자진사퇴였지만 김 창업자 의지가 반영된 인사였다. 이때 김 창업자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CEO는 천재적 두뇌와 탁월한 비즈니스 감각 같은 것만이 아니라 직원들을 포용할 줄 아는 리더십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실감했을 것이다.
올초 '류영준닫기류영준기사 모아보기 먹튀' 논란이 일면서 위기가 왔을 때 김 창업자는 아마 수년전 임 전 대표 때 혼란이 떠올랐을 지 모르겠다. 그는 결단을 해야 했고, 이번에는 모험 대신 안정을 택했다. 25년 지기에게 손을 내밀었다. 남궁훈닫기남궁훈기사 모아보기 대표다. 적어도 성과 내려고 무리한 결정을 밀어붙이는 스타일은 아니다.

네이버에 2021년은 말 그대로 '다사다난'했던 한 해였다. 회사는 성장 일로를 걸었고 글로벌에서 두각도 보였지만 속으로 갈등과 반목이 심각했다. 이해진 창업자로서는 창업 20년을 넘긴 이후 새로운 변화에 둔감해진(것 처럼 보이는) 조직에 대한 불만도 쌓였을 수 있다. 이러다 역사 뒷편으로 사라진 기업들이 어디 한 둘인가. 이제 무대는 좁은 한국이 아니다. 글로벌에서 해야 할 일도 많은데 여기서 발목 잡힐 수는 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새 술은 새 부대에! 이해진 창업자는 2015년 김범수 창업자 결단을 소환했다. 갓 마흔을 넘긴 로펌 출신 엘리트 최수연닫기최수연기사 모아보기 대표의 발탁이다. 아직 임기가 남아 있던 한성숙 대표를 비롯해 최인혁 최고운영책임자(COO) 등 이른바 창업 동지격인 C레벨을 해체하는 초강수였다.

네이버 사옥 전경 [사진=네이버 홈페이지]

네이버 사옥 전경 [사진=네이버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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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네이버 C레벨은 눈빛만 봐도 서로의 생각을 알 수 있을 정도로 손발이 잘 맞았다. 이건 자질과 능력의 문제가 아니다. 오랜 경험과 시간이 그들을 '한 팀'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반면 최 대표와 함께 선임된 김남선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그렇지 않다. 매뉴얼을 만들고 새로 경험을 축적해야 한다. 신규 사업도 만만치 않을 텐데, 임직원들과 적극 소통하며 지난한 설득 과정과 짜증나는 시행착오도 거쳐야 한다.

당장은 그를 지원하고 돌봐줄 이들도 있겠지만 허니문 기간은 결국 지나가고 만다. 최 대표 허니문은 막 시작됐다. 카카오의 실패한 실험(이라는 표현은 과한 듯 하지만 최근 임 전 대표가 김 창업자에게 제기한 880억원대 성과급 소송을 보면 분명 성공적으로 아름다운 이별을 한 것 같지는 않다)이 네이버에서 어떨 지 여부는 6개월 정도 후면 알게 될 것이다.

최용성 기자 cys@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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