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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온, 보수적 기업문화에 젊고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다

홍지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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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2-01-24 00:00 최종수정 : 2022-01-24 09:02

‘디지털DNA’ 강화…개발자 중심 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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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온, 보수적 기업문화에 젊고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다
[한국금융신문 홍지인 기자] 롯데쇼핑 막내 롯데온이 젊은 기운을 뽐내며 조직문화를 개편하고 있다. 롯데쇼핑이 기존에 갖고 있는 보수적이고 딱딱한 분위기는 배제하고 스타트업 기업처럼 다양한 변화와 시도를 통해 성장 기반을 닦는 모습이다. 그 중심에는 나영호닫기나영호기사 모아보기 롯데온 대표가 있다.

롯데그룹은 롯데온이 출범 1년을 앞둔 지난해 4월 나영호 전 이베이코리아 전략기획본부장을 신임 대표로 발탁했다. 특히 기존에 전무급이었던 롯데온 대표를 나 대표 영입과 동시에 부사장급으로 격상하며 관심을 끌었다.

나 대표는 롯데그룹 계열사인 대홍기획에서 커리어를 시작해 삼성물산·현대차그룹·LG텔레콤 등을 거쳐 2007년부터 이베이코리아에서 근무했다. 이베이코리아에서는 간편 결제와 모바일 e쿠폰 사업 등을 맡은 온라인 쇼핑몰 전문가다.

디지털에 전문성을 갖고 있는 만큼 나 대표는 취임과 동시에 디지털 강화를 강조했다. 그는 취임 이후 전 사원에게 보낸 메일에서 “롯데그룹은 디지털로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거기에 맞는 비즈니스 모델로 전환하고 혁신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그것을 저와 우리 이커머스 사업부가 주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나 대표는 취임 이후 다양한 시도를 통해 변화를 이끌고 있다.

◇ 스타트업 같은 젊고 편한 분위기

지난해 여름 롯데온 직원들을 놀라게 한 작은 일화가 하나 있다. 바로 나 대표의 반바지 출근이다. 보수적 분위기의 롯데쇼핑에서 나 대표는 임원진 중 처음으로 반바지를 입고 출근했다. 복장 규율에 반바지가 금지된 것은 아니지만 차마 누구도 시도하지 못했던 파격이었다.

나 대표는 그 틀을 깨고 반바지를 입고 출근했고, 이후 임원·대리·사원들도 그를 따라 반바지를 입고 출근하기 시작했다. 더운 여름 긴바지 출근이 곤욕이었던 남자 직원들에게 희소식으로 다가온 변화였다.

이처럼 나 대표는 쓸데없는 틀을 깨고 직원들이 일에 집중하고 편하게 소통할 수 있는 유연한 조직문화를 조성하는데 힘쓰고 있다.

나 대표는 지난해 4월 롯데온 합류 바로 한달 뒤에 ‘조직문화TF’를 꾸렸다. 일하는 방식의 변화를 위해서는 조직 문화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조직문화TF는 유연 점심시간, 휴가 자가승인제, ‘○○님’ 호칭 사용, 대표·임원 수시 온라인 간담회 등을 통해 유연한 조직 문화를 조성을 위한 다양한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또한 원격을 지원하는 각종 툴을 통해 100% 재택근무를 시행하고 있으며, 10시부터 15시까지의 집중 근무시간을 제외하고는 업무시간을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는 탄력적인 근무시간 제도를 시행 중이다. 이에 대한 내부 반응도 매우 좋은 것으로 전해진다.

나 대표는 매주 월요일 ‘먼데이 레터’라는 이름으로 롯데온 직원들에게 메일을 보내 소통에도 힘쓰고 있다. 그의 가치관, 일하는 방식 등 자신의 생각을 담은 글귀를 보내 직원들에게 편하게 자신의 생각을 공유하고 있다.

롯데온 관계자는 “요즘 롯데온의 분위기는 롯데와 전혀 다른 회사로 느껴질 만큼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고 문화 자체도 변했다”며 “아무래도 좋은 건 사람들이 빨리 받아들이고 싶어하기 때문에 최근 도입한 변화가 빠르게 스며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전 롯데 계열사를 봤을 때 롯데온이 손꼽힐 정도로 빠르게 조직문화가 변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디지털 DNA’ 강화에 초점

나 대표는 직원들에게 “우리 DNA는 디지털이어야 하고 우리의 일하는 방식과 문화는 디지털 방식에 걸맞게 변화하고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실제 롯데온은 디지털 강화를 위해 전방위적 변화를 진행하고 있다. 시작은 롯데쇼핑 e커머스사업본부 채널 통합이었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8월 백화점·마트·슈퍼 등에 흩어져 있던 온라인 담당을 e커머스사업부로 이동시키는 인사를 진행했다. 약 200여명 인원이 이동하는 대규모 인사였다.

애당초 업계에서는 롯데온이 출범 당시부터 온라인 인력을 모았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었다. 이에 나 대표를 비롯한 실무진은 사업별로 분산돼 있던 인력을 e커머스사업본부로 통합해 롯데온에 힘을 싣기로 결정했다. 온라인 인력이 통합됨에 따라 빠른 의사결정이 가능해졌고 시장 변화에 대한 대처 속도도 높일 수 있게 됐다.

나 대표는 온라인 인력을 모은 후 조직을 대대적으로 개편하기 시작했다. 눈에 띄는 것은 개발자 중심의 개편이라는 점이다. 검색·추천 부문으로 불렀던 명칭을 파인딩·데이터 부문으로 변경해 개발자가 익숙한 용어로 바꿨다. PD(제품 개발자) 1·2실과 데이터인텔리전스(정보분석)실, 테크(기술)실도 신설했다. 실장으로는 차·부장급을 새로 임명했다.

지난해 말에는 대규모 경력 공채를 통해 개발자 모시기에 나섰다. 플랫폼 개발 및 운영에 필요한 우수한 인재를 확보해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차별화된 쇼핑 플랫폼을 완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그간 롯데온 약점으로 꼽혔던 UX(사용자경험)·UI(사용자인터페이스)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달 초에는 e커머스사업부 전 직군에 ‘커리어 레벨제’를 도입했다. 커리어 레벨제는 직원의 전문성, 조직 내 역할, 역량에 따라 레벨을 부여하며, 기존 직급제와 달리 ‘미래를 위한 인재 육성’에 초점을 맞춘 인사제도다. 특히, 수평적 조직 문화 속에서 협업을 강조하는 IT기업에 적합한 인사제도로 평가받고 있다.

이 외에도 나 대표는 배달의민족, 야놀자 등 IT업계에서 주로 사용되고 있는 기업용 메시지 플랫폼 ‘슬랙(Slack)’을 도입했다. 롯데그룹 계열사 중 유일하다. 슬랙은 한 채널에서 인원 제한 없이 필요한 모든 부서 사람이 협업할 수 있다. 일의 성격에 따라 수시로 채널을 형성할 수 있고, 채널 안에서 논의된 내용들은 업무가 완료되면 아카이브에 저장할 수도 있다. 롯데온의 슬랙에는 벌써 6000개 채널에 250만여 개 포스트가 생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온 관계자는 “e커머스사업부 통합, 슬랙 도입 등으로 근무 환경이 훨씬 편리해졌다”며 “여러 시도를 통해 아이디어 교환 및 의사결정 등 사업이 더욱 효율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홍지인 기자 helena@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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