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상황에서 신동빈닫기

1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김 부회장은 지난 7일 공식 업무를 시작했다. 지난해 11월 롯데 정기 임원인사에서 유통군 총괄대표 겸 롯데쇼핑 대표이사로 내정됐지만 기존에 근무하던 곳에서의 일을 마무리 짓고 2월부로 정식 발령됐다.

김상현 롯데쇼핑 부회장 인사 영상./사진제공 =롯데쇼핑
이어 “어찌 보면 제가 고객에게 가장 멀리 있는 사람인데 언제든지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되어 있기 때문에 여러분들이 서슴없이 저에게 말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싶다”며 “고객에 대해 아는 것은 직책이나 직급과 상관이 없고 고객을 접하면서 배워 나갈 수 있기 때문에 편하게 (영어 이름인) '샘'(Sam)이나 '김상현'으로 불리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김 부회장은 지난 12월 사내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도 ‘고객 중심’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김 부회장은 "무엇보다 고객중심의 가치를 우리의 핵심 경영철학으로 체화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고객이 원하는 것을 신속히 파악해 실행으로 옮기고, 더 나아가 고객을 위한 더 나은 라이프스타일을 지속적으로 제시하는 고객중심의 조직으로 거듭나기 위해 다 같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지난 13일 신동빈 롯데 회장이 화상회의 방식으로 진행된 '2021 상반기 롯데 VCM(Value Creation Meeting)'에 참여하고 있다. / 사진 = 롯데지주
이미지 확대보기또한 “진심으로 우리 고객의 삶과 그들을 둘러싼 환경을 어떻게 더 좋게 만들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며 “우리의 모든 의사결정에 선한 가치가 고려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롯데 수장들이 이처럼 고객을 강조하는 배경에는 쇼핑사업 부문의 오랜 부진이 있다. 롯데쇼핑은 국내를 대표하는 유통기업이자 롯데의 핵심 계열사지만 2017년 이래로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롯데쇼핑의 연 매출은 2017년 대비 13%,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73%나 감소했다. 코로나19가 확산된 2020년에는 연 매출 17조원, 영업이익 4000억원의 벽도 깨졌다. 2020년까지 누적된 순손실만 2조원에 달한다.
롯데쇼핑은 실적 하락 국면에서 탈피하기 위해 고강도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오프라인 점포를 정리했다. 비용을 줄이면서 일부 이익 개선 효과를 봤지만 그 정도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다.
실제로 롯데쇼핑은 지난해 말부터 대대적인 변화를 통해 고객 수요를 맞추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먼저 내부 조직에 대대적인 변화가 있었다. 기존 순혈주의를 깨고 외부 인사를 대거 영입했다.
김 부회장은 미국 생활용품 기업 P&G 출신으로 P&G 동남아 총괄사장, 미국 P&G 신규 사업 부사장, DFI리테일그룹 동남아 유통총괄 대표 등을 맡았다. 특히 롯데마트의 경쟁사인 홈플러스에서 부회장직을 맡은 이력이 있다. 신임 백화점 사업부 대표인 정준호 부사장은 신세계 출신이다.
내부 조직도 개편했다. 5년 가까이 유지해온 BU(비즈니스 유닛) 체제를 폐지하고 HQ(헤드 쿼터) 체제를 도입했다. 각 사업군 총괄 대표에 더 많은 권한을 줘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롯데 유통군은 김 부회장의 본격적인 업무 시작과 함께 롯데 전반적인 조직 정비를 조만간 마무리할 계획이다.
고객 서비스 향상을 위해 사업 부문별 변화에도 집중하고 있다. 먼저 롯데백화점은 올해 본점, 잠실점 등 주력 점포의 명품 MD를 강화하고 식품관 프리미엄화 투자 등을 계획 중이다. 이외에 동탄점이나 프리미엄아울렛 타임빌라스점 같은 미래형 대형 점포를 지속 개발해나갈 계획이다.
롯데마트는 2022년 식품 역량 집중과 비식품 전문화를 중심으로 대규모 리뉴얼을 진행할 계획이다. 리뉴얼을 통해 지난해 말 처음으로 선보인 제타플렉스 잠실점은 오픈 후 약 40여 일 만에 전년 동기 대비 42% 매출이 증가하며 고객 지지를 얻고 있다. 롯데마트는 제타플렉스 잠실점처럼 비식품 MD를 강화해 전국 지점 오프라인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홍지인 기자 helena@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