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융신문 김관주 기자] 올해 분양이 점쳐지던 서울 내 ‘대어급’ 단지들이 해를 넘겨 공급될 전망이다. 분양가를 두고 갈등이 벌어지며 서울 대단지 아파트들이 일반분양 연기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올해 신규 분양 물량은 최근 10년 사이 최저치를 기록했다.
2010년 이후 서울 아파트 일반분양 물량 추이 그래프. / 자료제공=리얼투데이
이미지 확대보기◇ 올해 서울 일반분양 물량, 3천가구…역대 최저 기록
23일 부동산 전문 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올해 서울에서 일반분양되는 아파트 물량은 총 3275가구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지난 2010년 공급된 6334가구보다 절반가량이나 낮은 수치다.
지난 2010년의 경우, 시세보다 저렴한 ‘보금자리주택’이 서울에 공급되며 미분양을 우려한 건설사들이 분양을 줄여 신규 물량이 적은 바 있다. 이어 2012년에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서울에서 총 6364가구가 분양됐다. 두 해를 제외하면 2013년~2020년까지는 매년 서울에 9000가구 이상의 신규 아파트가 공급됐다.
그러나 올해는 ‘e편한세상 강일 어반브릿지’, ‘래미안 원베일리’ 등 2554가구만이 일반분양됐다. 이달 분양을 앞둔 ‘북서울자이 폴라리스’ 등을 합쳐도 3275가구에 불과하다.
둔촌주공(둔촌 올림픽파크 에비뉴포레) 재건축 사업 조감도. / 사진제공=서울시 클린업시스템
◇ 둔촌주공 등 대단지 분양 연기…청약 경쟁률 고공행진 중
일반적으로 서울의 분양 물량은 대단지 아파트 1~2곳에 좌우되는 경향이 크다. 올해는 물량의 대부분을 강동구 ‘둔촌주공’에 의존하고 있었다. 해당 아파트는 단군 이래 정비사업 최대어 중 하나로 기대를 모은 바 있다. 단일 재건축으로는 최대 규모인 이 아파트는 전체 85개 동에 1만2032가구 규모로 조성되며, 이중 4786가구가 일반분양 예정이었다.
해당 단지는 조합과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간의 일반분양가 산정을 두고 갈등이 봉합되지 않으며 오랜 기간 분양이 미뤄져왔다. 지난 2019년 둔촌주공 조합원들은 일반분양가 3.3㎡당(평당) 3550만원을 원했다. 그러나 지난해 7월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평당 2990만원을 제시하면서 분양가 상한제 적용으로 선회했다.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는가 싶더니 이번에는 시공사와 공사비에 대한 이견으로 난항을 겪고 있다. 내년 2월로 계획했던 일반분양이 물거품이 될 위기에 놓였으며 공사가 중단될 가능성도 커졌다.
동대문구 ‘이문1구역’의 일반분양 일정 역시 내년으로 미뤄진 상태다. 39개 동, 전용면적 33~114㎡, 3069가구 규모 중 938가구가 일반공급으로 나올 예정이었다. 이 역시 분양가 산정 문제로 이견차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외에도 서초구 ‘방배5구역(3080가구)’, 송파구 ‘잠실진주(2636가구)’ 등이 분양가 산정 문제로 공급 일정이 연기됐다.
일부 단지는 내년 차기 대통령 선거 이후 부동산 제도 변화를 통해 활로를 찾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에서 분양 물량이 줄어들자 청약 경쟁률은 고공행진 중이다.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 1순위 청약 경쟁률은 162.9대 1로 지난해(89.8대 1)보다 약 2배 정도 높다.
리얼투데이 관계자는 “올해 서울 아파트는 분양가 관련 갈등으로 많은 사업장이 지연됐다”며 “물량이 줄어들자 서울 청약 경쟁률은 해를 갈수록 높아지고 있으며, GTX 등 교통 호재나 서울 접근성이 좋은 경기나 인천 지역 단지들로도 수요가 퍼지고 있다”고 전했다.
김관주 기자 gjoo@fntimes.com