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이사가 지난 2월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발표하고 있는 모습./사진=카카오뱅크
금융권은 카카오뱅크가 다음 달 주택 담보대출 상품을 출시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카카오뱅크 측은 아직 정확한 시기는 ‘미정’이라고 답했다.
내년 초 출시는 거의 확정적이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는 지난달 3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 콜에서 “주택 담보대출은 가계대출 총량규제 등 외부적 요인을 고려하면서 추진하고 있다”며 “내부적으로 출시 준비는 거의 완료된 상태”라고 말한 바 있다. 당시 윤 대표는 올해는 제한된 고객 대상으로 시범 테스트(CBT) 하고, 내년에는 실수요자 중심으로 단계를 확대할 계획을 밝혔다.
카카오뱅크는 비교적 금리가 저렴한 신(新) 잔액 기준 자금조달비용지수(COFIX‧코픽스)를 기준금리로 연동한 주택 담보대출 상품을 출시할 방침이다.
현재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를 연동한 전‧월세 보증금 대출상품을 판매 중인데, 내년부터 신 잔액 기준 코픽스를 적용한 담보대출 상품을 출시해 소비자 선택폭을 넓힌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코픽스는 국내 8개 은행(NH농협‧신한‧우리‧SC제일‧하나‧IBK기업‧KB국민‧한국씨티)이 조달한 자금의 가중평균금리다. 은행이 실제 취급한 예‧적금, 은행채 등 수신상품 금리가 인상 또는 인하될 때 이를 반영해 상승하거나 하락한다.
현재 산출되는 코픽스는 신규취급액 코픽스‧잔액 코픽스‧신(新) 잔액 코픽스 등 세 가지다. 신 잔액 기준 코픽스는 위 코픽스 대상 상품에 금리가 제로(0)에 가까운 수시입출식 저축성 예금과 기타 예수금, 기타 차입금 및 결제성 자금 등이 추가돼 다른 코픽스에 비해 금리가 낮게 산출되는 특징이 있다. 은행연합회가 매달 15일 공시하는 코픽스는 지난달 기준 ▲신규 취급액 코픽스 1.55% ▲잔액 코픽스 1.19% ▲신 잔액 코픽스 0.94%로 집계됐다.
윤호영 대표는 카카오뱅크가 주택 담보대출 시장에 진출할 경우 여신사업 확대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카카오뱅크의 경우 현재 케이뱅크, 토스뱅크 등 다른 인터넷은행들과 함께 중‧저신용자 대상 중금리 대출을 확대해야 한다는 과제가 남아있다. 주택 담보대출의 경우 가계대출 중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사업을 시작할 경우 목표치를 채우기 수월해진다. 카카오뱅크는 현재 중‧저신용 대출 비중을 ▲올해 말 20.8% ▲내년 말 25% ▲2022년 말 30% 등으로 높인다는 목표치를 갖고 있다.
윤 대표는 콘퍼런스 콜에서 “내년에 중금리 대출 25% 확대 계획을 가지고 있다”며 “전월세 대출은 임대인에게 직접 송금하는 방식으로 이미 실수요자에 한해서 하고 있고, 주택 담보대출과 개인사업자 대출 등 신상품을 내년에 출시하기 때문에 성장할 수 있는 요소들이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뱅크는 출범 이후 신용대출 시장에만 진출했었지만, 대출 증가에 따른 부실관리 등을 고려하면 신용대출 시장보다 2.5배 큰 규모인 주택 담보대출 시장에 진출하는 게 필요했다. 더군다나 국내 주택 담보대출이 올해 8월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 1046조원 중 764조원으로, 70% 넘는 비중을 차지하는 점을 비춰봤을 때 은행사업을 키울 기회 요소였다.
카카오뱅크의 올 3분기 말 기준 여신 잔액은 25조385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18조7304억원)과 비교했을 때 33.7%(6조3081억원) 늘었다. 1년 사이 여신 잔액을 많이 불렸지만, 신용대출과 전월세 대출 등에 한정된 금융상품이 늘 아쉽다는 목소리가 있어 왔다.
이러한 점에서 카카오뱅크는 올해 안에 비대면 주택 담보대출 상품을 출시하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었다. 지난 8월 주택 담보대출과 전월세 보증금 대출 등 담보 대출을 운영할 경력 직원을 대규모 채용한다는 공고를 내기도 했다.
아울러 정규돈 카카오뱅크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콘퍼런스 콜에서 “카카오뱅크는 같지만 다른 은행 시즌 2를 준비 중”이라며 “앞으로 선보일 주택 담보대출은 단순한 대출상품으로 끝나지 않고 여러분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이벤트인 집을 사는 순간 동반자가 될 것”이라고 강조하며 주택 담보대출 출시에 관한 기대를 높인 바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지난 10월, 가계대출 총량규제를 강화하면서 출시 시점을 내년으로 미루게 됐다. 이에 카카오뱅크는 개인사업자 매출과 거래 데이터를 활용한 자체 신용평가 모형(CSS)을 고도화하고, 소상공인 대상 기업 대출 출시를 추진하면서 주택 담보대출을 선보일 날을 기다려왔다.
카카오뱅크가 빠른 시일 내에 주택 담보대출을 출시할수록 금융소비자들에겐 희소식이다. 내년에도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규제를 더 강화할 방침을 밝힌 상황이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위원장 고승범닫기고승범기사 모아보기)는 내년 1월부터 차주 단위 총부채 원리금 상환 비율(DSR) 적용 대상을 가계대출 총액 2억원 초과, 7월부터는 1억원 초과로 확대한다. 갈수록 가계대출을 옥죄는 상황에서 인터넷은행의 주택 담보대출 사업 진출은 소비자에겐 긍정적일 수밖에 없다.
이미 인터넷은행 1호인 케이뱅크(은행장 서호성닫기서호성기사 모아보기)는 지난해 8월부터 아파트 담보대출 상품을 출시한 뒤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가입 고객이 700만명을 돌파한 것을 두고 케이뱅크 관계자는 "금융 문턱을 낮춘 결과 경쟁력 있는 상품을 찾아 빠르게 이동하는 자금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케이뱅크의 아파트 담보대출 상품 금리는 최저 2.99%다.
이렇듯 모바일 주택 담보대출은 대출 신청부터 입금까지 모든 과정이 은행을 방문하지 않고 진행되기 때문에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MZ세대(20~30대)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10월 출범한 토스뱅크도 내년을 목표로 주택 담보대출과 전세대출, 소상공인 전용 대출 상품을 개발 중에 있다.
다만, 주택 담보대출의 경우 소유권 이전이나 근저당 설정 등 등기 업무로 인해 온라인만으로 대출을 진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시각도 일각에선 존재한다. 한국은행(총재 이주열닫기이주열기사 모아보기) 경제통계시스템과 금융감독원(원장 정은보) 등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국내 가계 신용대출 757조원 중 15%인 112조원이 온라인 대출로 실행됐지만, 가계대출 대부분을 차지하는 부동산 대출 1556조원은 은행 지점을 통한 오프라인 대출로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상황 속 카카오뱅크는 새해가 밝으면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비대면 주택 담보대출 상품을 선보일 방침이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신 잔액 코픽스 적용 주택 담보대출은 기존 고객을 포함한 카카오뱅크를 이용하는 모든 고객”이라며 “주택 담보대출에 관한 관심이 뜨겁기 때문에 잘 준비해서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선보이려 한다”고 말했다.
임지윤 기자 dlawldbs20@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